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최고의 버라이어티였던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가 여러 악재를 넘어서지 못하고 급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최고 아이돌들을 투입해 시작된 <패떴 시즌2>에 대한 기대는 우려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언론플레이와 아이돌들을 전면에 내세운 그들이지만 유재석과 이효리의 부재가 얼마나 큰지만 보여준 시작이었습니다.

중심이 사라진 패떴은 위험하다

1. 가장 시스템 독 품은 사과

그들의 시작은 시즌1과 같이 집합 장소를 알려주고 모이는 형식이었습니다. 시즌이 바뀌며 달라진 건 거점이 되는 스타들이 다른 멤버들을 태워 지정된 장소로 향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첫 만남의 어색함을 줄이기 위해 제작진이 마련한 이 방식은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사전에 가질 수 있어 좋은 시도였다고 봅니다.

오늘의 목적지인 곰배령은 버스를 이용해 이동해 준비된 베이스캠프에서 시즌1에서도 행했던 정해진 그날의 일정을 소화하며 게임을 진행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이라고는 하지만 새로움을 찾아볼 수 없는 <패떴 2>에는 전체를 이끌고 나갈 중심축이 부재했습니다. 중심 없이 흔들리며 서로만 바라보는 그저 그런 방송인 <패떴 2> 첫 회는 유재석의 부재만 절실하게 만들었습니다. 7명이나 되는 멤버들을 이끌어나갈 리더의 부재는 <패떴 2>의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패떴 1>과 달라진 점이라면 출연진들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패떴 2>만의 뚜렷한 아이덴티티를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좀 더 '1박2일'을 닮아갔고, 여러 가지 버라이어티에서 익숙하게 봐왔었던 방식들을 차용한 그들의 방송에서는 독특한 매력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중심을 잡아주던 유재석의 부재가 얼마나 큰지는 제작진들이 더욱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내민 방식이 '가장 시스템'이었습니다. 7명의 멤버들이 뽑은 한 명이 그날의 가장이 되어 패밀리를 이끌어가는 방식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보여 지지만 장점과 단점을 고루 가지고 있었습니다.

솔직하게 유재석을 대체할 인물이 없음을 인정한 그들의 선택은 현명했습니다. 이런 부재를 품앗이 하듯 메워 간다는 전략은 좋으나 잘못하면 중구난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멤버들의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한 번씩 가장이 된 이후에는 식상함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혹은 재미를 강조하다보면 '가장 시스템은 왕 게임'으로 흐를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매 회 다양한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독을 품은 사과 같은 느낌은 이 방식이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구심점이 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아직 <패떴 2>에서는 확실한 리더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는 가능성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타고난 한계로 그들을 옥죌 수도 있습니다.

2. 아이돌과 노장에 끼인 윤상현의 역할

<패떴 2>는 멤버 구성을 통해 그들이 하고자 하는 방식을 모두 보여주었습니다. 아이돌 삼인방과 예능인 삼인방에 연기자 1인이라는 정박에 엇박을 끼워 넣음으로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재미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택연, 조권, 윤아'로 이루어진 아이돌 라인은 <패떴 2>가 시청률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히든카드입니다. 최고 인기 그룹 멤버들을 버라이어티에서 본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될 수밖에 없기에 그들에게 거는 기대는 지대합니다.

그런 기대감이 커서인지 리더 부재인 <패떴 2>의 새로운 시스템인 '가장 시스템'의 첫 번째 적임자를 택연이 맡았습니다. 이는 무모하지만 의미 있는 도박이었습니다. 첫 회가 가지는 상징성과 주목성에 누가 해도 어설플 수밖에 없는 가장을 돈독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택연이 맡았다는 것은, 큰 우산을 쓰고 시작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김원희, 지상렬, 신봉선'으로 이어지는 노장들은 <패떴 2> 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자임해야 합니다. 오랜 시간 예능 프로그램을 누벼왔던 그들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주느냐는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버라이어티 신인들이나 다름없는 아이돌 삼인방과 연기자 윤상현의 예능 감을 극대화하고 전체를 아우르는 능력은 바로 이들 예능 삼인방에서 나올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첫 회의 어색함과 낯설음을 메워줘야 할 그들 스스로도 어색해하는 모습 속에서 <패떴 2>의 밝은 미래보다는 힘겨움만이 보였습니다. 은근히 기대했던 지상렬과 신봉선의 역할은 기대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스스로도 중심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몸에 익숙한 보조 MC 스타일을 벗어 던지지 못한 그들에게는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시작과 함께 제작진이 부여한 관계들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방식이 아닌, 제작진들이 만든 캐릭터와 관계들을 시청자에게 주입시키는 형식이라 아쉬웠습니다. 시작과 함께 편이 나뉜 아이돌 삼인방과 예능 삼인방이 벌인 의도적인 윤상현 왕따 시키기는 다음 주 몰카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형식은 아니었습니다.

장기 자랑에서 보여 준 신봉선의 엽기적인 처키 분장이 그나마 오늘 <패떴 2>에서 맘껏 웃을 수 있는 유일한 장면이었습니다.

첫 회부터 궁지에 몰아넣은 윤상현은 중요한 인물이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7인제에서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중간자적인 입장에 서있으며, 그의 역할에 따라 <패떴 2>에 대한 호불호가 달라질 수도 있기에 향후 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윤상현이 유재석의 몫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중심을 잡아주는 캐스팅보드로서의 역할을 빨리 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돌 삼인방과 예능 삼인방은 그들만의 존재감으로 이미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연기자로서 첫 예능 출연으로 낯선 기대감에 극단적인 상황에 몰린 윤상현을 어떤 식으로 이끌어내고, 윤상현 스스로 자신의 존재감을 어떤 방법으로 표출해내느냐는 <패떴 2>로서는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그의 존재감이 명확해지면 해질수록 <패떴 2>의 재미는 더해질 수 있습니다. 유재석과 이효리라는 막강한 트윈체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그들이 택한 '가장 시스템'의 왕 게임으로 흐르지 않고 재미를 더할 수 있는 방법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윤상현의 예능 감 회복에 달려있습니다.

이제 첫 방송을 했는데 많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아이돌들의 출연만으로도 행복할 것입니다. 아쉬운 것들도 많지만 그만큼 가능성도 보였던 첫 회였습니다. 명수옹이 무도에서 이야기했듯 자리를 잡으려면 최소한 3주는 해봐야 한다고 이야기하듯 이제 첫 발을 내딛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일 것입니다.

독보적인 메인을 버리고 서로가 힘을 합해 만들어가는 방식을 택한다면 캐스팅보드를 쥔 윤상현의 예능감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패떴 2>가 되었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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