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천안문의 별' 류샤오보가 지난 13일 세상을 떠났다. 류샤오보가 눈을 감은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는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정부는 특별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한국 정부가 내놓은 입장은 외교부 브리핑에서 기자의 질문 끝에 나온 것으로 류샤오보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은 형식적 애도뿐이다.

▲생전의 류샤오보(왼쪽)와 부인 류샤. (연합뉴스)

19일 한국기자협회와 국제언론단체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류샤오보와 중국 민주화 운동을 함께 한 우얼 카이시 RSF 명예 이사는 "중국 정부는 류샤오보가 가석방돼 치료를 받았다고 하지만 류샤오보는 암 말기였다. 류샤오보는 중국 정부에 의해 암살된 것"이라면서 "향후 우리가 류샤오보의 아내를 구하는 데 실패한다면 류샤오보에게 미안함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얼 카이시 명예이사는 "이번 사태에 모든 민주주의 국가는 책임이 있다"면서 "한국도 민주주의 국가"라고 한국 정부의 책임있는 대처를 촉구했다.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 RSF 명예 이사도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은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고, 인권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문제 해결에 동참해 준다면 매우 감사할 것"이라면서 "인권에 대한 의무는 자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의식하고 참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전세계적인 류샤오보 추모 물결이 일고 있는 가운데서도 아직까지도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한국 정부와 맥락이 닿아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나는 시민권리와 사상·표현의 자유를 위해 용감하게 싸운 투사, 류샤오보를 추도한다"고 밝혔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와 가족, 친구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했다"면서 "시인이지 학자이며 용감한 운동가였던 류샤오보는 민주주와 자유를 추구하는 데 삶을 바쳤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정부는 류샤오보 사망에 대한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물론 입장을 내놓기는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입장을 내기는 했었다"면서 "질문이 나왔을 때 대변인께서 답변을 한 것을 통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입장을 내지 않은 것은 아니다"면서 "입장을 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가 당시 브리핑 질의응답 시간에 한 기자의 질의에 마지 못해 꺼낸 답변의 내용은 이렇다. "우리 정부는 그가 걸어온 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의 영면을 기원하며 유가족에게도 애도의 뜻을 전한다" 자발적으로 내보낸 진정성있는 추모 메시지라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16일자 중앙일보 9면에서 유지혜 기자는 <류샤오보 사망에 침묵하는 문재인 정부> 취재일기를 통해 "그의 사망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 외교부에 물었다. '검토 중'이라거나 '고심 중'이라는 답이 종일 반복됐다"면서 "저녁이 돼서야 나온 정부 입장은 간단했다. 그가 걸어온 길에 대한 설명이나 평가는 없었다. 류샤오보의 이름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이란 시각이 제기된다. 지난 2010년 류샤오보를 노르웨이 노벨평화상위원회가 수상자로 선정했을 때, 노르웨이는 중국으로부터 연어 수입 금지 보복 조치 등을 당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세계 각국에 노벨상 시상식에 참여하지 말 것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 정부가 사드 보복과 북핵 문제 등으로 가뜩이나 중국과의 외교 관계가 예민한 상황에서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류샤오보의 죽음에 침묵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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