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긴 대화를 통해 여러 가지 사실들을 전해주었다. 전 검찰총장의 입을 통해 듣는 지난 정권의 적폐를 다시 확인하는 불쾌함과 국정원 댓글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희망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조선일보>의 수상한 특종 본능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조선일보>의 폭로 이후 자진사퇴를 했던 안경환 전 법무무장관 후보자가 떠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채 전 총장은 국정원 댓글사건을 ‘헌법을 유린한 국기문란사건’으로 규정했다. 또한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과도 직결되며, 그 때문인지 청와대와 법무부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해서 공직선거법 위반 적용과 구속 등에 대해서 강력하게 반대한 사실을 밝혔다. 청와대와 법무부의 반대는 사실상 외압이었는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에 대한 사찰이 진행됐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JTBC <뉴스룸> 방송화면 갈무리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한 채 전 총장의 증언은 사실상 새로울 것은 없었다. 다만 살아있는 권력에 도전했던, 그리고 자의든 타의든 긴 시간 침묵해야 했던 전직 검찰총장의 말을 직접 듣는다는 것은 상당한 긴장감을 줄 정도로 무거운 의미를 담고 있었다.

아직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은 진행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날 채 전 총장은 대단히 중요한 사실들을 밝혔다. 그중에서도 한나라당 정치인과 서울경찰청, 국정원 관련자들의 엄청난 통화 내역이 있었다는 내용은 국정원 댓글사건의 핵심을 다시금 확신하게 하는 정황 증언이었다. 거기에는 차명폰(대포폰)도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통화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서울지방경찰청과 한나라당 캠프 쪽에 그토록 많은 교신이 있었다는 것은 중대한 정황증거라고 했다.

또한 채 전 총장은 퇴임한 후에 확인해보니 많은 증거들이 제출되지 않았고, 그런 것들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공소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었던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을 했다. 또한 채 전 총장은 당시 국정원을 압수수색하면서도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크게 아쉬워했고, 아직도 국정원 데이터베이스에는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의 자료가 있을 거라 확신했다.

JTBC <뉴스룸> 방송화면 갈무리

채 전 총장의 이 발언에 사실상 국정원 적폐청산TF의 목적도, <뉴스룸>이 채 전 총장을 인터뷰한 이유도 담겼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정원 댓글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당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도 아직 대법원 절차가 남아 있다. 채 전 총장의 말대로 국정원, 경찰 그리고 한나라당을 잇는 삼각통화의 실체와 국정원 데이터베이스에 남아 있는 것들이 증거로 보충된다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불리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뉴스룸>은 다른 매체들의 침묵 속에서 홀로 국정원의 적폐청산TF 소식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인터뷰 중 채 전 총장에게 압력을 가한 실체에 대해서 문답이 오갔다. 채 전 총장은 직접 그 존재들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듣고 있는 손석희 앵커는 “답은 그러나 대충 나와 있습니다”라고 했다. 실제로 그렇다.

JTBC <뉴스룸> 방송화면 갈무리

이것은 사실상 대단한 특종이라고 할 수 있다. 4년 동안 침묵하던 채 전 총장의 입을 열게 한 것도 크지만 실제로 그 진술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엄청난 내용이다. 그러나 다른 매체들은 도통 관심을 갖지 않는 조용한 특종이라 할 것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국정원이 앞으로 다룰 사안들이 한결같이 가볍지 않은 것들이다.

논두렁시계 사건과 국정원 댓글사건 외에도 NLL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국정원 보수단체 지원,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의혹, 해킹 프로그램 의혹, 최순실 국정농단 비호의혹 등이 기다리고 있다. 국정원의 이 조사들은 검찰고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좌불안석인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소식이다. 국정원 적폐청산TF의 조사 항목들이 개별적으로 모두가 특종이 될 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요 언론들은 취재에 뜨악한 모습이다. 그런 속에서 <뉴스룸>만이 본의 아닌 단독 보도를 마음껏 누리고 있을 뿐이다. 조용하고도 수상한 특종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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