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이 기레기가 된 이유는 5년 전 그 사건 때문이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한 형. 형이 쓴 기사 속에 범인이 존재한다고 확신한 무영은 그렇게 스스로 기레기가 되었다. 국가대표 유도 선수에서 추락한 후 그는 형의 복수를 위해 기레기를 선택했다.

기레기 세상을 구한다
5년 전 시작된 모든 것, 사건의 실체로 향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다

기레기라 불리는 기자들, 하지만 세상 어떤 기자도 자신을 기레기라고 하지 않는다. 그들 중 스스로 기레기가 되기를 원했던 이가 있다. 잔인한 인신매매범인 박응모를 잡기 위해 무영은 부패한 경찰 전찬수를 이용한다. 무영은 수많은 비리를 가지고 있는 전 경위가 박응모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두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무영이 그 잔인한 자를 잡기 위해 적들이 가득한 호랑이 굴로 들어섰다. 그리고 박응모에게 건넨 것은 문양이었다. 자신이 봤던 이 문양은 바로 자신의 형 철호를 잔인하게 죽인 진범이다. 박응모는 알고 있지만 말할 수 없는 인물이다.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는 이 자는 누구인지 그게 궁금하기만 할 뿐이다.

SBS 새 월화드라마 <조작>

한때 잘나갔던 이석민은 대한신문의 미래이기도 했다. 대한신문의 핵심인 스플래시팀의 리더로 거대한 사건을 진두지휘했던 존재였다. 하지만 그는 몰락했다. 무영의 형 철호 역시 석민과 함께 스플래시팀에서 활동하던 인물이었다. 세상 무서울 것 없었던 석민은 거악에 접근하는 순간 붕괴했다.

석민은 검찰과 함께 실종되었던 C&C의 민 회장 사건을 준비했다. 석민은 민 회장과 마지막 인터뷰를 한 인물이다. 그가 가지고 있던 리스트의 일부를 가지고 있다. 확실한 증거 앞에서 이석민과 차연수 검사와 권소라 검사가 함께했다. 차장 검사와 권력자들 등 그 리스트가 공개되는 순간 무너질 수밖에 없는 이들은 너무 많았다.

대한일보의 구태원 상무는 큰 그림을 그렸다. 대한민국 보수 신문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핵심인 구 상무는 석민이 존경하는 선배이기도 했었다. 스플래시팀을 이끌었던 인물이기도 했던 구 상무는 이제는 거악이 되어 있었다. 자신과 조직을 무너트리려는 석민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SBS 새 월화드라마 <조작>

웃으며 기사를 보호하겠다고 했지만 구 상무는 자신을 누르려는 자들을 두고 볼 생각은 없었다. 자신의 통제권을 넘어서는 자를 그대로 두면 후환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 전체를 이끌고 있다는 이너서클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후배를 버렸다. 그리고 진실도 가둬버렸다.

문제는 이 거대한 음모를 기획하고 만든 것이 바로 무영이 그토록 사랑하는 형 철호였단 점이다. 리스트를 가진 민 회장을 '루이체 치매' 환자로 둔갑시켜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증거가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렸다. 대한일보를 통해 특종이 된 민 회장 리스트 기사는 그렇게 하루가 다 지나기도 전에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말았다.

가짜 증명서와 의사까지 동원되어 완벽한 자살로 위장되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이들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잘나가던 국가대표 유도선수인 무영이 어느 날 갑자기 불법 약물 투약자가 된 것은 거대한 힘을 가진 홍 감독의 승부조작 사실을 밝힌 죄였다.

SBS 새 월화드라마 <조작>

보복을 당한 무영은 자신이 잘못한 게 없으니 누명은 벗겨질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 가장 가까운 사람까지 외면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전부이기도 했던 형이 죽었다. 형이 죽기 전 그 기사를 써서는 안 되었다는 말은 무영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조작>은 모든 비밀을 드러내고 시작했다. 무영이 5년이 지난 후까지 지독할 정도로 찾는 범인만 숨겨져 있을 뿐 그가 공격하려는 대상이 누구인지는 너무 명확하다. 온갖 잔인한 짓을 다하는 실행범이 누구인지도 중요하게 다가오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다는 이너서클의 존재다.

무영의 복수는 결국 그 이너서클의 실체를 드러내고 정의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존재들은 많다. 그저 청와대를 오가는 5년짜리 권력이 아닌 수많은 권력은 자신들이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SBS 새 월화드라마 <조작>

하지만 수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는 정보화 시대는 언론의 독점적 지위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정보가 좀 더 보편화되면서 권력은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변화는 지난 광장의 촛불이 잘 증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거대한 세력은 존재하고, 그들은 이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는 이너서클이라 자청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조작>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색다르다는 느낌은 덜했지만 그 안에 품고 있는 사회적 문제는 분명 의미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드러내고 시작한 이야기. 이는 이후 이야기가 보다 치열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작부터 등장한 거악, 그 거악의 존재를 조금씩 드러내며 그들을 향해 직진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효과적이고 흥미롭게 이어질 수 있는지가 <조작> 성공의 관건이 될 듯하다. 첫 회는 나름 가능성을 보였지만, 2회 전개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상황은 전혀 달라질 수도 있어 보인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