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PM에는 살이라도 낀 것인지 작년 가을부터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작년 가을에는 전 국민의 공적이라도 된 양 박재범이 부리나케 미국으로 돌아갔고, 팬들의 초지일관 귀환 요구와 한 때 부화뇌동했던 대중들의 반성(?)으로 인해 재범에 대한 인식이 이제쯤 돌아와도 좋겠다는 즈음에 결정적인 소식이 또 다시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작년 가을의 이슈는 오역이건, 오해가 됐건 적어도 근거가 될 것이 존재했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막연한 혐의만 존재한다는 것이 다르다.

그 혐의가 다른 곳도 아닌 그의 소속사에서 발표되었다는 것이 팬들에게는 대단히 큰 충격으로 전해졌다. 다른 나라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경우 소속사와 팬 사이는 결코 좋지 않다. 보통은 마누라가 예쁘면 처가 집 기둥에도 절하는 법인데, 아이돌 그룹을 사랑하는 팬덤에서 소속사를 좋게 평하는 일은 대단히 드문 일이다. 그러나 이번 JYP의 대처를 보면 소속사에 대한 팬덤의 불신은 공감할 수밖에 없다.

작년 재범이 미국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간단한 기자회견조차 마련치 않은 JYP가 이번 재범 계약파기 사태에 멤버들을 모두 동원한 것은 진정성보다는 멤버들의 인기를 내세워 누굴 선택할 것이냐는 잔인한 도박을 벌인 것으로 보인 것이 그렇다. 그러나 예상을 벗어난 결과에 JYP 입장에서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하고 울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인기가 그렇듯이 사랑도 항상 변하기 마련이다.

분명 JYP에서 재범과의 계약 파기를 발표할 때에는 미래에 대한 계산과 전망이 있었을 것이다. 단지 그 시나리오에는 이처럼 큰 파장은 계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JYP의 이번 발표는 결과적으로 재범이 아니라 2PM를 죽이는 결과로 진행되고 있다. 팬덤의 오해(?)를 풀기 위해 마련된 간담회는 오히려 불신과 분노를 촉발시키는 결과만 낳고 말았다. 차마 밝힐 수 없다는 사실 여부를 떠나 JYP는 처신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2PM의 팬 사이트들이 속속 폐쇄되고, 간담회 이후 악화된 팬덤은 2PM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반대를 표명하고 있어 재범 사태 2라운드는 쉬이 잦아들 것 같지는 않다. 궁극적으로는 2PM의 해체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의 연예계 퇴출을 요구하고 있어 묘하게도 이 상황은 작년과 많이 닮아있다. 다만 대상이 재범에서 다른 6멤버에게로 옮겨간 것뿐이다.

오히려 좀 더 심한 면이 있는데, 그것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며칠째 누리집을 장악해버릴 정도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그에 따른 수많은 루머가 양산되는 현상은 같으나 팩트가 없다는 점이다. 애초에 JYP측에서 밝힌 데로 재범의 치명적인 사생활은 문맥상 2PM활동 시에 벌어진 일이다. 그렇다면 소속사로서도 전혀 책임 없다고 할 수 없는데, 심정적으로 재범 죽이기로 비치기 농후한 태도로 계약관계를 끊었다.

옥택연에 대한 과도한 믿음 때문이었을지도 모를 이번 JYP의 처신은 한국 대중의 감정선을 제대로 읽지 못한 악수였다. 밝힐 수 없는 재범의 치명적인 사생활이였다면 그런 말 자체를 하지 말았어야 옳았다. 어차피 대중과 재범의 직접 접촉이 안 되는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아서 그저 밝힐 수 없다는 변명이 차라리 좋았다. 만일 그것이 밝혀진 후 어떤 반응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 당장은 전반적인 JYP의 태도에 대한 불신이 너무 커서 팩트는 큰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JYP가 재범 관련 사실들을 발표할 수도 없게 됐다. 이미 계약관계가 해제된 이상 JYP가 인지한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어떤 형태로건 적시하게 된다면 형사고발사안이 아닌 이상 명예훼손이 될 것이고, 도의적으로 더 심각한 후폭풍을 맞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지난겨울부터 급속히 오른 2PM의 인기는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될 것이고, 현재 진행 중인 광고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남은 2PM 멤버들은 오히려 재범보다 더 불행해졌다. 재범은 팬이 아닌 사람들로부터 공격받았지만 지금 멤버들은 한때 팬이었던 사람들로부터 지독한 공격을 받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들의 간담회에서의 발언과 태도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그것이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그렇게 해석될 것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또한 팬들로부터는 절대적이어도 소속사에 대해서는 을의 입장인 그들의 발언이 얼마나 자유로웠는지에 대한 의문도 갖게 된다.

이번에도 역시나 2PM 죽이기의 극단적 선택은 여전히 동의하기 어렵다. 4시간이 결코 짧은 것은 아니지만 그 시간이 그간의 사랑을 증오로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나라는 의문이 든다. 대중의 분노와 증오의 폭발을 한두 번 겪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지난 후 항상 후회와 반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환기하고 싶다. 또한 2PM 멤버들에 대해 극한으로 치닫는 증오가 재범을 구하는 방법인 것도 아니다.

이미 큰 상처를 입은 2PM이지만 최악을 피할 최후의 수단은 JYP가 가지고 있다. 더 커지기 전에 남은 멤버들을 위해서라도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사운을 걸고서라도 연예인 혹은 기획사의 상품으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남은 멤버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미 온전한 2PM은 어려워졌지만 사람만이라도 구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들이 형이라 부르는 박진영이 형 노릇 좀 하길 바란다. 결자해지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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