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이틀 연속 극적인 연장 끝내기 승리를 거두었다. SK만 만나면 극적인 경기를 만드는 상황은 팬들로서는 행복하다. 새로운 앙숙 관계가 된 기아와 SK는 마지막까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경기를 선보이고 있다. 흥미롭게도 두 경기 연속 연장전에서 김주찬의 2루타가 모두 승리를 이끄는 신호가 되었다.

기아와 SK, 정규 이닝으로 끝날 수 없는 명승부 열전

선발 라인업은 대량 득점을 예상하게 만드는 경기였다. 두 팀 모두 강력한 타격을 앞세운 팀이라는 점에서 타격전이 예상되었다. 물론 지난 경기만큼의 타격전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흥미로운 흐름으로 경기는 이어졌다. 전 경기에서 10회 연장까지 갔던 두 팀은 이번 역시 정규 이닝으로는 부족했다.

기아와 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던 박종훈은 그 어느 때보다 이번 경기 승리 투수가 되고 싶었을 듯하다. 팀이 5연패에 빠져있고 자신 역시 단 한 번도 넘어보지 못한 팀인 기아와 경기에서 승리를 하고 싶은 마음은 강렬했을 테니 말이다. 더욱 상대 투수가 정용운이라는 점에서 승부욕이 커졌을 듯하다.

박종훈의 의지와 달리 기아 타자들은 1회부터 터졌다. 이명기가 안타로 출루한 후 김주찬의 안타가 나오며 이명기가 3루까지 진루했다. 아쉽게도 김주찬이 2루에서 아웃이 되면서 흐름이 끊기는 듯했지만 버나디나가 사구로 나간 후 최형우의 적시타가 나오며 2-0으로 달아났다.

KIA 타이거즈 김주찬 (연합뉴스 자료사진)

흐름 상 추가 득점도 가능했지만, 대량 득점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박종훈이 초반 힘들게 출발한 것과 달리, 정용운은 달랐다. 구속이 빠르지 않지만 제구력이 좋은 정용운은 빠른 승부로 SK 타선을 압도해갔다. 2회까지 스트라이크 비율이 극단적으로 높을 정도로 좋은 승부를 했다.

정용운의 첫 위기는 3회 등장했다. 1사 후 이대수가 안타를 치고, 조용호가 볼넷을 얻은 후 노수광이 안타를 치며 만루 상황을 만들어냈다. 만루 상황에 최정이라면 상대 투수로서는 최악이다. 전날 만루 홈런까지 쳤던 최정을 상대로 정용운은 3루 땅볼을 이끌어 병살로 만루 위기를 넘겼다.

문제는 4회 부터였다. 초반 빠른 승부가 3회 불안함을 보이더니 4회 선두 타자인 로맥에게 안타를 내준 후 정의윤에게 투런 홈런을 내준 것은 아쉬웠다. 홈런 군단인 SK는 어느 타선에서 장타가 터질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대목이었다.

5회 정용운은 다시 한 번 투런 홈런으로 역전을 내주고 말았다. 나주환이 사구로 교체되어 출전한 노수광이 첫 타석 안타에 이어 정용운을 상대로 역전 투런 홈런을 뽑아냈다. 노수광은 5회 말 멋진 외야 수비까지 보여주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9회 초 투입된 KIA 투수 심동섭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전을 당한 기아는 5회 재역전에 성공했다. 박종훈으로서는 첫 타자인 김주찬에게 볼넷을 내준 것이 화근이 되었다. 버나디나를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최형우를 사구로 내주며 안치홍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맞고 말았다. 투아웃 상황에서 이범호의 솔로 홈런까지 나오며 6-4로 역전에 성공했다.

정용운은 5이닝 동안 82개의 투구수로 5피안타, 2피홈런, 1탈삼진, 4사사구, 4실점을 했다. 박종훈은 5이닝 동안 88개의 공으로 7피안타, 2피홈런, 2탈삼진, 4사사구, 6실점을 했다. 두 선발 투수 모두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는 점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선발이 내려간 후 마운드에 오른 박진태는 2개의 안타와 1사사구를 내주며 물러나야 했다. 6-7로 다시 역전을 내준 기아는 6회 말 공격에서 김주찬이 동점 홈런을 날리며 균형을 맞췄다. 두 팀의 타격은 뜨거웠다. 역전을 하면 재역전을 시키는 그 과정 자체가 팬들로서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6회까지 뜨거웠던 타격은 이후 침묵이었다. 기아는 임창용이 2이닝, 심동섭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두 경기 연속 팀 패배를 만들었던 임창용이 이번 경기에서는 무실점 투구를 해냈다. 이번 기아 마운드의 핵심은 심동섭이었다.

부상 후 복귀해 첫 투구를 완벽하게 해내며 승리 투수가 되었으니 말이다. 기아는 10회 끝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2사 후 이범호가 볼넷을 얻어나가고, 한승택이 투수 글러브를 맞고 흐르는 안타를 만들며 분위기를 극대화시켰다. 하지만 대타로 나선 최정민이 3구 3진을 당하며 기회를 놓쳤다. 배짱 좋은 스윙은 좋았지만 삼진으로 물러난 것은 아쉬웠다.

10회 끝내지 못하자 11회 SK는 기회를 잡았다. 1사후 김성현이 안타를 치고 나가고 2사 후 심동섭은 대타로 나선 김동엽을 고의4구로 내보내고 노수광을 선택했다. 이번 경기에서 홈런까지 친 노수광을 선택한 것이 의외였지만 심동섭은 그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으며 위기를 넘겼다.

위기를 넘기니 기아가 다시 기회를 잡았다. 1사 후 김주찬이 2루타를 만들어냈다. 전날 경기에서도 연장에서 김주찬의 2루타가 시작이었다. 김주찬이 2루타로 나가자 SK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버나디나와 최형우를 연속 고의4구로 내보냈다. 만루 작전은 내야 땅볼로 병살로 이닝을 끝내겠다는 의도다.

연장 11회 말 1사 주자 만루 상황에서 KIA 안치홍(오른쪽 두번째)이 끝내기 희생타를 치고 8대7 승리를 이끈 뒤 물세례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만루 작전이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상대가 안치홍이었다는 것이 문제다. 전날 경기에서도 패전 투수가 되었던 박희수는 이번 경기에서도 팀 연패를 막지 못했다. 내야 땅볼이기는 하지만 유격수나 2루수가 아닌 1루수 땅볼이 되며 3루에 있던 김주찬이 홈으로 질주하며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두 경기 연속 김주찬의 연장 승부에서 2루타는 팀 승리를 부르는 요정이 되었다. 부상과 부진으로 힘겨운 시즌을 보내던 김주찬이지만, 이름값을 하는 그는 역시 최강이다. 강력한 2번 타자를 갖춘 기아로서는 강력함의 끝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중이다.

심동섭이 강력하게 돌아왔다는 것은 중요하다. 물론 한 경기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만약 심동섭이 이런 수준의 투구를 보여준다면 기아의 필승조가 될 것이다. 두 경기 연속 연장 승리를 이끈 기아. 양현종이 선발로 나서는 목요일 경기는 기아에게는 유리하다. 스윕패 뒤 기아가 다시 폭발적인 타선으로 다시 연승을 이끌지 궁금해진다. 판은 깔렸고, 명승부는 목요일 경기에도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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