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가요계의 블루칩으로 각광을 받은 씨엔블루의 악재가 계속 이어져 안타깝다. 이대로는 블루칩이 아니라 블랙칩이 되버리는 것이 아닌지도 모를 일이다. 기왕에 불거진 표절논란과 신해철의 독설만으로도 제대로 서있기 버거운데 사소하게 에피소드 조작설에 대한 구설수에 이어 이번에는 매니저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그 자체로도 충격적이고 심각한 일인데, 그 현장에서 매니저의 폭행을 방관하면서 웃음기를 보인 멤버 이종현에 대한 오해가 겹쳐 사건의 여파는 일파만파 커져만 가고 있다. 호사다마라고 데뷔 즉시 정상에 오른 씨엔블루에게 쏟아지는 악재가 재앙에 가까울 정도이다.

이 사건은 2월 12일 KBS 주차장에서 벌어진 것으로 씨엔블루 멤버의 후드를 잡아당긴 한 팬의 행동에 매니저가 지나치게 과민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사건 당시는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 이틀이 지난 14일 그 상황이 담긴 동영상이 누리집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동영상에 찍힌 것으로는 이종현과 접촉한 팬의 모습은 정확히 확인할 수 없지만, 팬을 가격하는 매니저의 모습은 너무도 생생하게 담겨 충격을 던지고 있다.

14일 소속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사건경위와 해당 매니저 징계를 약속하고 사과에 나섰지만 이번 일의 여파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씨엔블루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에 놓이게 된 일이지만 이것이 씨엔블루에 국한된 것도, 가장 심각한 사건이 아닌 이상 필요이상으로 표적화하는 것도 피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사건을 통해 아이돌에게 몰리는 팬들의 보호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방송이나 행사에 출연하는 가수, 그룹을 직접 보기 위해 많은 팬들이 현장에 몰리기 마련이다. 이번 씨엔블루 사건 현장은 아주 심한 경우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소속 가수들의 신변 보호가 무엇보다 소중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팬들의 안위는 나몰라라 외면하는 것은 커다란 모순이다.

도대체 아이돌을 사랑하는 것이 무슨 죄라도 되는 것처럼 홀대를 당하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팬 없는 연예인은 존재할 수 없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고는 고맙다, 사랑한다 말하기 전에 숱하게 접하는 현장에서 진정 팬을 아끼고 보호하는 연예인의 자세는 그리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물론 극도의 집착을 보이는 사생팬은 별도로 생각해야 하지만 일상적으로 대하는 현장에서 연예인과 팬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좀 더 세심한 방법에 대한 고민을 가져야 할 것이다. 소속 가수만 지키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자세로 이번 폭행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만일 양쪽 다 소중한 것이란 사전 인식이 있었다면 사소한 접촉으로 그런 과격한 행동을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 사건동영상의 정확한 출처를 알 수 없어 저작자 표시 보류

그러나 이런 사건이 꼭 이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보통 아이돌 그룹이 등장하는 모든 현장에서는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단지 팬들이기 때문에 그런 것을 문제 삼지 않고 덮어둔 탓에 알려지지 않는 것뿐이다. 매니저나 경호들의 과잉반응은 씨엔블루보다 훨씬 더 심한 경우도 있다.

경호원이나 매니저를 더 많이 고용하면 이런 문제는 다소 줄어들 것이다. 미리 확보된 동선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면 연예인과 팬의 돌발적인 접촉 문제는 줄어들 것이고 당연히 팬들도 다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소속사 입장에서는 비용문제가 생기는 탓에 껄끄러운 일이겠지만 이번 사건으로 씨엔블루가 받게 될 이미지 타격에 비하면 오히려 저렴한 비용일 것이다.

한편 연예인 특히 아이돌 그룹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청소년들 또한 자신만의 욕심을 줄이고 조금은 차분히 한 발 물러서 자신의 스타를 지켜주는 성숙한 팬의 자세도 가질 필요가 있다. 가끔 방송에서 지나친 팬들의 접촉에 당황하고 때로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는 고백이 들려온다. 아무리 사랑 때문이라지만 과유불급이란 말을 새겨야 할 것이다.

아이돌을 관리하는 기획사와 팬 모두가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지켜주어야 한다는 공동의 합의가 필요하다. 팬을 사랑하는 아이돌의 실질적 실천과 아이돌을 사랑하는 팬의 절제된 애정으로 동시에 접근할 때 불행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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