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음악 예능 <수상한 가수> (7월 14일 방송)

tvN 음악 예능 <수상한 가수>,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음악 예능을 모두 합쳐놓았지만, 결과물은 어디서도 본적 없는 음악 예능이었다. 자신의 존재를 숨긴다는 점에서는 MBC <복면가왕>이, 무명가수가 유명인에게 목소리를 빌려준다는 점에서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떠오른다. 그 외에도 <너의 목소리가 보여>나 <히든싱어>도 조금씩 섞인 듯하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무명가수를 위한 무대는 없었다.

tvN <수상한 가수>는 <복면가왕>을 연출했던 민철기 PD의 신작이다. 기존 연예인이 복제가수로 나서서 무명가수의 인생과 목소리를 입고 그들의 이야기와 노래를 들려주는 식이다. <복면가왕>이 자신의 모든 것을 가리고 오로지 목소리로 승부를 봤다면, <수상한 가수>는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유명한 복제가수에게 덧씌워서 자신을 알리는 콘셉트다.

tvN 음악 예능 <수상한 가수>,

노래뿐 아니라 인생에 빙의했기에, 깊은 음악 예능이 탄생할 수 있었다. 복제가수가 단순히 립싱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무명가수의 인생을 입고 진정성 있게 노래했다. 목소리의 힘만큼이나 울림이 있었던 이야기의 힘. 그건 복제가수 덕분이기도 했다. 홍석천, 박나래, 장도연, 공형진, 황보라는 존재감이나 캐릭터가 굉장히 뚜렷한 방송인들이다. 그러나 <수상한 가수> 무대에서만큼은 무명가수의 인생에 철저히 빙의해서 웃음기를 빼고 어떻게든 진정성 있게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려는 노력이 묻어났다.

복제 가수들은 무명 가수의 인생을 이야기할 땐 굉장히 조심스러웠지만, 무대에서는 정말 목숨 걸고 퍼포먼스를 했다. 이것이 나의 인생이 아니기에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러웠고, 또 이것이 그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일 수도 있기에 내 한 몸 불사르는 열정을 선보였다. 그래서 그 간극에서 오는 감동도 꽤나 컸다.

tvN 음악 예능 <수상한 가수>,

김형석, 영지, 하현우 등 뮤지션이나 작곡가가 패널로 나왔지만, 그들의 역할은 평가가 아닌 위로와 공감이었다. 첫 무대를 본 김형석은 “(무명가수가 부른 노래의 원곡자인) 마마무보다 못할 게 없는데 이런 걸 보면 세상 참 불공평한 것 같다”고 했고, 하현우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출발하고 선보일지라도 빨리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사람들보다 더 얻는 것들이 있다”고 위로했다. 그들이 얼마나 잘하는지를 보겠다는 게 아니라, 그저 무대를 만들어주는 데에 의의가 있는 방송이었다.

무명가수의 이야기와 목소리, 복제가수의 열정 그리고 패널들의 위로.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울림이 있는 음악 예능이 완성됐다. 이날 출연한 무명가수 트윈나인과 최성욱은 이런 꿈을 이야기했다. 음악만 해서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수상한 가수>가 그 시작의 발판이 되어주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

이 주의 Worst: 어디서 많이 본 입학생만 수두룩 <아이돌학교> (7월 13일 방송)

방송 일주일 전 독학으로 춤을 배워 마치 로봇처럼 뻣뻣하게 춤을 추는 지원자 유지나. 그래서 Mnet <아이돌학교>가 신선했다. 이미 완성된 혹은 어느 정도 다듬어진 지원자가 아니라, 정말 프로그램 제목처럼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서 도전한 지원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지나 지원자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원석인 줄 알았던 유지나는 이곳에서 열등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Mnet 예능프로그램 <아이돌학교>

물론 <아이돌학교>가 말 그대로 제로부터 가르치는 학교는 아니다. 11주 속성교육을 통해 걸 그룹으로 데뷔해야 하므로 어느 정도 기본 실력이 있어야 하고 열정과 노력만큼이나 끼도 충만해야 한다. 그렇다면 애초에 유지나 같은 기본기가 부족한 열등생 지원자를 선발한 제작진의 의도는 무엇일까. 이런 그림을 뻔히 예상했을 텐데 말이다. 역전극을 만들 만한 희생양이라 생각했던 걸까.

대부분이 어디 출신 혹은 누구 딸 혹은 누구 닮은꼴이었다. YG 연습생 생활 6년차 이서연, JYP 연습생 출신 박지원과 이채영, 7공주 출신 이영유, <프로듀스 101> 출신 이해인, <식스틴> 출신 나띠, 김흥국 딸 김주현. 입학생들은 일부 입학생들의 자기소개 영상이 나올 때마다 연예인을 보는 듯한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이런 배경이 없는 입학생들의 경우, 외모가 거론됐다. 한채영 닮은꼴, 수지 닮은꼴, 쯔위 닮은꼴, 최유정 닮은꼴 등등. 노력과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이순재 교장선생님의 각오는 그저 형식적인 훈화 말씀에 불과했던 것일까.

Mnet 예능프로그램 <아이돌학교>

담임 선생님 김희철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겼다. 김흥국의 딸 김주현의 이름을 부르면서 “김주현 학생, 아버지가 유명한 가수시라고?”라고 물었다. 아버지는 뭐하시는 분이냐, 반에서 1등을 했다더라, 연예인 누구 닮았느냐 등 외모와 배경에만 관심을 갖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입학생들이 서로를 처음 만나는 순간도 그러했다. 굳이 자기소개 영상을 일일이 보여주면서 서로의 외모를 평가하고 자신의 외모와 비교하는 시간을 넉넉히 줬다. 덕분에 방송 초반 10분에만 “예쁘다”, “진짜 예쁘시다”는 외모 극찬만 수십 번 나왔다. 겉으로만 성장과 노력이지, 결국엔 외모를 중시하는 제작진의 시각이 알게 모르게 녹아 있었다.

그나마 희망적인 건, 아직까지 악마의 편집은 없었다는 점이다. 입학식 전부터 오로지 입학생들의 실력에만 집중해서 보컬, 댄스, 체력을 사전 평가했다. 자기소개나 인터뷰 영상에서도 외모 얘기는 많았지만, 눈물 나는 혹은 자극적인 사연 스토리텔링은 없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치고는 꽤나 담백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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