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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덩케르크’, 각자도생에 가까운 생존담...살아남는 것 자체가 위대한 일[블로그와] 박정환의 유레카
박정환 | 승인 2017.07.19 11:19

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순간을 언급해보라고 한다면 필자는 서슴없이 연합군이 덩케르크에서 철수할 때 왜 히틀러가 독일 기갑부대에게 공격을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는가 하는 점을 꼽을 것이다.

당시 영-프 연합군은 동서남 삼면이 독일군에게 포위돼 있던 상황이라 독일군이 마음만 먹었으면 얼마든지 코너에 몰린 연합군을 유린하고도 남았을 형국이었는데 갑자기 히틀러가 공격 중지 명령을 내린 것이다. 

만일 당시 히틀러가 기갑부대에게 덩케르크 진격 중지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면 우리가 잘 아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불가능했을 것이고, 영어 대신 독일어를 세계 공용어로 쓰는 세상에서 살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덩케르크 철수 작전인 ‘다이나모 작전(Operation Dynamo)’을 통해 살아남은 연합군 병력이 이후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투입될 수 있는 것이었기에 연합군의 덩케르크 철수, 다이나모 작전은 그만큼 의의가 있다. 즉 연합군의 반격이 될 노르망디라는 지렛대가 가능하게 만든 작전이, 덩케르크에 고립된 연합군 338,226명이 영국으로 철수하는 작전이다.

영화 <덩케르크> 스틸 이미지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덩케르크’는 그동안 미국을 위시한 연합군 국가들의 승리를 부각시킨 승전 영화의 패턴과는 다른 양상의 영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연합군의 승전을 고양하는 대신에 덩케르크에서 연합군이 얼마만큼 영국으로 도피하기를 바랐는가 하는, 다른 양식의 전쟁영화를 크리스토퍼 놀란은 묘사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승전보 대신 ‘작전상 후퇴’가 병사 개개인에게 얼마나 소중한가를 묘사한다. 연합군이라는 ‘집단의 승리’ 대신에 놀란 감독은 연합군 개인이 어떻게 독일군의 수마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었나 하는, 각자도생에 가까운 ‘생존담’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기존 연합군의 승리를 묘사하는 2차대전 영화와 극명한 차이점을 갖는다.

영웅적인 연합군의 활약상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연합군이 죽음의 마수를 피하기 위해 어떻게 각자도생의 길을 걷는가 하는 플롯을 견지하는 ‘덩케르크’는, ‘생존에 관한 이야기’라는 관점을 강화하기 위해 영화 곳곳에 ‘선택의 딜레마’를 배치함으로써 관객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전략을 구사한다.

영화 <덩케르크> 스틸 이미지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예를 들어 연합군 함정을 노리는 독일군 비행기를 격추시키기 위해 비행하는 영국군 비행기는 68갤런이라는, 한 시간밖에 비행할 수 없는 빠듯한 기름을 갖고 독일군 비행기를 격추해야 한다. 이때 영국 공군은 생존을 위해 기름이 남았을 때 무사히 착륙해야 하는가, 아니면 연합군의 추가 희생을 막기 위해 기름이 다할 때까지 독일군 비행기를 격추해야 하는가 하는 선택의 딜레마를 겪는다.

땅이나 바다에 있다고 해서 독일군의 마수로부터 안전한 건 아니다. 동서남쪽 삼면이 독일군에게 포위당했기에 영국군을 비롯한 프랑스군도 기회만 되면 덩케르크로부터 철수하고 싶어 하지만 바다에 떠 있다고 해서 안전하지만은 않다. 언제 독일군의 어뢰를 맞아 연합군을 실은 배가 침몰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독일군의 총격을 받아 물이 차오르는 연합군의 배. 배 위로 나오면 총알받이가 되고, 그렇다고 배 안에만 있으면 총알구멍을 막지 못해 수장 위기에 처하게 되는 영국군의 딜레마도 묘사된다.

영화 <덩케르크> 스틸 이미지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그렇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는 전쟁 영웅이 위기에 빠진 연합군을 영국으로 무사히 대피시키는 기존 연합군의 영웅사적인 묘사에서 탈피한 영화이다. 즉 ‘덩케르크’는 죽음의 위협에 직면한 개개인이 생명을 담보로 하는 선택의 딜레마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관찰하는 영화로 자리매김이 가능하다. 

위대한 전쟁 영웅은 없을지언정 살아남는 것 자체가 연합군에게 있어 위대한 반격이 되는,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초석이 됨을 영화는 강조하고 있다. 독일군을 제거하는 것이 영웅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영웅이다. 죽어서 영웅이 되는 것보다 살아 돌아가는가가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를 영화는 반추하게 만든다.

단, ‘덩케르크’가 각자도생과 선택의 딜레마를 강조한 나머지 다이나모 작전이 2차 세계대전 가운데서 얼마나 의미 있는 작전이었는가를 관객에게 강조하지 못한 점은 이 영화의 옥에 티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다이나모 작전이 실패했다면, 덩케르크에서 히틀러의 작전 중지 명령이 없었다면 연합군은 분명 궤멸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가 잘 아는 노르망디 상륙 작전이라는 반격은 세계사에서 영영 불가능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덩케르크 #크리스토퍼 놀란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박정환  js7kei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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