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야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간곡한 요청에도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의 현안을 끝내 외면했다. 야당의 불참 통보로 11일 오후로 예정됐던 7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는 무산됐다.

이날 오전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본회의 불참 의사를 전달했다. 교섭단체 4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야3당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 인사 문제를 언급하며 본회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텅 빈 국회 본회의장 모습. (연합뉴스)

야3당의 불참으로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 개의를 포기했다. 개의한다고 해도 의결정족수 미달로 어떠한 안건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우원식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2~3일 간 시간을 갖고 야당과 협의를 통해 현안을 풀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의 추경은 그 방향에 정확하게 부합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2%대에서 탈출시킬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조직 개편도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살려나가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지만 지금 미국이 FTA 개정 요구를 하고 있는 마당에 그에 대응하는 통상교섭본부를 빨리 구축하기 위해서라도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런 면에서 보면 야당이 다른 것은 몰라도 추경과 정부조직 개편을 인사 문제가 또는 다른 정치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추경과 정부조직개편만큼은 야당이 대승적으로 국가를 위해 협조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간곡히 요청했다.

그러나 야당은 송영무, 조대엽 두 장관 후보자 인사 등을 빌미로 문재인 정부의 현안 처리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송, 조 장관 후보자 임명 연기 결정이 '정치적 꼼수'라는 논리다.

11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우원식 원내대표는 "어제 저녁 청와대가 정무수석을 보내 원내대표인 제게 송영무, 조대엽 장관 후보자 임명에 대한 입장을 전해왔다"면서 "법이 정한 재송부 기간이 지나 부득이하게 두 분을 내일 임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저는 고심 끝에 국회에서 추경 처리 등 국회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노력을 다 할 수 있도록 대통령께 며칠간의 시간을 달라고 강력히 요청드렸다"고 밝혔다.

우원식 원내대표의 요청에 문재인 대통령은 송영무, 조대엽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연기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당의 간곡한 요청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이 기간 동안 문재인 정부 출범 두 달이 넘도록 정부 구성이 완료되지 못한 상황을 야당에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꼼수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오후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정우택 원내대표는 우원식 원내대표와 문 대통령의 합의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폄하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송-조 후보자 임명 연기 요청하고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고민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면서 "의도적인 핑퐁치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핑퐁게임쇼는 오전에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명분 쌓기 꼼수"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선택의 여지없이 7월 국회는 파국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국민의당도 문재인 대통령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국민의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동철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여당은 송영무, 조대엽 두 후보자 중 한 명을 사퇴시키는 것을 조건으로 국회 정상화 협조여부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 타진했다고 한다"면서 "우리 국민의당에는 어떤 연락도 없었다. 이는 자신들이 적폐세력이라고 그렇게 매도하고 국정농단 세력이라고 비난하면서 촛불시민혁명에서 타올랐던 그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협치 복원의 길은 두 후보자의 지명철회 뿐"이라면서 "만약 임명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마지막 명분으로 붙들고 있던 국민여론까지 무시하는 것이고, 국회 청문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국정운영에 대해 더 이상 협조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도 "국회가 이렇게 교착에 빠지고 의사일정이 진행되지 않은 것은 송영무, 조대엽 두 사람을 임명 강행하는 것과 증거조작과 관련된 검찰의 중립성 때문"이라면서 "지난 정부 지지난 정부 낙마했던 장관에 비춰 보더라도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인수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국내외 힘든 일이 많아 어지간하면 동의하려고 하는데, 송영무, 조대엽 후보자는 장관 아닌 공무원 자격도 없는 사람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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