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 것이 없다. 10연승을 노리던 켈리를 상대로 단 2회 만에 9득점을 한 기아 타선은 강력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6월 한 달 동안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며 대포 군단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SK의 승리를 이끌어가던 켈리를 상대로 터졌다는 점에서 기아 타선이 심상치 않다.

한미일 프로야구 새 기록을 작성한 기아, 7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기록 세웠다

연승을 이어가고 있는 두 외국인 투수가 등판한 경기. 팀 홈런 기록을 모두 갈아 치울 기세인 SK와 여섯 경기 연속 두 자리 득점을 하고 있는 기아가 만났다. 최강의 외국인 투수와 막강한 타력을 가진 두 팀의 경기는 이번 주 최고의 빅매치였다. 강력한 창과 방패가 화요일 경기에 펼쳐진다는 것 자체가 화제였다.

강한 방패와 날카로운 창의 대결은 야구 팬들이라면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기는 너무 쉽게 한쪽으로 기울었다. 10경기 무패에 6월 방어율이 1점 대였던 켈리는 1회도 제대로 넘기기 힘겨웠다. 현 시점 가장 강력한 투수라고 이야기되던 켈리라는 점에서 충격이었다.

SK 선발투수 켈리[연합뉴스 자료사진]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던 켈리도 기아를 만난 후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경기의 흐름을 이끌고 완성한 이는 팀의 핵심인 최형우였다. 1사 후 2번으로 자리를 옮긴 김선빈과 버나디나가 연속 안타를 친 후 기회를 잡은 최형우의 타격은 예술이었다.

투낫싱 상태에서 몸쪽으로 들어온 공을 완벽한 스윙으로 우측 라인을 타고 가는 싹쓸이 3루타로 타점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완벽한 타격을 보인 것도 대단하지만 3루까지 뛸 정도로 완벽한 주루 센스까지 보인 최형우는 대단했다. 폭투까지 이어지며 추가 득점에 성공한 기아는 나지완의 솔로 홈런까지 이어지며 1회에만 4점을 얻었다.

헥터가 1회 솔로 홈런을 내주기는 했지만, 2회 들어 기아 타선은 더욱 뜨거워졌다. 1사 후 김민식의 2루타로 시작한 경기는 최형우의 3점 홈런으로 켈리를 완벽하게 K.O시켜버렸다. 3볼 낫싱으로 4구로 내보낼 것으로 보였던 켈리는 무모한 공 하나를 던지고 무너지고 말았다.

차라리 최형우를 고의 4구로 거르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었다. 하지만 3볼 상황에서 켈리가 던진 무모한 가운데로 몰린 공을 최형우는 놓치지 않았다. 언제든 좋은 공이 오면 친다는 원칙 속에서 볼넷보다는 타격을 먼저 생각한 최형우의 한 방은 결정적이었다.

켈리는 2이닝 동안 48개의 투구수로 8피안타, 2피홈런, 1탈삼진, 1사사구, 9실점 하며 연승 기록도 깨지고 말았다. 완벽한 존재감을 보이던 켈리가 이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질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기아의 불타는 방망이를 켈리가 잡을 것이라는 예상을 한 이들이 더 많았으니 말이다.

KIA 타이거즈 선발 헥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아는 3회 득점 기회를 이어가지 못했지만 4회 다시 터졌다. 서동욱의 3점 홈런을 포함해 5개의 안타와 2개의 사사구로 빅이닝을 다시 만들어냈다. 이미 4회 만에 15득점이나 올린 기아의 타선은 누구도 막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미 너무 큰 점수 차가 난 기아는 많은 선수를 교체하며 휴식을 주기 시작했다.

기아의 이번 기록은 말 그대로 전무후무한 기록이 되었다. 그동안 여섯 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은 메이저리그와 한국프로야구가 유이하게 가지고 있던 기록이었다. 1920년대 뉴욕 자이언츠가 세운 여섯 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 그동안 최고 기록이었다.

일본프로야구의 경우 4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 최고였다. 국내에서도 다섯 경기가 최대였지만, 그 기록은 기아가 다시 썼다. 그렇게 현 SF의 전신인 뉴욕 자이언츠가 가지고 있던 기록마저 넘어서며 기아 타이거즈는 현존하는 프로야구 리그 중 유일한 기록을 가진 팀이 되었다.

한동안 이 기록은 깨지기 힘들 듯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1920년대 기록이 최고였다. 당시 프로야구가 현재와는 전혀 다른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현대 야구에서 이런 기록이 나오기는 점점 힘겨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팀에 강한 상황은 존재한다. 하지만 팀을 가리지 않고 폭발적인 타격을 이어가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 [연합뉴스 자료사진]

모든 선수들이 잘하고 있지만 최형우가 보여준 존재감은 탁월하다. 100억 사나이 최형우가 과연 삼성 시절 기록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모든 이들의 우려는 말 그대로 기우였다. 최형우가 확실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기아는 그래서 강하다. 팀 타선을 이끄는 핵심으로서 최형우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기아의 이런 기록은 만들어질 수는 없었을 테니 말이다.

현재로서는 기아 타선이 쉽게 식지는 않을 듯하다. 팻딘과 다이아몬드가 맞붙는 수요일 경기 역시 기아로서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이니 말이다. 언제나처럼 타선에 집중한다면 기아의 대기록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부상 선수도 없고 타격감이 급격하게 떨어진 선수도 없다. 물론 안치홍이 이번 경기에서 아쉬운 타격감을 보였지만, 이내 자신의 존재감을 되찾는 모습을 익히 봐왔다는 점에서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더욱 기아가 강력한 이유는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기아의 타선 폭발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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