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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반이민행정명령에 대해 물었다[2주에 한번, 이주이야기] 차주범 뉴욕 민권센터 선임컨설턴트 인터뷰
박진우 / 이주노조 활동가 | 승인 2017.07.13 07:47

6월말 일주일가량 미국 뉴욕을 재방문하는 일정이 있었다. 작년 5월에 기고한 <“한국정부, 이주민을 사람으로 생각지 않는 것 같다” - 뉴욕에서 만난 수많은 이민자들, 그리고 민권센터>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8698)의 후속 인터뷰를 진행하고자 민권센터를 방문하여 차주범 민권센터 선임컨설턴트 선생님과 점심식사를 함께하였다. 트럼프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연이어 발동한 반이민행정명령의 의미가 무엇이고 앞으로의 쟁점은 어떻게 전망하는지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고, 지면관계상 주요한 부분만 정리하였다.  

민권센터 사무실 전경

트럼프 대통령(이하 트럼프)은 대선 후보시절인 작년 여름 애리조나에서 10대 이민 정강정책을 발표했다. 애리조나는 남부 국경지대를 포함하여 국경수비와 이민 단속을 강조하는 공화당의 입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트럼프가 발표했던 이민정책 공약은 가장 불합리하고 나쁜 형태인 반이민정책 종합판이다. 남부 국경 전역에 장벽을 설치하고 멕시코에 비용 전가, 체포된 모든 서류미비자를 추방 때까지 구금, 범죄전과 서류미비자 체포를 전담할 군대 구성, ‘이민자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ies)’에 연방자금 지원 중단, 생체정보를 이용한 비자 추적 시스템 강화, 고용인 신분조회(E-Verify) 강화, 합법 이민 축소 등이 주요 내용이다. 

대선 후보 시절의 트럼프 이민 공약은 우려와 회의적인 시선을 동시에 받았다. 이민자를 단속과 추방의 대상으로만 사고하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다분한 정책들은 당연히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반면 이런 측면도 있다. 막상 집권 후 공약을 현실화시키는 데는 두 가지 장벽이 존재한다. 절차와 재정이다.

어떤 정책은 의회를 통한 법제화를 요구한다. 비록 공화당이 양원을 모두 장악했지만 연방하원과 상원은 법안 통과 절차가 다르다. 하원은 과반수 찬성만 있으면 된다. 상원은 필리버스터(의사진행 지연 발언)가 1차 관문이다. 필리버스터를 차단하고 본회의 표결로 이관하기 위한 클로처(토론 종결 투표)는 60표의 찬성으로 통과된다. 즉 상원에선 어떤 법안이든 통과에 최소 60표가 필요하다. 현재 공화당은 52석을 점유하고 있다. 과거 민주당이 상원의 다수당이었을 때 공화당은 필리버스터와 클로처를 무기로 법안 표결에 제동을 걸곤 했다.

재정적자의 누적으로 연방정부는 현 상태로 가면 파산도 우려된다. 과연 트럼프의 이민 단속과 추방 정책을 추진할 만한 여력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트럼프는 체포된 서류미비자를 추방직전까지 구금하겠다고 호언했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한 명을 추방하는 데 평균 10,700달러가 소요된다. 연방정부와 계약을 맺은 인권침해를 자행하는 사설 구금소에 지불하는 비용이 포함된다. 만약 1130만 명으로 추산되는 서류 미비자를 전부 추방하려면 막대한 추가 예산 편성이 요구된다. 심각한 적체 현상으로 추방 재판은 평균 2년 이상 진행된다. 결국 서류미비자를 전부 추방하겠다는 트럼프의 계획은 ‘미션 임파서블’이다.

반이민행정법 반대포스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발표한 반이민행정명령은 미국 사회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7개 무슬림 국가 출신 사람들의 입국을 금지했다. 물론 명분은 테러 방지와 국가 안보다. 근거는 매우 빈약하다. 입국금지 대상 국가들은 미국에서 테러를 일으킨 적이 없다. 트럼프는 또 한 번의 거짓말로 인종 차별과 인권 침해가 명백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여기에 덧붙여 추방 요건을 대폭 늘리고 이민 단속을 강화하는 내용도 행정명령에 포함시켰다. 물론 이 행정명령은 여러 주의 연방법원과 항소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기존 7개 국가에서 이라크를 뺀 6개 국가로 수정이 되는 등 난항을 겪었다. 그런데 최근 6월 27일 미국 연방대법원에서는 앞으로 이 행정명령에 대한 심리를 시작하기로 하면서 6개 국가 출신의 사람들이 미국에 대한 진실한 관계성을 증명하지 않을 경우 입국이 금지되는 것을 한시적으로 부분 인정하면서 또다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선 사실상 우선순위가 없다. 시민권자를 제외한 모든 이민자가 1순위다. 여기엔 영주권자도 포함된다. 또한 대상도 확대해 사소한 경범죄 경력도 추방의 사유가 된다. 최근 한 한인 영주권자가 시민권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오래전에 민사소송에 연루됐던 사실을 적시하지 않아 추방 과정에 넘겨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명분은 정부에 제출하는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행위가 추방 요건에 해당된다는 이유였다. 그 한인은 한밤중에 갑자기 집으로 들이닥친 이민단속국 요원에게 연행됐다.    

