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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딱 거기까지 빛났다... 부도덕한 주인공이 선택한 최악의 결말[블로그와]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7.07.12 16:28

중간광고 덕에 16부작에서 32부작이 된 <파수꾼>이 종영했다. 남녀 연애사인 <쌈, 마이웨이>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회 10.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하지만 윤승로(최무성 분) 중앙지검장의 구속 이후 31, 32회차 <파수꾼>은 그간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았던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주었다. 과연 지금까지 지켜본 <파수꾼>이 그 <파수꾼>이 맞는가 싶어서. 

2017 MBC 극본공모 당선작 시리즈로 <자체발광 오피스>에 이어 방영된 <파수꾼>은 장려상을 받은 김수은 작가의 작품이다. <파수꾼>은 이태원 살인 사건,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살인사건 등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었던, 하지만 정작 공권력이 포기한 사건들을 피해자의 가족들이 앞장서 해결하는데, 앞선 사건에서 힌트를 얻어 이야기의 실마리가 펼쳐진다. 사랑하는 딸 유나를 잃은 형사 엄마 조수지(이시영 분), 실종된 엄마를 찾는 해커 공경수(샤이니 키 분), 하룻밤에 모든 가족을 잃고 24시간 생중계되는 CCTV로 트라우마를 달래는 서보미(김슬기 분)는 의문의 인물 대장의 주도 아래 피해자 스스로 사건을 해결하는 '파수꾼'으로 뭉친다.

피해자들이 뭉쳤다 

MBC 월화드라마 <파수꾼>

각기 다른 사건의 피해자인 줄 알았던 세 사람. 하지만 대장이 제시한 사건을 따라가던 이들은, 서로 다른 사건들이 가리키고 있는 사람이 바로 검찰총장으로 하마평이 오르내리고 있는 서울지검장 윤승로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지금까지 자신들의 리더였던 '대장'이 바로 그 윤승로의 하수인이자 오른팔 노릇을 하던 장도한(김영광 분)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렇게 <파수꾼>은 피해자 가족 스스로 공권력을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른 부도덕한 인물들을 '징죄'한다는 신선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파수꾼의 리더이지만 자신의 본래 목적을 숨기고 검사장의 심복 노릇을 하는 대장, 딸을 잃고 복수심에 도망자가 된 형사, 그리고 가족을 잃은 트라우마로 CCTV와 컴퓨터의 능력자가 된 서보미와 공경수. 완벽한 팀웍으로 법의 경계를 넘어 그들 각자가 가진 능력을 팀으로 조합해내며 이 시대의 '히어로'로 거듭나는 것이다. 

또한 이젠 클리셰이다시피 한 검찰의 우두머리가 곧 '부패한 적폐'의 원흉이라는 설정에 있어서도, <파수꾼>은 이제 곧 검찰총장으로 성공의 정점을 찍은 그 인물의 전사를 통해 우리 사회 부패 권력의 내력을 낱낱이 고발한다. 즉 윤승로는 과거 나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간첩 사건'을 조작했고, 그 과정에서 일가족을 파멸로 몰아넣었으며 그 주변 인물 역시 제거해 버렸다.

그 자신은 ‘사람보다 국가가 먼저’라는 자신의 신념에 의거했다고 했지만, 그 결과 윤승로는 출세가도를 달렸고, 명문가 출신의 아내와 자신을 따라 서울대에 갈 아들을 둔 남부럽지 않은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드라마는 오늘날 적폐의 성장사를 윤승로와 그 하수인이 된 남병재(정석용 분), 오광호(김상호 분) 등을 통해 그려간다. 뿐만 아니라, 조수지의 딸 유나 사건을 통해 자신의 아들 시완(윤솔로몬 분)을 덮어줌으로써 '적폐'의 가족사를 완성시킨다. 

하지만 그렇게 완성되어 가던 윤승로의 성공담은, 그의 오른팔이자 그가 벌인 과거 간첩 사건의 희생자 아들인 장도한이 대장이 된 '파수꾼'에 의해 사사건건 발목이 잡힌다. 그가 시완을 구하기 위해 조수지를 쫓으면 쫓을수록 사건은 점점 큰 파장을 일으키며, 현재의 그와 과거 그가 벌인 사건들의 실체를 드러내기에 이른다. 그리고 결국 장도한의 커밍아웃과 함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윤승로에게 '법적 처벌'의 길이 열린다. 

