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고 있는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두 명의 대한민국 여자 선수들이 한국 수영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 수영 선수로는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세계선수권 결승 진출자가 된 안세현(SK텔레콤)과 김서영(경북도청)이다.

한국 여자 선수로서 2005년 캐나다 몬트리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배영 50m의 이남은이 결승에 진출한 이후 12년 만의 세계선수권대회 결승 진출이기도 하다.

우선 안세현은 24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여자 접영 100m에 출전해 준결승에서 이날 57초15의 기록으로 전체 6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이날 안세현의 기록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존 한국 신기록(57초28)을 0.13초 단축한 한국신기록이었다.

'한국 여자수영의 간판' 안세현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리고 다음날인 25일 열린 결승에서 안세현은 57초07의 기록으로 전체 8명 가운데 5위에 올랐다. 전날 자신이 작성한 한국기록을 또 다시 0.08초 단축한 한국 신기록으로 세계 5위를 차지한 것.

이로써 안세현은 한국 선수로서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접영 결승 무대를 밟은 최초의 선수이자 한국 여자 선수의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사상 최고 성적을 올린 선수가 됐다.

개인혼영 200m에 출전한 김서영은 16명이 겨룬 준결승에서 2분09초86의 기록으로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 기록(2분10초23)을 갈아치우며 전체 5위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작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개인혼영 200m 준결승에까지 진출했던 김서영은 이로써 자신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남은 결승에서 어떤 성적을 올리느냐에 따라 안세현이 새로 쓴 한국 수영의 역사는 다시 한 번 새로워질 수 있다.

안세현이 이번 대회 접영에만 출전하는 것과는 달리 김서영은 배영에도 출전한다.

김서영은 지난 5월 14일 김천실내수영장에서 열린 2017 국제대회 수영(경영) 국가대표 선발대회 여자 배영 200m 결승에서 2분11초12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김서영의 기록은 임다솔이 지난 2015년 전국체전에서 수립한 종전 한국 기록(2분11초16)을 0.04초 단축시킨 한국신기록이자 이번 세계선수권 여자 배영 A기준기록(2분11초53)을 통과한 기록이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 힘껏 헤엄치고 있는 김서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개인혼영에서뿐만 아니라 배영에서도 김서영이 결승에 진출한다면 이미 경사가 난 한국 수영에 경사가 이어지게 되는 셈이다.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거의 모든 언론의 관심은 6년 만에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노리는 박태환에게 쏠려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금지약물 복용 스캔들로 기나긴 징계 기간을 감내해야 했고, 잘못 만들어진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발목을 잡힌 것도 모자라 리우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라는 사실상의 협박에까지 시달리는 등 천신만고 끝에 다시 나선 올림픽 무대였지만 전 종목 예선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 앞에 분루를 삼켜야 했던 박태환이 모든 역경을 딛고 다시 한 번 세계 정상에 우뚝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박태환은 주종목인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라이벌이었던 쑨양(중국)에게 3초 이상 뒤진 기록으로 메달권 밖인 4위로 경기를 마쳤다. 재기의 희망을 봤다고는 하지만 분명 예전 같지 않은 모습임을 부인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박태환이 은퇴한 이후를 떠올리며 한국 수영의 암담한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김서영과 안세현의 존재감이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한국 수영은 ‘포스트 박태환 시대’에 대한 희망과 꿈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한국 수영 새 이정표 세운 안세현과 김서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여기서 타이밍이 참으로 절묘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차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의 개최지가 다름 아닌 대한민국의 광주라는 사실이다. 오는 2019년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 수영선수권 무대는 한국 경영이 ‘박태환의 시대’를 지나 김서영, 안세현이 지배하는 ‘여인천하’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박태환에게 기대를 걸겠지만 그에 못지않은 무게로 김서영과 안세현을 기억하고 응원하게 될 것이다.

현재 부다페스트에서 보여주고 있는 김서영과 안세현의 성장세를 보고 있노라면 이들이 광주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메달을 따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수영은 다이빙에서 우하람이라는 확실한 간판을 얻었다.

그렇다고 본다면 광주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수영은 결코 들러리가 아닌 당당한 호스트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류위조로 유치한 세계선수권이 한국 수영의 새 희망을 확인시켜 줄 무대가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된 상황은 아이러니하지만 어쨌든 김서영이나 안세현은 이번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의 의미 있는 성취를 자양분으로 ‘광주의 꿈’을 꾸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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