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민의당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대리 사과'를 명분으로 국회 일정 복귀를 결정한 가운데 청와대가 "임 실장이 추미애 대표에 대해 언급한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혀 '사과 진위' 논란이 일었다.

13일 오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전병헌 정무수석은 국회를 방문,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동철 원내대표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임 실장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 등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원총회를 열어 "(임종석 실장이) 왜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을 조성했는지 청와대로선 알 수 없다. 국민의당에 걱정 끼쳐 미안하다고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국민의당은 청와대의 유감 표명을 수용하고 추경 심사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국민의당 의원총회 직후 "(임종석 실장이 추미애 대표를 향해) 대통령도 못 말리는 언컨트롤러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청와대가 사과를 대신 했기 때문에 (추 대표가) 정치적으로 상당한 데미지를 입을 것이라 생각해 받아들이자는 분위기"라면서 "청와대에서 추 대표 발언에 동의를 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에 타격을 입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런데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종석 실장이 추미애 대표에 대해 언급한 바가 전혀 없다"고 말하면서 상황이 틀어졌다. 이 관계자는 "다만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상황이 조성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고,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에 개입할 털끝만큼의 의지도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오자 박주선 위원장은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내가 백주에 긴급의총을 소집해 자작시를 읊었나"라면서 "이런 나쁜 사람들이 어디 있나. 상종을 못할 사람들"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주선 위원장은 "우리를 우롱해도 분수가 있지 이게 말이 되나"라면서 "추미애 대표가 반발하니까 슬쩍 자신들이 상황을 모면하려고 그러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박 위원장은 "내가 임종석 실장이 한 얘기를 그 자리에서 다 적었다"면서 "나에게 무슨 얘기를 하러 왔겠느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 위원장의 강한 반발에 겨우 마련된 국민의당의 국회 일정 복귀가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후 5시 10분 경 임종석 실장이 박주선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추미애 대표에 대해 사과한 것이 맞다. 윤영찬 수석에게도 그렇게 얘기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는 일단락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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