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진짜 민박은 이제부터! <효리네 민박> (7월 23일 방송)

JTBC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

손님과 주인의 투샷이 유난히 많았던 5회였다. 이효리-이상순 혹은 이효리-아이유 케미를 강조하던 JTBC <효리네 민박>이 처음으로 민박집 주인과 손님의 교감에 집중한 회차였다. ‘민박’이라는 방송 본연의 콘셉트에 충실하기 시작한 것이다.

효리네 민박을 운영하는 회장(이효리), 사장(이상순), 직원(아이유)을 차례로 훑으며 끈끈한 유대감을 그려낸 <효리네 민박>이 5회에 이르러서는 본격적으로 주인과 손님 사이의 따뜻한 교감으로 화면을 채웠다. 노부부의 아내는 첫날부터 요리 솜씨를 발휘해 효리네 식탁을 가득 채웠다. 노부부가 바다낚시로 잡아온 생선을 이상순이 굽고, 그 사이 이효리와 노부부의 남편은 함께 스트레칭을 했다. 그렇게 완성된 매운탕을 함께 먹으며 결혼 5년차 부부가 노부부에게 결혼 생활을 물어보는, 사소한 모습을 담아내는 공기가 참 따뜻했다.

노부부의 아내에게도 첫날부터 살갑게 다가갔던 이효리는 “낯을 많이 가린다”는 이상순의 말과 달리, 타인의 마음을 여는 재주가 탁월했다. 언변이 화려하다는 뜻이 아니다. 조심스러우면서도 담담한 태도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효리는 삼남매 손님 중 막내로부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은 후, 첫째 경화 씨에게 담담하게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막내가 참 맑다고, 어쩜 저렇게 구김 없이 잘 키웠냐고 말이다. 경화 씨는 이효리에게 집안 얘기를 조심스럽게, 그러나 담담하게 꺼냈다. 급성 위암 진단을 받은 어머니, 그때 갓 20대 초반이었던 경화 씨. 만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사람들끼리 집안 얘기를 깊이 할 수 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JTBC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

교감의 절정은 음악이었다. 삼남매 중 둘째 예원 씨는 곡을 쓰는 것이 취미였다. 우연히 자신의 취미를 얘기하게 된 예원 씨는 이효리-이상순을 위해 쓴 곡을 읊조렸다. 이상순이 코드를 만들고, 아이유가 2절 가사를 함께 쓰고 코러스까지 입히고, 내친김에 녹음까지 했다.

그 전까지는 민박 ‘운영’에 정신이 없는 느낌이었다. 마치 ‘미션 클리어’를 하듯이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지금은 손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내줄 줄 아는 주인이 된 것이다.

그래서 5회의 클로징이 삼남매와 민박집 주인들이 완성한 곡이라는 점이 매우 의미 있었다. 예원 씨가 처음 곡을 썼고, 이상순과 아이유가 살을 붙였고, 그 노래의 바탕은 이효리와 이상순의 러브 스토리였다. <효리네 민박>이었기에 완성할 수 있었던 그림이다.

이 주의 Worst: 신분세탁보다 더 무서운 예능세탁! <냄비받침> (7월 25일 방송)

KBS2 예능프로그램 <냄비받침>

앵그리맨 이경규와 스트롱맨 홍준표의 만남은 시너지 효과를 냈다. 아, 부정적인 뜻이다. 스트롱맨의 당당함과 그를 알게 모르게 두둔하는 앵그리맨의 에너지가 시너지 효과를 내자, 굉장히 뻔뻔한 예능이 탄생했다.

이경규가 출간한 책은 지난 대선 낙선 후보자들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인터뷰하게 됐지만, 예고부터 불안한 게 사실이었다.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다. 홍준표 대표의 해명자리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는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 “자기주장이 강해서”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주장이 달라서’가 아니라 ‘주장이 틀려서’다. ‘이대 계집애’, ‘영감탱이’, ‘돼지발정제’ 같은 발언은 ‘주장이 강해서’가 아니라 ‘상식이 없어서’ 나온 발언들이다. 게다가 홍준표 대표는 시종일관 “다 옛날 얘긴데, 언론이 악마의 편집을 해서 논란이 생겼다”는 투로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KBS2 예능프로그램 <냄비받침>

홍준표 대표의 해명을 그대로 보여주는 건 그의 주장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경규도 홍준표 대표의 잘못을 질타하기보다는 왜 그런 얘기를 굳이 해서 비난받느냐는, 일종의 동조 반응을 보였다. 이경규는 “안 해도 되는 말”을 굳이 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 말인 즉, 마음속으로는 해도 되는 생각이었다는 뜻인데 안 해도 되는 말이 아니라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이경규는 홍준표 대표의 직설화법이 문제라고 했지만, 천만의 말씀. 직설화법 뒤에 숨겨진 사상의 문제다.

제작진도 홍준표 대표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예능으로 희석시킨 주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홍준표 대표를 이경규 닮은꼴로 몰아가면서 그를 희화화했다. 그의 몰상식한 언행도 마치 개그인 냥 웃고 넘기는 소재로 만들어 버렸다.

KBS2 예능프로그램 <냄비받침>

홍준표 대표의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수준을 넘어서 세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홍준표 대표의 막말 직설화법을 지적한 뒤 홍준표 화법을 이용한 퀴즈 코너를 진행했다. 이경규가 “독도는”이라고 운을 떼자 홍준표 대표는 망설임 없이 “우리땅”이라고 답했다. 제작진은 이를 두고 홍준표 대표에게 시원한 사이다 캐릭터를 입혔다. 아주 뻔뻔한 예능세탁이다.

웃자고 만든 예능인데 죽자고 달려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다. 홍준표 대표는 애초부터 예능으로 소화하면 안 되는 정치인이었다. 섭외부터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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