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문준용 씨 특혜취업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제보조작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 16일 만이다. 그러나 안 전 대표의 사과가 국민의당의 회생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12일 오후 3시 30분 국민의당 당사 브리핑룸에서 안철수 전 대표는 "이번 제보조작 사건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면서 "국민의당 대선후보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국민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12일 국민의당 당사에서 대국민사과하는 안철수 전 대표. (연합뉴스)

안철수 전 대표는 "더 일찍 사과문을 발표해야 한다는 요청도 많았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된 상황에서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입장 표명이 늦어진 경위를 설명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어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됐다.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검찰의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당이 적극 협조할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대표는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3당 체제를 만들었다. 국민들께서 역사적인 다당제를 실현해주셨다"면서도 "하지만 신생정당으로서 체계를 제대로 잡지 못한 한계도 있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이번 사건은 검증 부실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명예훼손을 넘어 공명선거에 오점을 남겼다. 제대로 검증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도 저의 한계고 책임"이라고 자인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대선후보였던 제게 있다"면서 "모든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 거듭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고 사죄했다. 안 전 대표는 "실망과 분노는 제게 쏟아주시고 힘겹게 만든 다당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국민의당에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다만 제보조작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저도 충격적인 일이었다"면서 "검찰조사를 통해서 진상이 규명될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안철수 전 대표의 입장표명에도 만신창이가 된 국민의당이 기사회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안 전 대표의 입장표명이 이미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의 칼날이 국민의당 지도부를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입장 표명에도 후폭풍이 몰려올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검찰은 이 전 최고위원이 제보조작 당사자인 이유미 씨와 제보청취, 자료 보강 지시, 구체적 물증 요구를 하는 과정에서 확정적 고의를 지닌 채 범행을 주도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지금이라도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정치적으로 의미는 있겠지만, 너무 시기가 늦어서 효과는 적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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