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시장에서의 공존, 공생’이라는 주제가 주목받는 상황이다. 법제화의 막바지에 이른 IPTV가 향후 유료방송시장에서 케이블방송과 벌일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에 앞서 2005년 이후부터 각종 수치에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지상파방송의 상황 또한 ‘공존, 공생’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 지난 11월3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열린 '국내 방송 산업의 매체간 공정 경쟁과 공생 전략' 토론회.

지난 11월의 마지막날 한국언론정보학회는 서울 목동 방송회관 3층에서 ‘국내 방송 산업의 매체간 공정경쟁과 공생 전략’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공존, 공생’을 위해 새로운 공정 경쟁의 틀을 마련해보자는 취지의 토론회로 판단된다. 토론은 과거와 현재에 대한 진단에서 출발했으며 공정한 경쟁을 이끌어냈어야 할 '심판'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즉 '심판'의 역할을 맡은 방송위원회의 문제점도 공정경쟁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제외될 수 없다는 얘기다.

몇 가지 수치만 인용하더라도 그 동안의 방송시장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방송의 경우, 전체 방송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9년 92.6%에서 2006년 75.4%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청점유율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상파방송사 PP의 매출액을 포함시키더라도 전체 방송시장 매출액에서 지상파방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68.1%에서 2003년 48.6%로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PP시장에서 지상파계열PP의 성장이 없던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권상희 성대 교수는 “지상파PP의 매출액으로 다소나마 매출감소를 보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전체적으로 방송산업에서 지상파의 광고비중은 줄어들고 케이블과 뉴미디어의 비중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케이블방송의 경우, 방송광고시장 점유율이 1999년 7%에서 2006년 24.6%로 성장했으며 시청점유율면에서도 2000년 불과 3.8%에서 2006년 26.7%로 상승했다. 케이블 가입 가구수 또한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케이블방송협회 통계에 따르면 2006년 9월 현재 전체가구의 8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케이블방송산업 안에서 집중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2006년 전체 케이블방송 매출에서 상위 7개 MSO/MSP가 차지하는 비중이 60.6%를 나타냈다. 권 교수는 “상위 기업으로 갈수록 큰 차이가 보여 경쟁의 또 다른 현상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케이블방송의 성장과 맞물려 불공정행위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며 이는 방송위원회가 용인한 탓이 크다는 것이다. 케이블TV가 도입된 1995년 이후 공정거래위의 심의 의결 건수가 늘어가는 추세이며 2002년부터 불공정거래행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8년에서 2001년까지 33건하던 공정위의 심의의결 건수가 2006년 한해에만 41건으로 급증했다.

불공정거래행위와 관련 내용은 주로 케이블방송과 연관된 문제다. 전자통신정책연구원이 2006년 발표한 자료는 S0가 PP에 대한 행위로 크게 ▲채널 편성의 임의 변경 ▲일방적 프로그램 송출 중단 ▲채널편성 대가로 경제적 대가 요구 ▲채널 번호 및 상품 구성의 일방적 변경 등을 꼽았다. 최근 시청자의 반발을 불러온 케이블방송의 일방적인 요금인상과 채널변경도 이 안에 포함된다.

윤석년 광주대 교수는 불공정 행위가 증가한 배경에 대해 “방송위가 유료방송시장에서 시장 지배력 우위를 점하고 있는 케이블이 일정한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도록 한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방송위의 정책 근간인 매체균형발전론을 꼬집었다. 방송계에서 매체균형발전론은 케이블방송을 우위에 둔 비대칭규제라는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방송위원회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중계유선방송사업자(RO)와 저가상품 경쟁을 벌이자 SO의 지역독점을 허용하는 정책을 펼쳤다. SO의 지역독점이 케이블방송사업 내에서 사업자 독점화로 치닫는 상황은 둘째로 치더라도 방송위의 ‘SO 지역독점 정책’은 서비스 활성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는 현재로선 케이블방송사에겐 적지 않은 부담으로 나타나며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즉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이 월 5,300원에 머물러 있는 실정으로 결과적으로 지역 독점이 서비스 활성화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케이블방송계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 가격 상승과 더 나아가 ARPU 상승을 이끌어내는 데 치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관건은 공정 경쟁의 틀을 제시하고 감시, 감독하는 심판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상호 방송협회 연구위원은 “매체별 방송정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존, 공생은 가능한 것인가”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이는 향후 다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이는 방송통신융합기구에 관한 논의와 직결된 사안이다. 정재민 서울여대 교수는 “방송위의 정책, 규제에 대한 (구체적인)언급이 없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러한 아쉬움은 방통기구개편 논의 과정에서 보다 풍부하게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방송은 IPTV 도입에 대해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대칭규제의 혜택을 입은 케이블방송이 할 수 있는 지적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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