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도형래 기자] 조선일보의 성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올해 퀴어문화축제 보도 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만물상’에서 퀴어축제를 두고 “민망했다”며 “이런 행사를 왜 꼭 도심에서 열어야 할까 싶었다”고 보도해 논란이 된 바 있다.

17일 조선일보는 “서울광장 등장한 반라 여성·성인용품”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15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18회 퀴어문화축제를 스케치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축제 참가자들이 판매하는 남성 성기 모양의 초코릿과 자위기구 등을 판매했다는 점을 부각하고 “지나친 퇴폐적 행사가 성소수자와 관련한 진지한 논의를 오히려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주말 서울광장 등장한 반라 여성·성인용품 (2017년 7월 17일자 사회 12면)

퀴어문화축제를 스케치한 기사이지만 기사 어디도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 문화나, 이들이 요구하는 차별철폐 혹은 사회적 인식 개선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날 조선일보는 다른 기사를 통해서도 퀴어축제의 의미나, 성소수자들이 사회적 요구를 보도하지 않았다. 온라인 판에는 퀴어축제에 대한 다른 보도가 있었지만 지면에서는 이 기사가 전부였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초콜릿 이름은 남자의 성기를 연상시키는 단어에서 따왔다. 모양도 그것을 본떴다. 그 앞으로 교복을 입은 여학생 2명이 지나갔다. 왼편 부스에서는 남성용 자위 기구를 판매 중이었다”고 기술했다. 순결한 이미지의 ‘교복 입은 여학생 2명’을 기사에 등장시켜 ‘문란한 퀴어축제’ 이미지를 강조한 작문이다.

퀴어문화축제에 어떤 구체적인 행사와 이슈가 있었는지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퀴어문화축제는 14일 서울광장 개막식을 시작으로 15일 낮 퀴어 퍼레이드, 15일 밤 메인파티까지의 일정이 진행됐다. 또한 오는 20일부터 퀴어영화제가 열린다. 올해 퀴어축제는 다양한 이슈가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기관 가운데는 최초로 참여했으며, 조계종 스님과 개신교 목사님도 부스를 열고 참여했으며, 구글코리아 등 다국적 기업도 참여했다. 미국대사관을 비롯해 15개 외국 공관도 참여해 부스를 열었다.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기 위해 문화제를 열고 행진을 하는데 조선일보는 성소수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차림새에만 집중했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켰는데 손톱에 칠해진 매니큐어 색깔을 두고 타박하는 꼴이다.

[한겨레] 광장에 뜬 무지개…스님들도 _성소수자 차별 철폐 (2017년 7월 17일자 사회 10면)

이날 한겨레신문은 “광장에 뜬 무지개…스님들도 성소수자 차별 철폐” 기사에서 법고를 치며 춤을 추는 스님들을 스케치하고 청소년 참가자와 로베르토 파워스 미국총영사, 미국인 영어교사, 국가인권위 직원,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의 목소리를 담았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반대하는 종교단체의 ‘맞불 집회’도 열렸지만 퀴어문화축제는 많은 시민과 단체의 관심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됐다”면서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들 동료 시민임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또 경향신문은 “하지만 퀴어문화축제만으로 성소수자들의 권리가 보장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섣부르다”며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별 없는 성숙한 시민사회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 사설] 성소수자 차별 없는 세상을 다짐한 퀴어문화축제 (2017년 7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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