근본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미국사회의 성격은 1965년 이민법 체제로 규정할 수 있다. 1960년대 대대적인 민권운동이 만들어낸 기념비적인 법안은 총 세 가지로 1965년 이민법(Nationality and Immigration Act),  민권법(Civil Rights Act)과 투표권리법(Voting Rights Act)을 지칭한다. 이는 폭발적인 대중운동이 정치권을 견인해 제도 개혁을 이루는 사회개혁 경로에 따라 제정된 법들이다. 1965년 이민법은 이전의 불평등 관행을 철폐했다. 아시안 국가들이 대상이었던 이민 쿼터제를 없앴다. 또한 미국의 핵심 이민제도인 가족 초청을 전면 도입했다. 이후 미국은 이민자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오늘날 명실공히 다인종 국가가 되었다. 1965년 이민법은 한인 사회 역시 단절의 역사를 마감하고 미국에 본격 뿌리내리는 계기를 제공했다. 

트럼프의 반이민행정명령엔 사실상 미국의 이민 체계를 완전히 뒤집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1965년 이민법의 정신을 전면 부정하는 행태다. 미국사회의 방향이 보수기독교 근본주의자들과 극우세력들이 꿈꾸는 과거로의 회귀로 갈 것인지, 1965년 이민법에 따른 다인종다문화사회로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앞으로 1~2년간의 치열한 싸움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미국이 현재의 인구변동 추세를 이어가면 오는 2048년 즈음에 사회구조가 크게 바뀐다. 백인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하로 떨어진다. 백인이 소수 민족화 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백인이 절대 다수로서 유색 인종을 2등 시민으로 취급하며 풍요를 누리던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며 미래의 사회구조 변동을 거부하고 싶은 현재의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정서를 오롯이 반영한다. 

트럼프 반이민 행정명령 반대 시위 [AP=연합뉴스]

실제로 대규모 오렌지농장이 분포되어 있는 플로리다주 같은 경우는 계절이주노동자 비자를 발급하여 이주노동자를 대거 받아들이는데, 지난 5년간 플로리다 오렌지농장 노동자 통계를 보면 99% 이상이 이주노동자들이다. 또한 트럼프의 반이민행정명령에 맞선 “이민자 없는 날”(Day Without Immigrants) 집회가 올해 2월과 5월 1일 메이데이에 전국적으로 대규모 개최되어 이민자들 스스로 사회적 경제적 효과를 입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민권센터가 활동하는 지역인 뉴욕시에선 이민자와 노동자 5만 명이 트럼프의 정책들을 반대하고 시민의 권리증진을 요구하는 연합집회에 함께 참여하였다고 한다. 

끝으로 한국에서 이주노동자 운동을 하는 이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부탁드렸다. 그는 미국에서 이민자 권익옹호활동을 하는 부분에 대해서 명목상으로 미국은 이민자의 국가이고 이민이라는 이슈 자체가 사회적인 의제로 공고화되어 있기 때문에 극심한 외로움이나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주노동자 이슈는 아직까지 사회의 대표적 의제로 받아들여지기 어렵고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한국사회 특유의 민족주의적 견해의 영향도 있다고 본다며, 결국 이민문제는 글로벌 이슈일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한 나라 안에서 운동을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세계적인 차원의 연대가 앞으로는 열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문재인 정부 출범시기에 촛불집회의 열망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생각과 미국 연방대법원의 구성문제, 최저임금 인상과 한인사회가 겪는 어려움 등 사회 경제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지면관계상 트럼프의 반이민행정명령과 이민자운동에 대한 부분만 정리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민권센터를 방문하였을 때 활동가들의 평균연령이 예전보다 훨씬 낮아진 것 같아 물어보았더니 한인 3~4세들이 더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어디서나 운동의 미래는 지속가능성이 가장 중요하기에 그 젊은 활동가들과의 만남이 기억에 남는 방문이었다. 

박진우_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 지 5년이 되어가지만 부족한 외국어실력 탓인지 가능한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 합법화 이후에 다음 역할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스스로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박진우 / 이주노조 활동가  pjww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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