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간만에 환희를 안겨준 인물입니다. 그녀가 보여주었던 도전 정신과 세계 최고의 순간 흘린 눈물은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 이상의 감동이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은 그녀의 아름다운 경기와 대한민국 피겨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모습에 흥분과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주목 받지는 못했지만 그녀 못지않은 위대한 스포츠맨은 또 있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사나이 강광배

1. 아시아 최초 본선에 오른 대한민국 봅슬레이

스포츠에 둔감하고 예능에 민감한 분들이라면 <무한도전 봅슬레이>편을 보셨다면 아실 듯합니다. 당시에도 대한민국 봅슬레이 대표 팀 감독이자 선수였으며, 무한도전 멤버들을 지도했던 이가 바로 강광배였습니다. 당시 봅슬레이도 없어 남의 것을 빌려 타야했고, 경기장이 전무한 상황에서 국가대표 선발전을 일본에서 치러야하는 척박함 들이 <무한도전>을 통해 감동적으로 전달되기도 했었습니다.

눈이 존재할 수 없는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대표 팀을 다뤘던 <쿨러닝>이란 영화는 재미와 그 안에 담긴 도전 정신 등이 조화를 이루며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영화였습니다. <쿨러닝>의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 도전해 결국 올림픽에 출전한 그들의 모습과 비슷한 대한민국 봅슬레이 팀의 모습을 빗대어 '한국판 쿨러닝'이라는 명칭까지 부여하기도 했었습니다.

척박함을 넘어 존재감 제로에 가까운 대한민국 봅슬레이는 강광배라는 인물이 아니었다면 존재할 수도 없는 종목이었습니다. 창던지기, 역도, 육상 등 타 종목을 하던 선수들을 모아 단기간 훈련으로 출전한 그들의 도전은 위대한 업적으로 돌아왔습니다.

비록 그들은 금메달 아니, 그 어떤 메달도 따지 못한 최종 20개 팀 중 19위를 차지했지만 올림픽 사상 4차시기까지 오른 최초의 아시아 국가가 되었습니다. 우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실력과 역사를 가진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최고가 되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올림픽 직전 겨우 장만한 동계 스포츠의 F1이라 불리는 봅슬레이를 타고 그들이 출전한 벤쿠버 대회는 악명 높은 코스였습니다. 시작 전부터 루지 선수가 연습 도중 숨지는 사건이 벌어질 정도로 쉽지 않은 곳 이였지요. 관심 있어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아 최강자라고 자임하던 일본팀이 2차 시기에서 완주 실패 한 것과는 달리 안전하게 코스들을 섭렵해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김연아의 우아하고 아름다웠던 모습'과 다름없었습니다.

그렇게 최종 본선에 올라선 그들은 실수 없이 마의 코스를 무사히 통과해 결승점에 다다랐습니다. 4인승 첫 출전에서 크로아티아 1팀을 누르고 19위를 차지하며, 대한민국 아니 아시아 봅슬레이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습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그들에게 순위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봅슬레이 탄지 1, 2년 밖에 안 된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아시아 최강인 일본마저 무찌르고 아시아 최초로 본선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위대한 선수들이었습니다.

2. 끊임없는 도전이 만들어 낸 세계 최초의 사나이

전주대를 다니던 시절 스키 선수와 지도자로 활동했던 그는 치명적인 왼쪽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스키 선수 생활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장애 5급까지 받아야 했던 그를 다시 눈과 얼음 위로 불렀던 것은 루지였습니다. 그렇게 1995년 대한체육회에서 실시한 루지 강습회에서 2등을 기록하며 선수 생활을 하던 그는 1998년 동계올림픽에 루지 선수로 첫 출전했습니다.

루지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그는 오스트리아 유학길에 오르지만 다쳤던 무릎인대를 다시 다치는 바람에 국내 루지연맹에서 조차 자격박탈을 당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공부에만 열중하던 그를 다시 한 번 동계 스포츠로 부른 것은 스켈레톤 이었습니다.

1999년 오스트리아 대학선수권에서 스켈레톤 1위에 올랐지만 국내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종목이라 오스트리아 국가대표 선수로 뛰어야 하는 아픔도 겪었었습니다. 2000년 어렵게 대한민국에 스켈레톤을 도입하고 2003년에 비로소 봅슬레이-스켈레톤 팀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선수라곤 자신을 포함해 두 명 밖에 되지 않았지만 2002년과 2006년 동계 올림픽에도 출전합니다. 2006년에 처음으로 봅슬레이를 시작한 그는 4년이 지난 오늘 아시아 어느 국가도 해내지 못한 결선까지 오르는 신기원을 이룩했습니다.

그런 강광배 선수의 또 다른 업적은 세계에서 올림픽 사상 최초로 '루지, 스켈레톤, 봅슬레이'에 모두 출전한 유일한 선수라는 것입니다. 비록 그 어떤 종목에서도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그가 만들어낸 역사는 바로 대한민국의 역사이기에 소중하고 위대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김연아 선수는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국민들에게 금메달로 보답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상황에서 묵묵하게 소중한 가치를 만들어낸 그들에게 메달 유무는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개척해 세계 최고가 되었던 그들의 도전 정신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동계 스포츠는 이렇듯 위대한 성적을 거둘 수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루지 연습 도중 숨진 그루지아 고 노다르 쿠마리타슈빌리에 선수의 명복을 빌며, 무관의 제왕인 대한민국 봅슬레이 대표 팀의 선전에 박수를 보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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