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종합편성채널 도입의 근거인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법 개악이 오는 7월 22일로 8년째가 된다. 당시 정부 여당은 종편을 두고 갖가지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재의 종편은 장밋빛 전망과 무관한 논란의 대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섰고 미디어 정책에 대한 변화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또한 종편을 중심축으로 미디어법 개악의 파장을 되돌릴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에 종편의 지금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인 2009년 7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이 발의한 방송법과 신문법 등 언론 관련 법안이 통과됐다. 한나라당의 법안은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편성영역에서 그동안 승인되지 않았던 신규채널의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었고, 지금까지 금지되었던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를 허용함으로써 일간신문과 뉴스통신 등이 방송사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당시의 법안은 통과됐지만 대리투표와 재투표의 의혹이 제기됐고, 야당의 효력정지가처분 신청과 권한쟁의 심판청구로 그 법적 효력이 불확실했다. 그러나 2009년 10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절차상의 위법을 인정하면서도 법의 무효는 인정하지 않는 모순된 판결을 함으로써, 한나라당의 안대로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009년 7월 22일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날치기 당시의 국회 본의장 모습(미디어스)

당시 법안은 방송뉴스 채널(지상파, 종합편성·보도채널)의 1인(특수관계인 포함) 소유지분 상한선 30%를 40%로 완화하였고, 이들 채널에 대한 대기업 신문 통신의 소유가 금지되던 규정을 폐지했다.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소유를 10%까지, 신문과 대기업의 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소유를 30%까지 허용했다.

또한 외국자본의 지상파방송에 대한 소유 금지는 유지됐으나, 종합편성채널 20%, 보도전문채널 10%의 소유는 허용됐고, 지상파방송과 케이블 SO의 교차소유 및 겸영 금지가 삭제됐다. 신문법에서도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은 상호 겸영할 수 없으며, 방송법에 의한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 겸영금지(15조2항) 규정이 삭제됐다.

그러나 많은 현업 언론인들과 시민사회는 개정안이 보수적 성향의 언론에 의한 여론 독과점과 광고시장의 과열경쟁 등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며 관련 개정안을 ‘언론악법’ 혹은 ‘미디어 악법’이라고 명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부 여당은 이러한 개정안들을 통해 △사양화 길을 걷고 있는 신문 산업의 성장 동력 확보 △글로벌 미디어그룹의 육성 △방송 산업에서 지상파 독과점 해소 및 경쟁체제 도입 △신규 일자리 2만여 개 창출 등을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간략히 말하면, 결국 방송과 신문으로 대표되는 미디어 산업의 활성화와 이를 통한 긍정적 파급효과를 추구했다는 것이다.

미디어 산업의 활성화? 종편만의 양적 성장

2009년 신문법과 방송법 등 개정안이 미디어 산업 활성화를 추구했다면 이는 철저한 실패의 결과로 나타났다. 신문이나 방송 산업이 향상된 근거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문의 광고비는 2011년 17,092억 원에서 매년 하락하여 2015년 14,600억 원에 이르렀고, 같은 기간 신문의 매체별 광고점유율도 17.9%에서 14.7%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문의 구독률 및 열독률도 각각 24.8%에서 14.3%, 44.6%에서 25.4%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존의 방송매체의 매출 역시 대동소이하다.

지상파 방송사의 동일기간 방송매출 평균 증감률은 1.2%로 크게 성장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지상파 3사의 광고 매출 점유율은 동일기간 매년 하락했다. 지상파 3사 및 계열PP의 시청점유율 역시 2011년 71.8%에서 58.2%로 하락했다.

반면, 종합편성채널의 성장이 눈에 띈다. 종편의 성장은 각종 계량화된 지표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우선, 종편 PP의 방송사업 매출액은 개국 이후 매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전체 종편 PP의 매출액은 2011년 846억 원에 달했으나 매년 증가하여 2015년 5,321억 원에 달하고 있다. 영업손실 역시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각 종편 모두 동일한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TV조선의 경우, 2015년 유일하게 흑자로 전환되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PP 유형별 방송매출 추이를 살펴보더라도, 종편의 매출증가율이 33.0%로 가장 높은 증가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종편의 시청률 상승세도 비교적 명확하게 나타난다. 종합편성채널 4사의 연도별 시청점유율은 2011년 0.3%(12월 1달분만 산정)에서 2012년 5.0%, 2013년 8.9%, 2014년 11.8%, 2015년 13.9%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14년 대비 ’15년은 채널A(0.9%), MBN(0.7%), JTBC (0.3%), TV조선(0.2%) 모두 상승하였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원인은 다양하게 찾을 수 있다. 언론악법을 바탕으로 설립된 종편에게 실제 개국하면서 더해진 각종 제도적 특혜 등 비대칭규제, 그리고 종편 개국 후 진행된 지상파 방송의 저널리즘 기능 상실로 대표되는 지상파의 몰락 등 종편 내·외적인 요인들이 분명 작용했다.

언론악법을 근거로 한 종편 도입 논의가 한창일 때, 대표적인 근거는 ‘다양성’이라는 명분이었다. 가령, 저널리즘에 있어서 다양성은 대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성의 전제조건이다. 하나의 텍스트가 공정하기 위해서는 두 개 이상의 관점, 의견, 주장을 전개하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미디어 다양성(diversity)의 파괴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다양성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 아니 오히려 훼손했다는 평가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론 신규 방송사 4개가 설립되었으니, 복수성의 개념에 가까운 다원성(plurality : the state of being plural, 하나 이상이 되는 상태) 측면은 일정부분 달성되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종편 4사가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의 공급 과잉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시사 보도 프로그램의 다원성은 충족(?)되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다원성의 충족도 딱 여기까지다. 이는 특정 장르에 치중한 다원성 충족으로, 타 장르의 입장에서 보면 다원성도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종편의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패널은 소위 보수성향 가까운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고, 프로그램의 포맷이나 다루는 주제들도 극히 제한적이다.

주로 대담 혹은 토론의 이름으로 보수성향의 전문가 패널들과 정치 이슈를 이야기하는 수준의 스튜디오 제작물들이다. 즉, 다양성(diversity : the condition of being different or having differences, 차이가 있거나 차이들을 갖는 상태)이라는 가치는 절대 달성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종편에서 나타난 막말, 오보, 편파 방송은 이제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수준이다.

결국 2009년 언론악법은 당시 정부에 비판적인 지상파 방송을 견제하기 위한 종편의 탄생과 성장으로 귀결되었을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미디어스, MB가 종편 만든 이유 나왔다 참고). 게다가 현 KBS, MBC 등 공영방송의 상황을 고려하면, 언론에 있어서 다양성의 가치는 오히려 더 후퇴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이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도 새로운 정부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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