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MBC 간부의 ‘제작자율성 침해’로 빚어진 <PD수첩> ‘제작중단’ 사태가 시사제작국 전체로 번졌다. 시사제작부 소속 기자·PD들이 그동안의 아이템·인터뷰이 검열, 막무가내 전보 조치 등을 고발하며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사측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른 프로그램도 '제작중단'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경제 매거진>, <생방송 오늘아침> 등의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시사제작국 소속 기자·PD들은 26일 성명을 내고 “‘제작중단’에 들어간 <PD수첩>과 함께 시사제작국 구성원 전체의 투쟁을 전개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5일 저녁 시사제작국 소속 기자·PD들의 총회 자리에서 나온 결과다.

시사제작국 소속 기자·PD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공정방송을 말살하려는 경영진의 만행을 더 이상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며 “조창호 국장은 당장 사과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라.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시사제작국 구성원들은 <PD수첩>과 함께, 같은 길을 걸으며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 소속 PD들이 24일 오전 10시 30분 상암 MBC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대법원에서 실형 확정 판결을 받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이야기를 고리로, 한국사회의 노동 문제를 다루려고 했으나, 해당 아이템이 MBC 제작간부에 의해 가로막히자 지난 21일부로 제작중단에 돌입했다.

기자·PD들은 “시사제작국에서 제작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아이템·인터뷰이 검열 등이 행해져 왔으며 막무가내 전보 조치로 프로그램이 무력화 됐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특히, MBC의 대표적인 시사프로그램인 <시사매거진 2580>은 조창호 국장이 부임한 이후 상상을 초월하는 아이템 검열과 취재 방해, 기사 왜곡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성명에는 조 국장 부임 이후 <2580>에서 자행된 아이템 검열 등의 사례들이 담겼다. ▲세월호 인양 아이템에서 전 정권 비판, 세월호 특조위 인터뷰 등 삭제 지시 ▲BBK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 단독 인터뷰 불허 ▲‘비선진료’ 아이템에서 ‘국정원’이란 단어 삭제 등이 그 내용이다.

기자·PD들은 또한 “조창호 국장이 <2580> 무력화를 위해 기존 인력에 대한 대규모 막무가내 전보를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조 국장은 부임 직후인 지난 4월과 5월에 담당 부장과 데스크, 기자 4명을 타 부서로 전보 조치한 바 있다. 기자·PD들은 “(전보 조치된 이들은) 조 국장의 아이템 검열이나 황당한 취재 지시, 기사 전횡에 적극적으로 항의했던 기자들”이라고 지적했다.

기자·PD들은 이어 “이들이 떠난 자리는 2580처럼 호흡이 긴 보도제작물 뿐 아니라 일반 방송 뉴스조차 제대로 제작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로 채워졌다”며 “취재 기자들이 아이템을 발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장과 부장의 입맛에 맞는 아이템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2580> 원자력 발전소, 한미 FTA처럼 예민한 아이템을 최소한의 형식적인 균형도 지키지 않은 채 편향된 방향으로 방송을 내보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