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의 막말 후폭풍이 거세다. 이 의원의 연이은 막말로 인한 이미지 추락은 걷잡을 수 없어 보인다.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10일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이 의원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지난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서 ‘미친놈들’ ‘그냥 밥하는 동네 아줌마’ 등의 막말로 비난한 것이 알려져 역풍에 휘말렸다.

“이언주를 출당시켜라”

10일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열린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항의 기자회견에 등장한 패널에 적힌 글귀들에 격한 감정이 실려 있다. 당사자만 그런 것도 아니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은 “생산직 노동자의 노동 가치를 싸잡아 하대하는 발언”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민주당 제윤경 대변인도 "국민을 개·돼지로 비하했던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떠오를 정도"라며 당 차원의 사죄를 촉구했다. 그런가 하면 다음 아고라에서는 이 의원 사퇴촉구 청원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당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가 11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사태가 커지자 이언주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밝혔지만 시민들의 분노를 달래주지는 못했다. 이 의원은 “이유가 어찌됐든 사적인 대화에서지만 그로 인해 상처를 입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다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한 것부터가 문제라는 지적이었으나 곧 ‘죄송하다’로 수정을 했다. 그렇지만 수정 전에 글을 본 사람들에게는 이미 불쾌감을 준 이후였다.

유감이라는 단어는 정치인 단위에서나 통용되는, 사과는 아니지만 사과로 간주되는 말이다. 분노한 감정 피해자들에게 ‘유감’ 따위는 사과하지 않겠다는 도발일 수 있다. 이래서는 사과도 반성도 아니다. 국회의원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라고 그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고도 잘못했다는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것일까? 내용과 태도 모두 사과를 담지 못한 사과였다. 아마도 급식노동자들의 분노와 상처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공감의 괴리일 것이다.

게다가 SBS가 모두 공개한 당시 기자와 대화 내용 전부를 들어보면 이 의원은 단지 급식노동자들만을 비하한 것이 아니었다. 이 의원의 의식 속에는 조리사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 요양사 아니 노동하는 모든 기혼여성들을 싸잡아 비하한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조리사라는 게 아무 것도 아니거든. 그냥 어디 간호조무사보다 더 못한 그냥 요양사 정도라고 보시면 돼요. 그...따는 진입 장벽 정도가”

파업 비정규직에 '막말' 파문…이언주 통화 내용 들어보니, 보도영상 갈무리

급식노동자들이란 정말 그렇게 ‘아무 것’도 아닌 것일까? 교복과 마찬가지로 도시락도 피해갈 수 없는 계층 갈등 그리고 도시락을 싸는 엄마의 고민 많은 노동. 오죽하면 학교 급식에 ‘해방의 날’이라는 말이 붙었겠는가. 손석희는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통해 급식의 사회학을 정리했다. “밥하는 동네 아줌마”로 간단히 비하할 수 없는 것이라고 완곡하지만 단호하게 꾸짖는 모습이었다.

또한 급식은 “그냥 아줌마들 조금 교육시키면 되는” 그런 단순한 일이 아니다. 대량의 식재료들을 다루면서도 맛과 영양 그리고 가장 중요한 위생까지도 지키기 위해서 꽤나 많은 연구와 실험 그리고 강도 높은 노동이 요구되는 전문직종이다. 동시에 자기 자식들에게 매일 한 끼의 밥을 먹이는 모정의 대리인들이다. 분명 밥을 짓는 일에는 노동 이상의 ‘무엇’이 있다. 그걸 모르면 한국인이 아니다. 정치인의 자격 또한 없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 4월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유치원 총연합회 사립유치원 교육자대회에 참석해 자신의 교육정책을 설명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런데 이언주 의원의 상황이 왠지 낯설지 않다. 바로 안철수 전 후보의 유치원 논란이다. 안철수 전 후보는 단설유치원을 자제하겠다는 발언으로 대한민국 엄마들을 분노케 한 바 있고, 어쩌면 그때 이미 안철수의 대통령에 대한 꿈은 깨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언주 의원은 학교 급식 노동자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언주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에 자주 자신은 안철수에게 정치생명을 걸었다고 눈물로 호소한 바 있었다. 그러나 생명은 걸었지만 안철수의 실패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것 같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다. 데자뷰인지 오마주인지 헷갈리지만 모두 서민들의 삶에 대한 공감능력의 결핍에서 빚어진 결과라는 점이다. 국회의원이라는 화려한 자리에서 하루아침에 추락한 이언주 의원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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