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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담비 흉내 UCC 저작권 침해 불인정 판결의 허와 실[허민호의 평범한 발작]향유권은 없고, 재산권만 있는 저작권법
허민호 /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0.02.26 10:05

지난해 5살짜리 아이가 손담비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린 블로그 게시물이 게시 중단 조치를 당한 사건이 있었다. 동영상을 올린 당사자는 게시 중단 조치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사)음악저작권협회와 (주)엔에이치엔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번 달 18일 원고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이용자의 향유권을 일부 인정했다는 점 때문에 환영할만한 조치로 평가되고있다. 판결이 난 다음날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어 부당한 삭제 요청에 대해 세계 최초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는 점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규제들을 개선할 여지를 남겼다는 점을 들며 이번 판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무턱대고 환영할 수만은 없다.

   
  ▲ 지난해 8월 25일 참여연대의 '손담비곡 '미쳤어' 인용UCC 삭제한 네이버와 음제협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제기' 기자회견ⓒ권순택  

이번 판결은 결과만 본다면 이용자의 향유권을 보장하는 당연한 조치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그 판결을 이끌어내는 논리(과정)를 들여다보면 이 당연한 권리가 법의 영역에서는 얼마나 당연하지 않은 권리로 여겨지는지, 나아가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권리가 얼마나 누리기 힘든 것인지가 드러난다.

법원은 이번 사건을 “기본권 주체의 표현의 자유 및 문화․예술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상대방 기본권 주체의 저작재산권이라는 기본권과 충돌하는 상황”, 즉 저작물에 대한 생산자의 소유권과 이용자의 향유권 사이의 충돌하는 상황으로 규정하며, 이러한 충돌이 발생할 경우 “저작자와 이용자의 권리의 균형 및 조화를 도모”하고 있는 저작권법을 통해 “조화롭게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법이 “여러 조문에 걸쳐 저작재산권의 제한규정을 두어 저작물을 자유이용할 수 있는 경우를 명문화” 하고 있기 때문에 이와같은 사건의 조화로운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저작권법에서는 보도·비평·교육·연구를 위한 목적 하에서만 저작물에 대한 인용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법원은 “인용저작물이 피인용저작물을 대체할 수 있어 피인용저작물의 시장가치를 훼손”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법원은 문제가 된 게시물이 “원고의 딸의 귀엽고 깜찍한 행동에 대한 기록과 감상, 대중문화가 어린 아이에게 미친 영향 등에 대한 비평 등을 담아 이 사건 게시물을 작성하고 공개한 것으로서 이는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목적에 의한 것”이며, “사건 저작물의 시장가치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시장수요를 대체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여지가 없고, 오히려 이 사건 저작물의 인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기여한다고 볼 수도 있는 점”을 들어 원고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시 말해, 문제의 게시물이 비평의 기능을 하고 있으며, 저작물의 시장가치를 훼손하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얼핏보면 꽤나 관대한 판결처럼 보인다. 그러나 함정에 빠져서는 안된다. 이 판결에서 핵심이 된 것은 비평과 시장가치라는 두 요소이다. 비평에 대해 살펴보자. 문제가 된 게시물에는 아이의 엄마가 가요프로그램도 보지 않는 아이가 이 노래를 어디서 보고 들은 것인지 궁금하다는 글 한 줄이 담겨 있다. 법원은 이 한 줄의 글을 인용하며 “대중문화가 어린아이에게 미친 영향 등에 대한 비평”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즉, 그것에 비평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 엄마의 의문이 간단하지만 비평이라 부를 만한 요소가 담겨 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만약 그 한 줄의 글이 없었다면 이 게시물은 비평이 아닌 것이 되며, 정당한 목적에 의한 인용이 아닌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게시물이 ‘비평 글이냐 아니냐’에 있는 것이 아니다. 법적인 효력을 가지는 보도·비평·교육·연구라는 범주의 글(혹은 다른 매체를 통한 표현물)들이 뚜렷한 척도를 가지고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법원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사건의 계기가 된 게시물이 (법원이 판결문에서 강조했던) “비전문가”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는 점과 그 게시물이 가진 일상적 성격을 고려해 본다면 저작권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게시물의 범위가 얼마나 자의적으로 판단될 수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비평의 기준이 자의적인 것이라면, 따라서 그것이 엄격한 법적 척도가 되지 못한다면 이번 판결의 결정적 근거가 된 것은 시장가치의 훼손 여부에 있을 것이다. 문제가 된 게시물은 손담비가 부른 노래가 발생시키리라 예상되는 수익에 결정적인 손실을 가져다 주지 않았기 때문에 저작권법을 위반하지 않은 게시물이 된 것이다. 이처럼 판결문을 조금만 들여다본다면 이번 사건이 결코 생산자의 저작재산권과 이용자의 향유권 사이의 갈등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이용자의 권리는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었으며, 단지 (자본주의 사회를 성립시키고 유지케 하는 법적 근간인) ‘재산권이 침해되었는가 아닌가’가 문제의 핵심에 기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번 판결은 이용자의 향유권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확장하기 위한 판결도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결과론일 뿐이다. 판결의 결과보다 주의 깊게 보아야 할 점은 그 결과를 이끌어내는 법적 논리(과정)이다. 그 논리 속에는 공유되어야할 문화적 산물들을 하나의 상품으로 전유해 나가는 자본주의적 합리성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 합리성은 법의 이름으로 개개인의 사고 속에 자리잡는다. 각 개인들은 그 합리성 속에서 판단하고 행위하게 된다. 특정한 행위의 근거가 되는 합리성이 시장가치만을 척도로 삼아 형성될 때,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 가치를 판단의 최우선 척도로 놓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변형을 가하며 풍성해지는 문화적 영토를 파괴하는 비합리적인 것이 된다.

허민호 /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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