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역대 최고 인상(인상액 1060원)을 두고 기쁨과 충격으로 가득 찼던 일요일이었다. 보수언론에서는 실패할거다, 그래봤자 세금이다, 알바가 주인보다 더 번다 등의 협박으로 최저임금 현실화를 비난했지만 그들은 서민들의 삶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확인해주었을 뿐이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로 가기가 녹록한 것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성공해낼 것이라는 국민들의 믿음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온 인터넷 세상이 최저임금 이슈로 도배가 된 가운데 눈에 띄는 작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거지갑으로 유명한 박주민 의원의 다급한 공지였다. 내용인즉, 올해 후원금 모금 한도가 다 차버려서 더 이상 보내면 국고로 귀속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틀 전 박주민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노골적(?)으로 후원금을 요청했다. 그리고 불과 40시간 만에 후원금 한도가 차버린 것이다.

박주민 의원실 페이스북

네티즌들은 ‘거지갑 박주민이 후원금을 구걸한다’는 식으로 이 말을 퍼뜨렸고, 지난 촛불집회에 돈이 부족하다는 말에 며칠 새 수십억 원이 모인 것처럼 박주민 의원의 후원금 한도를 넘겨버렸다. 다시금 십시일반의 힘에 놀라게 되는 동시에 시민들이 새 정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눈을 떼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더 놀라게 된다.

하기는 촛불시민이라면 현 정국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났어도 정부조직법을 통과해주지 않는 국회, 일자리 추경이라는데도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야당 등의 행태에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주민 의원의 후원금 한도 초과 사건은 그래서 인기가 아니라 시민의 분노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우선한다.

비단 박주민 의원만 그런 것도 아니다. 비슷한 시간에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시민들의 후원금에 사의를 표했다. 박 의원은 트위터에 “과분한 격려에 가슴 먹먹하고,정말 고맙습니다. 그런데 감히 부탁드립니다. 묵묵하게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뛰고 있는 권칠승, 김정우, 김해영, 심기준, 황희, 전재수의원님 등등 넉넉하지 않은 초선의원님들께 힘을 모아주세요. 저보다 훌륭한 당의 소중한 자산들입니다”라고 동료의원을 챙기는 흐뭇한 모습까지 보였다.

박주민 의원실 페이스북

그뿐 아니다. 최근 들어 국민의당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던 추미애 대표에 대해서도 엄청난 응원문자와 후원금이 답지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민주당 대변인 김현 전 의원에 의하면 5초 간격으로 휴대폰 문자알림이 울릴 정도라고 한다. 참 극성인 시민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1만원부터 혹은 몇 십만 원까지 정치인들에게 후원금을 보내는 시민들의 모습은 역시나 간절함의 표출일 것이다.

꽁꽁 얼어붙은 겨울을 통째로 광장에서 보낼 수밖에 없었던 간절했던 분노가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는 풍경들이 그래서 나타나는 것이다. 기업가에게 손을 벌리거나 또는 그러기 위해서 여는 억지 출판기념회가 아닌 국민들에게 직접 돈을 달라고 하는 국회의원을 보게 된 것이다. 또 그러면 불과 하루 이틀 만에 후원금을 가득 채워버리는 국민들의 극성스러운 환호. 세상에 돈 달라는데 환호라니.

이 현상을 야당은 똑똑히 보아야 할 것이다. 왜 자신들에게는 문자항의가 쏟아지는데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응원과 후원금이 쌓이는지. 그걸 모르면 3년 후도 없을 것이다. 3년이 길다는 생각은 지지율을 다 합쳐도 민주당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지금 야당의원들의 착각이자 기대일 뿐이다. 시민들의 민주당 편애는 야당에 대한 경고의 다른 표현이다. 뭐라도 하겠다는 시민들의 절박함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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