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됐다. 누군가는 눈물겨운 환호를 하며 오랜만에 기쁨이라는 것을 느꼈는가 하면, 11년 만이니 역대 최고치였다는 등 좀 과하게 놀라는 척 하는 조금은 다른 누군가도 있다. 서민과 다른 그 누군가들은 더 나아가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나라가 망할 거라고 협박도 하고, 한탄도 한다. 그러는 사람들 중 누구도 최저임금 받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너무도 분명하고, 그들의 할리우드액션은 쇼트트랙 때보다 불쾌하다.

현재 최저임금논란의 중심에 선 대상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근본적으로 ‘을’이라는 사실이다. 편의점, 피자·치킨 등 동네상권을 장악한 프랜차이즈지만 요즘 검찰수사로까지 확대된 프랜차이즈 갑질에 눈물 흘리는 힘없는 ‘을’일 뿐이었다. 그리고 최저임금이 조금 올라서 기뻐했다가 난데없는 논란에 기뻐할 분위기를 망친 알바는 그 ‘을’에게도 다시 ‘을’이다.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시급 6천470원)보다 16.4% 오른 7천530원으로 확정된 지 이틀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은 경제력으로 OECD 11위인 나라다. 유럽의 ‘잘 사는 나라’들을 제치고 경제 지표에서 앞서나간다는 이런 사실은 권력자의 치적을 과장할 때만 유용한 것인가? 그런 정도의 경제력이라면 알바 시급 좀 올렸다고 큰일이 나지는 않는다. 결국 최저임금에 대한 호들갑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맹목적 반대본능에 의한 것이라는 혐의를 둘 수밖에 없다.

우선 왜 어엿한 사장님이어야 할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을’이어야 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여러 매체에서 분석한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월 지출을 비교해 봐도 알바비는 프랜차이즈 본사로 들어가는 비용보다 크지 않다. 문제는 본사 갑질에 시달리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눈물의 호소에도 딴청을 피웠던 지난 정부의 태도였다.

방송에서 탐사보도가 위축된 지난 세월에도 프랜차이즈 갑질은 여러 차례 방송된 바 있다. 국민들의 공분을 샀지만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분노는 권력의 중심부로 전달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프랜차이즈 문제는 검찰수사가 필요할 정도로 곪아간 것이다. 1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한 마디가 어쩌면 최저임금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지도 모를 일이다.

JTBC <뉴스룸>에 출연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 JTBC]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을들이 괴롭고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공정위가 일을 안 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 말은 공정위가 을들을 위해서, 프랜차이즈 갑질과 횡포를 막기 위해서 일을 하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의지만으로는 일을 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 가맹본부는 4,200개가 있고, 가맹점주가 22만이 있는데 이들을 관리하는 공정위에 이들을 관리하는 직원이 고작 8명뿐이라고 한다.

지난 정부에서 얼마나 이 문제를 등한시 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공정위 한 부서의 상황으로 전체 공무원의 현황에 대해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모처럼 정부가 일을 제대로, 열심히 하려고 하자 공무원이 부족하다는 앓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면 공무원수는 정부의 일을 하려는 태도에 탄력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어쨌든 22만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오른 알바 시급에도 시름을 얻게 하지 않으려면 조속하고 철저한 프랜차이즈 갑질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는 것이 여론이고 민심이다. 아마도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알바시급에 나라가 망할 거라는 호들갑이 아니라 8명의 공정위 직원이 다 하지 못할 프랜차이즈의 불공정요소들을 보도하는 것이 아닐까? 최저임금은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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