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사건 중 하나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판결이 내려진 가운데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징역 3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데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28일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원회'는 블랙리스트 재판결과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문화예술대책위는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1심 판결을 지켜보면서 김기춘과 조윤선을 단죄할 수 있는 실정법과 법원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을 깨닫고 분노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문화예술위. (사진=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위 제공)

문화예술대책위는 "김기춘 등이 1만 명에 육박하는 예술인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문화예술지원기금 등에서 지원 배제한 것은 '직권남용'이라는 형법상 죄목 하나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중대한 범죄행위로, 헌법의 근본원리인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직업공무원제도, 평등 원칙 등을 명백하게 침해했다"며 "그들이 저지른 범죄 행위가 파괴한 사회적 손해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기 위해서라도, 그들이 저지른 악행을 형법상 새로운 죄목으로 신설하고 중형을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예술대책위는 "법원이 김기춘의 권력남용에 대해 '권한을 남용해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고작 징역 3년을 선고하는데 그친 것은 블랙리스트로 피해 받은 예술가들과 시민들의 법 감정과 심각하게 충돌한다"면서 "법원은 현행법이 허용하는 한 법정 최고형을 선고했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예술대책위는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체부의 보고를 받았을 개연성을 인정하면서도 범행을 지시 또는 지휘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공범으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조윤선에 대해서도 블랙리스트에 관해 정무수석으로 부임한 뒤 보고를 받았다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열리게 될 2심 법원은 이들에 대한 혐의를 더욱 엄격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김기춘 전 실장에게 징역 3년,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초 특검은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 조 전 장관에게 징역 6년을 각각 구형했었다.

재판부는 1급 공무원 사직, 예술위 책임심의위원 선정, 문예기금 지원배제, 영화 관련 지원배제, 도서 관련 지원배제 등에 대한 김기춘 전 실장의 '강요' 혐의를 무죄로 봤고, 조윤선 전 장관의 경우 직권남용 혐의까지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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