[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을 부채질하며 보수 통합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일자 조선일보 30면에는 김대중 고문의 <홍준표論>이 게재됐다. 조선일보는 이 칼럼을 통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야권 통합 역할론을 강조했다.

▲1일자 조선일보 칼럼.

김대중 고문은 "지금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보수 정당의 재건을 책임진 사람은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라면서 "오늘날 지리멸렬한 야권을 통합하고 정통 보수 정당을 재건할 유일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지난 대선 때 바닥을 헤매던 자유한국당을 이끌어 그나마 25%대의 지지를 얻어냈던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라면서 "대선 후 107석의 자유한국당 대표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김대중 고문은 "홍준표 대표는 박근혜 탄핵 사태에서 탄핵에 개입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친박도 아니라는 점에서 야권 통합이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면서 "스펙과 경력 면에서 그를 앞선 정치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탄핵 때 어느 한편에 섰던 그들은 통합을 이끌 자격에 '흠'이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 고문은 "홍준표 대표가 근자에 자신의 과거 돌출적인 발언과 행동을 사과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 "자신의 사고와 행동의 반경을 넓히고 보다 포용적 정치인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그가 통합을 논의해야 할 상대인 바른정당을 애써 외면하는 것은 대도(大道)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대중 고문은 "자유한국당과 홍준표 대표는 10개월 후인 내년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다음 정권의 향배를 가를 중요한 승부를 맞게 돼 있다"면서 "그 전초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지금 탄핵 사태를 둘러싼 보수권의 대립이라는 터널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고문은 "두 정당(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의 정치인들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 지금 새 정부의 질주가 궁극적으로는 박근혜 시대의 보수성을 부수고 좌파 전횡의 프레임을 세우는 데 있다면 한국의 보수 정치인은 모름지기 우선 눈앞의 '적'을 상대하는 데 전력투구해야지 '지나간 가치'에 대한 논쟁에 함몰돼서는 안 된다"면서 "보수 지지층 국민도 이제는 각자의 한을 접고 나라의 미래를 봐야 한다. 자신이 진정 보수 성향이라고 자처한다면 야권의 단합과 통합을 응원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왼쪽)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연합뉴스)

조선일보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 '부채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대선 기간에는 물론 최근에도 조선일보는 지속적으로 '보수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8일 조선일보 계열사인 주간조선은 <"포퓰리즘 독재 맞서자" 다시 고개 든 보수통합론> 기사에서 "원내 제4당인 바른정당 내부에서 보수연대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론이 다시 불붙게 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주간조선은 "지난 대선 유승민 후보가 내세웠던 경제민주화 등 대표 정책이 전통적 보수와 거리감이 있거나 포퓰리즘적 요소가 담겼다는 지적이 나온다"면서 "이에 따라 보수연합 논의에 앞서 조만간 바른정당 내부의 이념투쟁이 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분을 부추기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바램과는 달리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 통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혁신안이 바른정당의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10일 YTN라디오 <곽수종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한 자유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은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대해 "인적, 조직, 정책 부분을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국민 입장에서 하게 되면 바른정당이 합당이 됐든 어떤 형태이든 같이 안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바른정당이 외롭게 혼자 고군분투할 필요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신들이 혁신하면 바른정당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지난달 31일 자유한국당 혁신안 발표하는 홍문표 사무총장. (연합뉴스)

그리고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31일 ▲당원협의회 조직 혁신 ▲정책위 혁신 ▲당 사무처 혁신 등을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홍문표 사무총장은 "자유한국당의 살 길은 혁신뿐"이라면서 "이번 당 혁신을 통해 구태정치를 버리고 야당다운 야당으로 개혁, 새로운 희망의 자유한국당으로 탄생해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초석을 놓겠다"고 다짐했다.

문제는 자유한국당 혁신안 어디에도 '박근혜' 청산에 대한 얘기가 없다는 거다.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혁신안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집단 탈당했던 바른정당 의원들이 복귀할 이유도, 명분도 만들어주지 못한 셈이다.

'일베 발언' 악재도 있다. 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청년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당은 '틀딱'들의 지지를 받는데 바른정당은 젊은 보수의 지지를 비교적 많이 받는 것 같다"면서 "일베하세요. 일베 많이 하세요"라고 독려하는 기행을 벌였다. 자유한국당이 '극우' 치닫고 있다는 증거로, 바른정당의 노선과는 전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자유한국당은 침몰하는 난파선"이라면서 "다섯 배가 넘는 의석수를 갖고 저희보다 지지율이 떨어지기도 한다는 얘기는 운명을 다해간다는 얘기"라고 자유한국당 중심의 통합론에 선을 그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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