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KBS 구 여권 이사진이 27일 구 야권 이사진과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퇴장에도 고대영 사장이 임명한 조인석 제작본부장을 신임 부사장으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부사장 임명을 위한 이사회에 고대영 사장이 참석하지 않아 여야 이사진이 불만을 표출하는 등의 논란이 일기도 했다.

KBS이사회(여야 추천 7대4 구성) 다수를 차지하는 구 여권 이사진 6명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조 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임명하는 데 일제히 찬성표를 던졌다. 소수의 구 야권 이사진 3인은 고대영 사장의 이사회 불참, 조 본부장의 부족한 리더십 등을 이유로 표결이 이뤄지기 전에 퇴장했다. 조우석 구 여권 이사는 다른 일정을 이유로 도중 퇴장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고대영 KBS 사장(사진=KBS, 미디어스)

한 KBS 구 야권 이사는 “고 사장은 지난해 부사장 임명 동의를 위한 이사회 때도 참석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불참하는 건 이사회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 현 부사장이 비리나 부정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돌연 부사장 인사를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조 본부장은 부사장으로 임명되기에 리더십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의 이사회 참석할 것으로 알았던 고 이사장이 불참하자 구 여권 이사진들도 당혹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 구 야권 이사는 “여야 이사들 모두 고 사장이 오는 줄도 알고 있다가 안와서 당혹스러워 했다”며 “이인호 이사장이 직접 고 사장 쪽에 전화해서 오라고 했지만 결국,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KBS이사회는 다음달 2일 고 사장이 경영부사장으로 임명한 이종옥 전 KBS 비즈니스 이사에 대한 동의를 위한 이사회를 개최한다. KBS이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고 사장은 해외출장 일정으로 이날 이사회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고 사장과 구 여권 이사진이 신임 부사장으로 조 본부장을 임명 강행한 것을 두고 KBS 내부에선 거센 반발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등 사내 직능단체들로 구성된 ‘고대영·이인호 퇴진을 위한 KBS비상대책위’는 이날 오전 8시30분 이사회가 열리는 호텔 앞에서 ‘고대영 순장조 부사장 임명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조 부사장 임명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고대영·이인호 퇴진을 위한 KBS비상대책위원회’가 27일 오전 8시30분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 정문 앞에서 ‘고대영 순장조 부사장 임명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제공)

‘KBS비대위’는 조 본부장에 대해 “MB정권 출범 이후 이승만 다큐 제작 강행, 정율성 다큐 방송 보류, 황교익 선생 출연 취소 등 제작자율성 침해와 블랙리스트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 전 KBS비즈니스 이사에 대해서는 “KBS 비즈니스 이사 시절부터 고대영 사장에게 줄을 선 측근 인물로, 이 때문에 ‘보은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KBS PD협회는 26일 성명을 내고 “조 본부장은 '본부장이 시사만 잘하면 된다'고 믿는 사람”이라며 KBS 내부에 각종 문제와 논란이 일었을 당시 시사 외 다른 문제에는 눈감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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