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이 SK를 완벽하게 제압하며 팀의 스윕을 완성했다. 실책으로 내준 1점이 없었다면 완봉승도 가능한 경기였다는 점에서 양현종으로서는 아쉬움이 컸을 듯하다. 롯데에 스윕을 당한 기아는 SK를 불러 대량 득점을 하며 스윕을 완성해 우승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양현종 비자책 1실점 완투승, 최형우 솔로 홈런으로 만든 개인 천 타점

이번 경기는 양현종의 것이었다.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완벽에 가까웠던 양현종의 투구는 홈런 군단이라 불리는 SK 타선을 추풍낙엽으로 만들어버렸다. 시즌 14승을 올린 양현종은 팀 동료 헥터와 함께 최다승 투수와 에이스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SK는 로맥을 1번 타자로 기용하며 변화를 줬다. 그리고 벤치의 바람처럼 로맥은 1회 첫 타석에서 안타를 쳐냈다. 물론 이 안타는 주전 유격수로 나선 최원준의 허술한 수비가 만들어준 안타이기도 했다. 한동민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고 최정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은 양현종은 정의윤을 평범한 유격수 땅볼로 유도하며 쉽게 이닝을 마무리하는 듯했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제는 평범한 공을 잡고 머뭇거리다 엉뚱한 송구를 해서 점수를 내준 최원준이었다. 최원준은 20살 어린 선수로 성장 가능성이 누구보다 크다는 평가를 받는 신인이지만 이번 경기에서의 수비는 분명 허술했다. 나오기 어려운 실책들이 연이어 나오자 양현종은 따끔하게 후배를 나무랐다.

1회 수비 실책으로 실점했지만, 양현종의 투구는 빛났다. 물론 2회 큰 위기에 빠지기는 했다. 만약 2회 양현종이 실점을 했다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경기 가장 중요한 순간이 바로 2회였다. 2회 시작과 함께 김강민이 유격수 안타로 출루했다.

1회의 아쉬움이 2회에도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양현종은 이재원과 김성현을 잡으며 투 아웃을 잡았지만 이대수를 볼넷으로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로맥마저도 볼넷으로 내보내며 만루를 내준 후 홈런 타자인 한동민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양현종의 위기는 여기까지였다. 이후 양현종의 투구는 SK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양현종이 상대 팀 타자들을 압박하는 사이 기아 타자들은 다시 살아난 타격감을 선보였다. 1, 2회 침묵하던 기아 타선은 4회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서동욱이 볼넷으로 나간 후 2사 상황에 몰렸지만, 유독 실책이 많았던 최원준이 동점 적시 2루타로 수비 불안을 만회했다.

KIA 타이거즈 김주찬. [연합뉴스 자료사진]

곧바로 김주찬이 적시 2루타로 역전에 성공한 후 안치홍의 적시타에 이범호의 내야 안타로 추가점을 이어가며 4-1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베테랑 유격수인 이대수가 실책성 수비를 보여준 것이 대량 실점의 이유가 되었다.

기아는 4회 이명기, 5회 최형우의 솔로 홈런이 터지며 6-1까지 앞서 나갔다. 5회 최형우의 솔로 홈런은 개인 통산 1,000타점의 위업을 만든 한 방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했다. 6, 7회 득점이 없던 기아는 8회 2사 상황에서 이명기와 대타 고장혁이 안타로 나가자 김주찬이 3점 홈런을 날리며 경기를 완벽하게 정리해버렸다. 9-1까지 달아나는 이 한 방은 말 그대로 경기 승패가 뒤집힐 수 없다는 확신을 심어준 홈런이었다.

양현종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2사 후 안타를 하나 내주기는 했지만, 마지막 타자가 된 김강민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올 시즌 첫 완투승을 기록했다. 양현종은 9이닝 동안 104개의 투구수로 3피안타, 7탈삼진, 2사사구, 1실점, 무자책으로 시즌 14승 투수가 되었다.

양현종은 팀 리더로서 가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어린 후배 선수를 따끔하게 나무라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솔선수범한다는 점에서 양현종은 팀 에이스를 넘어선 리더로서 책무를 다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시즌 삼성과 결별하고 100억의 사나이가 되어 기아로 팀을 옮긴 최형우는 여전히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126안타, 23홈런, 89타점, 75득점, 72사사구, 0.368타율, 1.140OPS를 기록하고 있는 그의 기록은 여전히 뛰어나다. 최형우가 기아로 옮기며 타이거즈 타선의 짜임새는 더욱 완벽해졌다. 중심을 잡고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주는 최형우의 존재감은 그렇게 기아의 1위 질주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최악의 시즌을 보낼 것이라 예측되었던 김주찬은 자신이 왜 김주찬인지 연일 증명주고 있다. 초반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며 1할대 타율로 존재감이 사라졌던 김주찬이 다시 돌아왔다. 타율을 0.290까지 끌어올리며 팀 타선을 이끌고 있는 김주찬의 존재감 역시 기아의 우승 레이스를 더욱 가볍게 만들고 있다.

주말 3연전에서 두산과 대결을 벌이는 기아로서는 첫 경기인 금요일 대결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팻딘과 유희관이 선발로 나서는 금요일 경기는 두 팀 모두에게 중요하다. 선점 효과도 있지만 두 투수가 버텨주지 못하면 남은 주말 경기 역시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 경기에서 인생투를 한 팻딘이 두산 경기에서도 좋은 피칭을 해준다면 기아의 선발 라인업은 더욱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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