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9일 이준서 국민의당 전 최고의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유미 국민의당 당원의 동생도 함께였다. “혐의가 인정되고 사안이 중하다”는 것이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 사유였다. 자체진상조사를 통해 이유미 단독범행을 확정했던 국민의당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준비된 것처럼 민주당을 걸고 넘어졌다. 추미애 대표의 ‘미필적 고의’ 발언이 검찰에 가이드라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준서(좌)·이유미(우)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결같이 남 탓, 여당 탓만 하는 국민의당의 태도에 우선 피로감이 크다. 언제나 잘 들어주는 언론 말고 국민의당의 토로에 귀 기울여줄 국민이 있을지는 심히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유미 단독범행으로 결론날 것이라고 규정지은 박지원 전 대표의 발언은 진실이고, 미필적 고의를 논한 추미대 대표의 말은 가이드라인이라는 내로남불의 논리로는 누구도 설득하지 못할 것이다.

안철수 전 의원의 최측근이라는 김경록 전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9일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 대해 "믿는다"며 "검찰의 협박과 회유에 끄떡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식이라면 이거야말로 검찰에서 입을 다물라는 가이드라인이라고 오해를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 모든 게 국민의당이 자초한 것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상대 후보를 낙마시킬 수도 있었던 증거였다면 아무리 시간에 쫓겨도 엄격한 검증을 했어야 했다. 증거가 좀 미심쩍지만 상대 유력후보를 깎아내릴 수 있다면 일단 쓰고 보자는 생각이었다는 의심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0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김동철 원내대표(왼쪽), 이용호 정책위의장과 함께 언론 보도 스크랩을 보며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엇보다 김경진, 이용주 의원의 침묵이 시선을 끌고 있다. 두 의원 모두 검사 출신이고 특히나 이용주 의원은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장으로 조작사건과 직접 관계가 있어 가장 민감한 위치에 있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이 잠잠하다. 이럴 때의 침묵이 긍정과 자백의 의미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을 검사 출신인 두 사람이 모를 리 없다. 아니 대단히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언론이 안철수 전 후보에 이어 이들의 침묵에도 기자정신을 발휘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이례적이다.

어쨌든 애초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셀프조사, 포토제닉용 조사로 대선조작사건을 얼버무리려 한 시도 자체가 무모한 것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언론을 너무 믿은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거기에다 이언주 의원의 막말파문까지 겹치면서 국민의당은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몰리는 형국이다.

국민의당 이용주, 김경진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처음부터 국민의당 자체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허술한 진상조사는 신뢰는커녕 분노만 살 뿐이었다. 국민의당도 셀프조사의 효과를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당의 자체조사는 추경 및 내각 구성 등 현안이 산적한 여당에게 제시한 일종의 거래견적서였을 것이다. 민주당도 그 속내를 몰랐을 리가 없다. 여당으로서는 구미가 당기는 유혹이었을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추미애 대표의 강성 발언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헤아려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선공작에 정치적 거래는 없다는 묵직한 선긋기라는 해석도 해봄직하다. 촛불광장을 거친 시민들의 정치수준은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함부로 정치적 야합 따위 했다가는 당장에 동티가 나고 말 것이다. 이번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사이의 논란은 그것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이고, 지지율 50%와 4%의 차이일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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