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훌쩍 지났다. 우리 국민들은 어쩌면 생전 처음인 일들을 겪고 있을지 모를 두 달을 꿈처럼 보냈다. 그 두 달의 하이라이트는 1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책콘서트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18기념식을 시작으로 달라진 KTV 중계시청 열기는 계속 뜨거웠고, 그런 기대에 부응하듯 정부의 정책보고회치고는 너무도 세련된 전개에 오히려 국민들은 놀라는 반응이었다. TED강연도 아니고, 스티브잡스의 아이폰 발표회도 아닌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 ‘정책콘서트’였다라는 네티즌들의 감탄이 터져 나왔다. 속된 말로 국민들은 ‘국뽕’에 취한다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형식만 그럴싸한 것이 아니라 내용은 더욱 알찼다. 전 정부가 망쳐놓은 규모가 어마어마해서 도저히 5년 안에 복구가 가능할까 싶은 대한민국이지만, 문재인 정부가 그 짧은 시간에 마련한 향후 5년의 청사진은 화려함보다는 탄탄하고 쫀쫀한 내실에 초점을 맞췄다. 무엇보다 촛불의 시대정신을 모든 가치의 위에 둔 것에 주목하게 된다. 촛불시민들의 최대 관심과 염원을 고루 녹여냈다.

‘국민이 주인인 정부’의 4대전략이다. 국민주권의 촛불민주주의 실현, 소통으로 통합하는 광화문 대통령,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 권력기관의 민주적 개혁 등이다.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동력과 지향을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게, 오히려 더욱 공고하게 확립한 내용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촛불시민에서 촛불정부로” 정도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촘촘히 짜인 100개의 국정과제는 가히 새로운 대한민국의 꿈을 꿔도 좋을 만 했다.

1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참석 의원들이 예결위 추경관련 예산 본회의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정작 문재인 정부의 현실은 바쁜 마음과 달리 몸은 무겁기만 하다. 한겨울 광장을 밝힌 촛불은 정의였지만, 그 안에는 도탄에 빠진 민생의 아우성이 왜 없었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기간에도, 당선이 되어서도 ‘일자리 정부’의 위상을 그토록 강조했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러나 야당들은 정부 발목을 붙잡을 생각 말고는 없어 보인다. 정부가 ‘재난에 준하는 상황’이라는 청년 실직을 내세워 호소해도 야당은 꿈쩍도 않고 있다.

7월을 넘기면 의미를 잃는다는 추경은 ‘인사와 추경 연계 없다’는 방침에서 대통령이 한 발 물러서 조대엽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받아들였음에도 추경과 정부조직법 처리는 아직도 요원한 상태다. 흔히 말하는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기초적인 민주주의적 협의의 원칙도 통하지 않는 것이다. 약속을 지킬 거라는 믿음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그런 와중에도 국회에서는 엉뚱하게도 개헌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변함없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의원내각제로 해결할 수 있다고 호도하는 내용이다. 이 대목에서 국민들은 두 번 절망한다. 현재의 정부와 국회의 무의미한 힘겨루기를 통해 다른 것은 몰라도 의원내각제 하면 나라가 큰일 나겠다는 위기감 때문에 절망하고, 그런 국민들의 정서에는 아랑곳 않고 자기 욕망에 도취된 국회의 몰염치함에 다시 절망한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자료사진)

상황인식이 되지 않는 건지 민심이나 여론 따위는 개의치 않는 것인지, 문재인 정부 출범 두 달이 지나도록 정치나 정책 어느 분야에서든 무능하고 무책임한 모습만 보이고 있으면서 그런 의원들이 모든 권력을 갖는 의원내각제를 하자고 한다. 과연 내년 6월 개헌을 해야 하는지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이, 시민이 세웠다. 대통령은 언제 어디서든 국민이라면 버선발로 달려가 반긴다. 해외순방 때에는 정비사들에게 90도로 인사를 하는 대통령이다. 도대체 이런 대통령과 그 대통령의 발목을 꼼짝 못하게 붙잡고 있는 국회 둘 중 누가 제왕적인가는 너무도 명백하다.

지난 9년의 적폐는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병들게 했다. 망가지는 것은 빠르지만 회복은 정말 더딘 것이다. 5년 중 두 달일 뿐이라고 가벼이 생각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 제왕적 여소야대를 악용하는 국회로 인해 소모되고 있다. 이 생떼 국회가 지난 두 달 동안 대한민국에 남긴 유일한 선행은 내각제만은 절대 안 된다는 증명뿐이었다. 지금 국회는 견제와 방해를 구분 못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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