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의 지역민영방송에 대한 재허가 심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번 방송위 재허가 심사에 지역 민영방송 종사자들이 건 기대는 어느 때보다 컸다.

그동안 지역민방에서 불거졌던 수많은 폐단과 모순들을 다소 개선하고 참다운 지역방송으로서 제 역할과 기능을 다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처절한 외침이자 소박한 희망이었다.

일부 지역 민방 대주주의 비리와 전횡, 그리고 방송 사유화와 사익추구의 수단으로 전락해 민영방송의 정체성과 위상이 훼손됐고 심지어 방송의 공공성과 지역성마저 위협 받았기 때문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 또한 크게 마련인지는 모르겠지만 방송위원회가 심사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는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봐주기와 겉핥기 심사, 그리고 자격과 능력이 모자란 방송위원들의 본분을 망각하고 권위를 저버린 처사들은 지역 민방 종사자들의 염원에 찬물을 끼얹었고 방송위원회의 존재의미에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의견청취와 후속조치마련에서 일부 방송위원은 지역민방 사주나 경영진으로부터 로비를 받고 야합한 듯한 발언과 편파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가운데 특정 방송위원은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대주주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일관했는가 하면 심사위원회의 공통의견을 무시하고 이를 번복하기도 했다.

이런 속사정을 미루어볼 때 청문대상 방송사들이 다음 달 초에 예정된 청문절차가 조건부 재허가를 위한 통과의례라고 비아냥대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불거진 폐단과 모순을 치유할 수 있는 자체적인 해결방안은 외면한 채 온갖 인맥을 동원해 방송위원들을 상대로 로비에 치중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반면에 한 달이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는 전주방송과 강원민방은 회사 측의 일방적인 회피로 대화마저 단절된 상태이다. 노조가 회사를 살리고 대안마련을 위해 대화를 제의했는데도 이를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방송의 공공성과 지역성을 강화할 수 있는 민방개혁 9대 과제 등 민주적인 제도장치마련에 대해서 노사가 아무런 논의조차 하지 않은 사실은 청문대상 방송사들이 로비력을 과신하거나 방송위원들과의 야합의혹마저 일게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추천의뢰가 완료되는 다음 달 중순까지 청문절차가 요식행위로 진행되는지, 비리와 온상의 장본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지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 볼 것이다.

만약 방송위원회 위원들이 청문대상 방송사와의 로비나 친분관계에 의한 야합이나 책무를 망각한 처신으로 민방개혁이라는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조치를 내리면 방송위원들을 개혁과 타도대상으로 삼아 강도 높은 투쟁을 벌일 것이다.

또한 온갖 폐해가 만연한 지역민방에 솜방망이 처벌이나 조치로 일관한다면 방송위원회가 역할과 기능을 도외시 한 채 존재의미 마저 상실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방송과 통신융합국면에서 의미와 위상을 상실한 방송위원회의 존치여부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방송위원들 스스로가 방송위원회의 존재목적인 방송의 공공성과 지역성 강화를 부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의 마지막 보루인 방송위원회가 재허가 심사에서 제 역할과 기능을 다해 방송사업위원회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2007년 11월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영방송노조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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