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법원이 KBS가 ‘길환영 전 사장 출근저지투쟁’을 벌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소속 집행부·조합원들에게 내린 징계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는 지난 21일 언론노조 KBS본부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정직처분 등에 대한 무효소송 판결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법원은 “법원은 조합원들이 출근길 투쟁에 나선 행위는 비록 폭력이 수반된 업무 방해 행위”라면서도 ▲사장이 해임될 만한 사유가 원인이었던 점 ▲보도개입 중단 등 공정보도 촉구의 의도라는 점 ▲반드시 중징계 처벌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점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이뤄진 점 등을 들어 징계 처분이 위법하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5월1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길환영 당시 KBS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모습(사진=언론노조 KBS본부)

또한 법원은 “KBS는 국가기간방송사로서 국민들로 하여금 최대한 언론의 자유를 향유하게 하고 건전하고 민주적인 여론을 형성해 이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하며, 방송종사자의 제작활동에 대한 방송경영진의 부당한 지시나 개입으로부터 방송종사자를 보호하는 절차와 방법 등을 마련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이어 “방송종사자인 원고들(직원들)은 방송의 자유를 실현하는 주체이자 공정방송의무의 부담주체로서 방송의 공정성과 자율성이 침해될 우려가 발생하는 경우 방송의 공정성과 자율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24일 성명을 내고 법원의 판결에 대해 “법원은 정의를 다시 확인해줬다”며 “법원의 판결문들은 일관되게 ‘경영진의 부당한 지시나 개입으로부터 방송종사자를 보호’해야하고, ‘방송의 공정성과 제작자율성을 지키는 것은 방송종사자의 권리이자 의무’임을 확인하고 있다. 이처럼 법원도 다 알고 있는 방송의 기본, 저널리즘의 원칙을 사측 경영진만 ‘나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고대영의 사측은 아마도 징계의 원인 자체가 무효는 아니기에 향후 항소를 통해 자신들의 중징계가 옳았음을 다시 확인하려 할 것”이라며 “사측은 판결문에 적힌 판사의 주문과 의도를 잘 파악하고, 이번 징계무효 판결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항소를 포기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15년 7월 조대현 전 사장은 언론노조 KBS본부 당시 권오훈 본부장, 함철 부본부장과 이경호 전 언론노조 수석부본부장 등 전현직 간부 6명에게 정직 4월, 평 조합원 4명에게 각각 정직 2월(2명)과 감봉 6월, 5월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길환영 전 사장 퇴진을 위한 출근저지투쟁에 나섰다는 이유였다.

현재 이들은 형사소송도 다투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업무방해 및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노조) 권오훈 전 본부장 등 8명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권 전 본부장은 벌금 1천만원, 함철 전 수석부본부장 및 김성일 전 사무처장은 700만원, 나머지 5명은 각 500만원의 벌금형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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