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일주일 남짓 남겨둔 시점 SBS발 가짜뉴스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워낙에 믿을 사람이 없었고, 이번에는 SBS도 무리라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비교적 늦지 않은 대처로 가짜뉴스에 대한 조치를 취했다. 보도참사라는 말이 붙은 악의적 가짜뉴스였으나 국회의원의 면책보다 어쩌면 더 강력한 성역의 보호를 받는 언론은 무사했다. 저녁뉴스 앵커가 바뀌는 정도로 마무리가 돼버린 것이다.

촛불혁명에 의한, 다른 어느 때보다도 중요했던 이번 대선의 결과를 왜곡할 수도 있었던 위기의 순간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그만큼 엄중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 엄청난 일에 대한 처리는 너무도 간단했다. 고작해야 앵커의 사과, 경질 그리고 해당 기자의 다른 부서 전출에 그쳤다. 이는 뉴스의 형식을 빌렸다는 것 말고는 사실상 대선에 영향을 끼치려 한 의도가 분명한 허위 사실 유포였다. 그러나 누구도 처벌은커녕 사법당국의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대선조작 사건이 최근 드러나 요즘 시끄럽다. 이미 고발된 사안이기도 해서 곧바로 검찰조사도 착수되었던 것을 보면 SBS의 가짜뉴스에 대한 처리는 여전히 의아한 것이다. 법은 아직도 만인에 평등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언제라도 중요 언론은 여론을 왜곡하는 가짜뉴스를 생산해낼 것이고, 그에 대한 SNS나 독립언론 등의 대안이 위축된 상황이라면 가짜뉴스는 토네이도 같은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JTBC <뉴스룸> 방송화면 갈무리

바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수사를 받을 때 쏟아졌던 그 무자비한 가짜뉴스들처럼 말이다. 때마침 국정원 적폐청산 TF에서 악명 높은 ‘논두렁시계’ 사건을 재조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JTBC가 이 뉴스를 두 꼭지에 걸쳐 상세히 보도한 반면 같은 시간대의 SBS는 침묵했다. 그럴 수밖에는 없는 이유가 있겠지만 오히려 스스로 당당치 못함을 자인하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아마도 국정원의 재조사에 SBS는 불편한 심정일 것이다.

‘논두렁시계’ 사건은 SBS(2009년 5월 13일)가 단독 보도를 했다. 이번 세월호 가짜뉴스처럼 사실상 이 보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미 검찰수사를 받는 것 자체로도 엄청난 모욕에 시달려야 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특별히 큰 수모를 준 논두렁시계는 아직도 누가 사실을 왜곡해 언론에 흘렸는지에 밝혀진 바 없는데, 이번에 국정원이 재조사하기로 한 것이다.

그와 함께 빠뜨려서는 안 될 것이 바로 가짜뉴스들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 할 것이다. SBS의 단독보도로 시작된 노무현 전 대통령 망신주기 보도는 전 매체에 열병처럼 번져갔고, 군소매체들이 외롭게 저항했지만 여론을 돌리기에는 불가항력이었다.

SBS <8뉴스> 2009년 5월 13일자 보도.

언론들은 전직 대통령을 마음껏 모욕함으로써 뉴스 소비를 높였고 검찰은 혐의에 대한 근거가 없는 사안에 대해 마녀재판을 통해 여론을 움직이는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검찰과 언론의 누이 좋고 매부 좋았던 사건이었다. 그렇게 확대 재생산된 ‘논두렁시계’는 대단히 효과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도덕성을 훼손할 수 있었다. 그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될, 아니 말하고 싶지 않은 비극이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방미 중에 흥미로운 해프닝이 있었다. 트럼프가 한국언론에 대해 무례하다고 역정을 냈다는 미국 현지 언론의 보도가 있었고, 이에 대한 한국 언론들의 반박이 이어졌다. 문제는 그런 현상을 바라보는 독자들의 냉소적인 시선이다. 다른 오보에도 그렇게 기민하고 철저하게 대처했냐는 질문에 무어라 대답할 수 있을지 말이다. 무엇이든 잘못된 사실은 바로잡는 것이 언론이 할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국 언론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함부로 오보를 내고도 사과하거나 반성하지 않는 오만한 언론.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의 우선순위가 언론개혁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이유일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