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과 김구라의 신선한 조합으로 관심을 끌었던 SBS <동상이몽>은 하지만, 출연자의 사연과 그 사연에 대한 패널들의 조언이 매회 논란이 되며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7월 10일 새롭게 돌아온 <동상이몽> 시즌2는 유재석&김구라 조합의 유혹을 물리치고, 김구라와 서장훈이라는 익숙한 조합에 김숙을 얹어 돌아왔다. 또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던 일반인 참가자 대신 유명 인사 커플의 일상사 관찰 예능으로 궤도를 수정했다. 이는 최근 '트렌드'가 되고 있는 유명인들 개인사 엿보기의 또 다른 버전이다. 그 시즌2의 첫 번째 출연자 중 한 명은 놀랍게도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이재명 성남 시장'이다.

이재명 성남 시장의 반전 부부 생활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2 - 너는 내 운명>

이재명 시장은 지난 2월, 대선이 시작도 되지 않은 시점 자신에게 출연 섭외가 왔다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을 것을 알았던 것 아니냐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런 이재명 성남 시장의 동상이몽은 이제는 돌싱이 된 김구라와 서장훈이 이런 것까지 보여주냐며 볼멘 비명을 내지르던 침실씬부터였다.

나름 아내를 위해 많이 노력한다는 시장 남편과, 그런 남편을 위해 늘 준비된 삶을 사느라 어느새 식사 준비에서 옷차림, 모니터까지 일인다역을 하느라 걸음걸이도 총총, 밥도 후다닥 먹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희생적 아내 김혜경 씨의 일상은 함께 살아온 26년 시간이 무색하게 정겹다.

물론 아버지와 자식들에게 상을 주고, 홀로 옆에서 바가지에 밥을 떠 넣으시던 어머니 시대를 살아온 이재명 시장은 여전히 그릇 하나 부엌에 들어다주는 것도 어색할 만큼, 요즘식으로 말하자면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남편이다. 하지만 시장, 그리고 한때는 대통령 후보였던 그를 잠자리에서 깨우는 것부터 시작하여 식사, 옷차림, 정치 일정까지 보살피며 짬짬이 스킨십을 마다하지 않는 이 부부의 모습은 아내라는 과중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그 덕일까? 프로그램 방영 시간부터 포털 검색어에 등장한 이재명이란 이름 석 자는 하루가 지나서도 쉬이 내려오려 하지 않는다. ‘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지난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이재명 성남 시장은 후발 주자임에도 열렬한 지지자들을 모으며 선방했다. 그의 주장은 명징했고, 젊은 층을 기반으로 굳건한 지지층을 결집했다. 하지만 그 주장의 명징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노동자 출신에 가장 친노동적인 그래서 반기업적인 이 정치인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을까. 이재명 성남 시장의 지지층은 좀처럼 확대되지 못했다.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2 - 너는 내 운명>

아마도 그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선거 기간 중 그의 가족과 관련하여 시중에 유포된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보인 이재명 시장의 '감정적인 태도'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로 인해 이재명 시장은 TV토론 등에서 가장 명쾌하고 해박한 주장을 펼쳤음에도 '정서 조절 장애' 등의 불미스러운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리고 대통령 후보 중 가장 안정적인 심리적 기제를 가지고 있다는 심리학자의 평가는 이미 유포된 '편견'을 뛰어넘지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대통령 선거 후 이재명 시장이 첫 발을 내딛은 대중 행보는 뜻밖에도 예능 <동상이몽2>의 출연이었다. 그리고 그 출연은 최소한 첫 회를 봐서는 매우 성공적인 듯 보인다. 프로그램 속 이재명 성남 시장은 분노조절장애는커녕 매우 스윗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의 전통적인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종종 귀엽기까지 한 26차 남편으로 등장했다.

토론이나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의 주장에 한 치의 양보도 없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아내가 뿌려주는 향수에 팔을 너펄거리며 한 바퀴 돌며 뽀뽀까지 빼먹지 않는 '애완견' 같은 모습이었다. 관찰카메라 앞에서는 물론 그 동영상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도 내내 미소를 잃지 않는 이재명 시장의 모습은 넉넉했다. 선거 기간 내리 그를 괴롭히던 그 '강고한 편견'이 프로그램 한 시간 만에 스르르 허물어졌다.