부도덕한 주인공을 어찌할꼬? 

MBC 월화드라마 <파수꾼>

여기까지는, <파수꾼>이란 드라마는 시청률 덕을 보진 못했지만 좋은 주제의식을 신선하게 풀어간 드라마로선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입봉 작가의 뒷심 부족이었을까? 아니면 생방 촬영에 가까운 촬영 스케줄의 압박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보다 근본적으로 애초 <파수꾼>의 서사로 32부작은 무리였을까? 초반 주인공들의 사연을 야무지게 풀어내던 드라마는 윤승로 검사장의 구속 이후 급격하게 방향을 잃는다. 이 놓친 방향은 애초 이 드라마의 시작이었던 조수지 딸의 죽음에 그 원죄가 있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윤승로의 오른팔 노릇을 하던 장도한. 그는 윤승로의 아들 시완이 조수지의 딸 유나를 데리고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한다. 그가 뛰어 들어가면 유나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그 대가로 자기 신분조차 이복형제인 관우(신동욱 분)와 바꾸며 오로지 윤승로에 대한 복수로 달려왔던 지난 시간이 고스란히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그리고 시완의 범죄로 윤승로를 얽어맬 수 있다는 욕심이 유나의 죽음을 방조하기에 이른다. 

파수꾼의 리더인 대장의 원죄는 드라마 내내 <파수꾼>의 발목을 잡는다. 즉 스스로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방조자가 된 '부도덕한 늪'에 한 발을 내딛은 주인공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란 딜레마가 드라마 <파수꾼>의 숙제가 된 것이다. 즉 드라마를 보다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장도한을 악의 늪에 한 발을 내딛은 경계의 인물로 설정했지만, 막상 '징죄'의 과정이 끝난 후 그 주인공에 대해 어떤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드라마는 혼돈에 빠지고 만 것이다. 

그래서 31, 32회 마무리에서 드라마는 가장 최악의 선택, 더한 악을 통해 선을 구제하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구속된 이후,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까지 더해진 시완은 유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광수대 이순애 팀장(김선영 분)의 딸을 납치하고 그의 목숨을 담보로 조수지의 목숨을 '딜'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수많은 난관에도 늘 탁월한 팀웍을 자랑하던 파수꾼 팀과, 조수지의 든든한 인맥이 되어주던 이순애 팀장 등의 캐릭터라인이 마지막 회에 가서 대번에 무너져 버리고 말았단 점이다. 광수대 팀장이란 직분에 충실하던 이순애 팀장도, 어떠한 위기에서도 적들의 머리 꼭대기에서 놀던 파수꾼 팀도 시완의 손아귀에서 너무도 자연스레 '놀아나버린다'.

MBC 월화드라마 <파수꾼>

조수지가 그렇게 납치는 당하는 동안 파수꾼의 팀웍은 무기력하다. 조수지를 시완에게 데리고 가며 이순애 팀장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건 물론, 그 이순애 팀장이 자신을 겨누었을 때 스스로 그 총구를 당긴 조수지를 넘어 마지막 그 둘을 향해 달려드는 장도한에 이르면, 마지막 회의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내가 이러려고 이 드라마를 '닥본사'했나 하는 자괴감이 느껴진다. 

법적 정의를 넘어선 부도덕한 권력을 징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주인공의 '정당성'이다. <파수꾼>의 장도한 캐릭터는 그 정당성에서 태생적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부담을 안고 시작했다. 자신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기꺼이 악의 편에 선 인물, 그러면서 음지에서 정의를 도모한 인물은 매력적이지만 유나의 죽음을 방조한 그의 원죄가 너무도 무겁고 컸다. 그렇다고 그걸 굳이 살신성인이라 자부하며 한 판의 신파극 끝에 자살에 가까운 죽음의 방조로 마무리 지어야 했는가에 대해, 제작진의 안이함을 묻고 싶다. 

심지어 장도한은 도덕적 부담을 안고 '자살'에 가까운 죽음으로 사라져 버렸지만, 정작 그 상황을 만든 사이코패스 고등학생의 이후 향방은 드러나지도 않는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무리하게 32부까지 끌고 오지 말고, 윤승로의 구속과 함께 법적 처벌을 받았더라면 깔끔하지 않았을까. 애초에 법적 처벌로도 무리한 설정으로 주인공을 밀어 넣고 자살로 마무리한 정의의 드라마를 보는 건, 파수꾼을 응원했던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입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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