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가 터트린 두 개의 홈런이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냈다. 리그 최강 뒷문이라는 NC도 호랑이들 방망이를 막을 수는 없었다. 두 달 가까이 쉬었던 맨쉽이 초반 호랑이 방망이를 잡기는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김주찬의 9회 말 극적인 동점타와 10회 최형우의 끝내기 홈런

맨쉽과 팻딘이 상대한 이번 경기는 투수전으로 흐를 수도 있을 것이란 추측이 많았다. 하지만 팻딘은 4이닝을 채우지 못했고, 맨쉽은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기아는 선발 투수가 흔들리자 빠르게 교체하며 흐름 끊기에 나섰다.

초반 흐름은 NC의 몫이었다. 1회 시작부터 NC는 이상호와 김성욱이 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후 팻딘이 모창민과 나성범을 내야 땅볼로 잡아내기는 했지만, 박석민에게 사구를 내준 것이 문제였다. 나성범의 2루 땅볼로 실점을 한 것은 그럴 수 있었지만 사구가 나오지 않았다면 추가 실점도 없었을 것이다.

권희동의 적시타까지 터지며 1회에만 2실점을 한 팻딘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2점 이상의 실점도 가능해 보이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기아도 쉽게 물러나지는 않았다. 2회 나지완의 솔로 홈런으로 추격을 시작했다. 물론 홈런 후 안타로 기회를 만들기는 했지만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NC 다이노스 외국인 투수 제프 맨쉽. [연합뉴스 자료사진]

4회 팻딘은 1사를 잡은 상황에서 손시헌에게 홈런을 내줬다. 낮게 깔리는 공을 툭 쳐내 홈런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팻딘도 당황한 듯하다. 홈런이 나오기 쉬운 높은 공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을 듯하다. 참고로 손시헌의 시즌 첫 홈런이었다.

팻딘을 홈런을 내준 후 사구와 안타를 내주며 흔들렸다. 한승혁을 마운드에 올려 급한 불을 끈 기아는 4회 1사 후 최형우가 안타로 나가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최형우는 이 안타로 5년 연속 200+루타를 기록했다. 나지완이 볼넷을 얻어나간 후 서동욱의 타구는 맨쉽 앞으로 갔다. 완벽한 병살 코스였지만 맨쉽이 63일 만의 등판이어서 그런지 어처구니없는 송구로 실점을 하고 말았다.

한승혁의 제구력은 엉망이었다. 4회 추가 실점 없이 막기는 했지만 5회 볼넷을 두 개 내주며 박진태에게 마운드가 넘어갔다. 포수 미트와 전혀 상관없는 공을 뿌릴 정도로 영점을 잡지 못하는 한승혁의 투구는 심각했다. 이런 제구력으로는 좀처럼 마운드에 설 수 없다는 점에서 한승혁에 대한 고민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6회에도 NC는 박석민이 사구로 나간 후 권희동이 투런 홈런을 만들어내며 6-2로 점수 차를 벌렸다. NC 불펜이 리그 최강이라는 점에서 경기 후반 이 정도 점수 차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을 듯하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반전은 시작되었다.

KIA 타이거즈 4번타자 최형우. [연합뉴스 자료사진]

6회 말 최형우는 추격 의지를 보여주는 솔로 홈런을 쳐냈다. 이후 나지완이 안타로 추가 득점 가능성을 열었지만 서동욱의 허무한 병살타가 나오며 아쉬움을 줬다. 지난 경기에서도 서동욱이 아쉬움을 주더니, 이번 경기에서도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7회 기아는 2사 후 연속 3안타를 집중하며 6-4까지 추격을 해나갔다. 하지만 버나디나가 추가 득점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그렇게 경기는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기아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포기하지 않았다. 선발로 활약하고 있는 정용운이 3이닝을 완벽하게 틀어 막아냈다.

전반기 두 경기를 앞두고 기아는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선수를 활용하는 전술을 썼다. 후반기 시작 전 휴식기가 있기 때문에 이런 전략은 일상적이다. 기아의 정용운 활용은 역전의 발판이 되었다. 추가 실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정용운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기회를 잡았다.

9회 2점을 뒤진 기아는 반격을 시작했다. 1사 후 대타 신종길이 안타를 쳤고, 2사 후 이명기가 안타를 치며 기회를 김주찬에게 넘겼다. 그리고 김주찬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주찬의 잘 맞은 타구는 펜스를 향해 날아갔다. 그대로 끝내기 3점 홈런이 될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KIA 타이거즈 김주찬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쉽게도 펜스를 넘기지 못한 공은 그렇게 주자 두 명을 불러들였고,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연장에 돌입하자마자 기아는 첫 타자인 최형우가 21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는 NC 마무리 임창민을 상대로 극적인 끝내기 솔로 홈런을 쳐내며 이번 경기를 마무리했다.

2-6으로 밀렸던 경기를 경기 후반 극적으로 뒤집은 기아는 강했다. 좀처럼 질 것 같지 않은 기아의 힘은 '동행'이라는 단어에서 찾을 수 있다. 김기태 감독이 그렇게 외치는 '동행'은 선수 모두에게 강렬한 동기 부여와 함께 팀워크를 키우는 이유가 되었다.

신구 조화에 주전과 비주전의 능력차가 적어지며 기아는 강력한 팀이 되었다. 전반기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2위인 NC와 7경기 차로 벌렸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는 양현종이 등판한다. 기아가 홈에서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 완벽한 복수를 하겠다는 의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기아의 우승은 점점 가시권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야구와 축구, 그리고 격투기를 오가며 스포츠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전반에 관한 이미 있는 분석보다는 그 내면에 드러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포츠에 관한 색다른 시선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http://sportory.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