정치인들의 미디어 프렌들리가 우려되는 건

SBS 스페셜 ‘꼴찌, 심상정이 남긴 것’ 편

선거가 마무리된 후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의 행보를 시작했다. 그 중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SBS 스페셜 <꼴찌 심상정이 남긴 것>을 통해 '러블리한 심상정'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바른정당 유승민 전 대표 역시 <냄비받침>에 출연하여 선거 후일담을 비롯하여 소탈한 모습을 공개하며 좋은 이미지를 이어갔다. 그리고 이제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이재명 시장은 부부가 관찰 예능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정치인들의 이런 발 빠른 행보는, 아마도 지난 대선 기간을 통해 정치인에게 '이미지 메이킹'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그 전 선거에서 후보로 등장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선점했던 ‘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란 이미지에 대한 한계에 부딪쳤고, 대중 연설 열 차례보다 유포된 '가짜뉴스' 하나의 전파 속도와 그로 인한 이미지 붕괴가 선거에 더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실제 주장도 중요하지만, 그 주장의 전달 방식이 후보자 각자의 표 이합집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증명된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차기 대선주자로 예정되어 있는 세 사람은 자신들의 이미지를 변화 혹은 쇄신시키고자 발 빠르게 움직이고 그런 그들의 전략은 일정 정도 유효한 듯 보인다.

하지만 그러기에, 더 우려가 된다.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대통령 후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미디어' 전략이라는 사실이. 우리 사회에서 대형기획사 등이 자사의 연예인들을 '이미지 메이킹' 전략으로 포장하듯, 이제 대통령 선거조차 '미디어전'으로 치러야 하는 것이 명실상부해지는 것 같아서 말이다. 아니 이미 명실상부한 것을 체감시키는 것 같아서. <동상이몽2>에 출연한 이재명 시장이 자신은 보다 자상한 남편인데 제작진이 자신의 자상한 면을 '악마의 편집'을 통해 없애버렸다며 우스개로 말한 장면은 그러기에 중요하다.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2 - 너는 내 운명>

사람들이 사실 혹은 진실이라 믿는 미디어는 ‘편집된 진실’이다. 관찰 카메라를 통해 수집된 수많은 사실 중 제작진의 의도에 따라 보여주고 싶은 사실만이 가려 방송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대중에게 전달되는 정치인의 이미지는 그러기에 방송이라는 '권력' 혹은 '유착된 권력'을 통해 가공될 소지가 더욱 다분해진다는 것이다.

<동상이몽2>의 이재명 편은 분명 그간 이재명 시장의 억울한 이미지를 풀어주는 시간이었지만, 그러기에 정치인들의 빈번한 방송 출연에 대한 우려를 쌓는 시간이 된다. 무엇보다 '호모 헌드레드 시대, 그럼에도 너는 내 운명'이라는 캐치 프레이즈가 보여준 시간은, 제작진이 말하듯 혼밥과 싱글족들의 시대에 '염장지르기’와 같다. 청와대에 들어간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를 비롯하여 <꼴찌, 심상정이 남긴 것>의 심상정의 가족은 물론 유승민 전 대표, 그리고 이제 이재명 시장까지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화목하고 행복한 부부이다. 아내는 정치인 남편을 위해, 혹은 남편과 자식들은 정치인 아내를 위해 당연히 헌신적이고, 그 아낌없는 헌신 위에 가정은 공고한 위상을 뽐낸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시장의 발목을 붙잡았던 건 그의 불우한 가족사였다. 그리고 이제 <동상이몽2>을 통해 증명한 건, 그 불우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안온하고 행복한 가정이다. 미디어를 통해 유포되는 이 '행복한 가정주의', 과연 이런 ‘주의' 아래에서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가 전직 대통령이 아니고서는 '싱글 대통령'이나 심지어 ’돌싱 대통령‘이 등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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