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가 서비스 하고 있는 아이폰-3GS
요즘 집안이 뜨겁다. 애플을 두고 중딩과 엄마의 힘겨루기가 그렇다는 말이다. 보암직하거나 먹음직한 사과 한 알에 모녀가 목숨 건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다. 요즘 뜨는 아이폰의 이야기다.

연아폰이 아이들 교실을 강타할 때만 해도 버틸만해서 ‘부모노릇 하기 참 힘든 세상이다’라며 그냥 삼켜버렸다. 잠시 잠잠하더니 스마트폰의 순기능이 모든 매체들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내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해서 호기심 천국인 중딩의 강렬한 소유욕이 단순한 통신 기계에 있지 않음을 인정해 줘야만 했다.

요즘 중딩들에게 축하해야 할 가장 큰 사건은 아이폰 개통 이란다. 내가 살고 있는 신도시 천당 아래 동네는 유행에 참으로 민감하다. 중상층 이상의 부모들이 아이 하나를 최고로 키우고 싶어 안달이니 좀 무리를 하더라도 아이들의 욕구를 기죽지 않을 만큼 제때에 충족시킨다. 낡은 공짜폰에 찍히는 친구 아이폰 개통 자축문자에 우리집 중딩의 우울증은 날마다 더해 갈 뿐이다.

지난 18일 밤 우리집 중딩 지름신 부으심을 받고 말았다. ‘MBC 뉴스후플러스-애플의 역습’을 열심히 보고 있는데 TV앞을 지나던 중딩의 눈이 꽂히고 말았다. 내 눈은 우리 기업의 윤리적 나태함이 IT강국의 자리를 내놓았다는 비판에 머물렀고 우리집 중딩은 아이폰의 혁명적 기능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지난 주말 애플의 역습으로 집안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중딩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투쟁에 돌입했다. 단식과 학원결석에다 신종플루 때 사용했던 마스크까지 꺼내서 입에 걸었다.

이쯤이면 엄마의 본능은 아이와의 타협을 시도하지만 현실은 허락치 않는다. 질주하는 통신기술과 빠르게 진화하는 콘텐츠 속에 넘치는 정보는 값을 치르고 누리는 당연한 권리를 넘어서 우리집 사정상 접수가 안 되는 얘기다.

우리집 중딩은 여의치 않는 부모의 경제력 때문에 권리를 소외받는 이 땅의 모든 중딩들을 대변하고 엄마는 특판에 24개월 약정할부에도 타협할 수 없는 이 땅의 가난한 엄마들을 대변하면서 전선은 더욱 장기화 될 전망이다.

그러나 전선의 장기화는 사춘기 중증인 중딩에게 치명적일지도 모른다. 해서 잔머리 굴리는 엄마, 잠든 중딩의 책상에 스콧 니어링의 자서전을 놓아둔다. 그 위에 노오란 포스트잇 한줄 편지를 더했다. “네 호기심을 하늘과 산과 바다, 자연 속에서 누려봐. 사랑하는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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