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경기이지만 개인의 기록 역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바로 야구다. 하지만 야구는 결국 팀 경기다. 미국의 개인주의가 가장 잘 드러난다고들 하지만 그 안의 협력 없이 승리는 없다는 점에서 야구는 분명 단체 경기다.

양현종의 에이스 본능, 1번부터 9번까지 모두가 주역인 기아의 막강 타선

여섯 경기 연속 10+ 득점은 당분간 깨지기 힘들 듯하다.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이 기록은 연장될 수도 있다. 시작된 장마로 인해 이번 주 경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는 게 변수다. 뜨거웠던 호랑이들의 방망이가 장맛비에 식을 수도 있고 휴식이 보약이 되어 다시 활화산처럼 타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현종과 임찬규가 맞대결을 벌인 일요일 경기는 LG로서는 힘겨운 승부일 수밖에 없었다. 두 외국인 에이스를 내세우고도 대체 선발에 졌던 LG는 이젠 기아의 에이스와 대결을 벌여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기아는 1회 시작과 함께 2사 후 버나디나의 안타에 이은 최형우의 적시 2루타로 손쉽게 득점에 성공했다. 10년 연속 100안타를 쳐낸 최형우의 꾸준함은 이적 후에도 여전하다.

KIA 타이거즈 최형우 [연합뉴스 자료 사진]

기아 타선은 여전히 뜨겁다는 사실을 시작과 함께 알렸다. 문제는 양현종이었다. 헥터를 위해 순번까지 바꾼 양현종은 일요일 경기에도 나섰다. 이는 무리가 따르는 등판이 아닐 수 없었다. 기아로서는 앞선 두 경기 승리를 했기 때문에 바꿔도 좋았을 것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준비를 마친 선발을 두 경기 승리했다고 바꿀 수는 없다.

1-0으로 앞섰지만 LG 역시 1회 동점에 성공했다. 시작과 함께 백창수에게 2루타를 맞고 정성훈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동점을 내줬다. 그나마 2루까지 뛰던 정성훈이 아웃을 당한 것이 다행이었다. 초반 흐름은 LG의 몫이었다. 2회에도 LG 타선은 양현종을 상대로 이형종이 볼넷을 얻어내고, 유강남이 적시 2루타를 치며 1-2 역전에 성공했다.

3회에도 LG 타선은 양현종을 흔들었다. 양현종은 3회 2사를 잡은 상황에서 안타와 볼넷, 이어진 연속 안타를 내주며 1-4까지 멀어졌다. 추격하지 못하던 기아는 4회부터 다시 터지기 시작했다. 선두 타자인 최형우가 안타를 치고, 나지완이 사구로 나간 후 1사 1, 2루 상황에서 이범호가 초구를 노려 적시타를 치며 빅이닝은 시작되었다.

LG 선발 임찬규 [연합뉴스 자료 사진]

LG는 2사를 잡은 상황에서 유격수 손주인의 실책 하나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이 끝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나온 실책은 경기 흐름을 완전히 기아로 흐르게 만들었다. 여기에 폭투까지 이어지고 이명기의 2루 땅볼 역시 행운의 안타가 되며 4회에만 3득점을 한 기아는 간단하게 역전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노장 이범호의 투혼은 참 보기 좋았다. 기아가 잘되는 이유는 이런 노장과 핵심 선수들의 허슬 플레이 때문이니 말이다.

5회에도 임찬규는 심하게 흔들렸다. 실책 후 급격하게 흔들리던 모습을 보인 임찬규는 5회 시작과 함께 버나디나의 타구가 안타로 처리되며 손주인은 교체 당했다. 불규칙 바운드이지만 하필 다시 손주인이라는 사실은 LG로서는 불행이었다. 최형우가 볼넷을 얻어나간 후 2사까지 몰렸지만 이범호를 고의 4구로 걸러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하려 했다.

문제는 임찬규가 김민식에게 밀어내기 사구를 내주며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단 점이다. LG는 이동현으로 급하게 마운드 교체로 추가 실점을 막았지만, 기아 타선은 이미 폭발하기 시작했다. 6회 1사 후 김주찬이 LG와 주말 시리즈 첫 안타를 치자 버나디나는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하는 큼지막한 타구로 LG를 기를 꺾어버렸다.

7-4로 점수 차가 늘어나며 분위기는 완벽하게 기아로 쏠렸다. 진해수로 투수를 바꿨지만 최형우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나지완이 우중간 3루타로 추가점을 냈다. 여기에 이범호의 적시타까지 나오며 9-4까지 점수는 더 벌어졌다. 한 번 폭발한 기아 타선은 7회에도 불이 붙었다.

KIA 선발투수 양현종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선두타자로 나선 김선빈의 2루타에 이어 이명기의 번트, 김주찬의 적시타로 너무 편하게 점수를 뽑은 기아는 최형우의 안타에 이어 나지완이 승부를 끝내는 3점 홈런을 치며 경기는 13-4가 되었다. 너무 잘 맞아 거칠게 내리는 비까지 뚫고 좌측 폴대 광고판을 그대로 맞히는 이 홈런으로 이번 경기는 마무리되었다.

아마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기아는 이번 경기에서도 20점을 넘겼을지 모른다. 그만큼 기아 타선은 폭발적이었다. 1주일 내내 타선이 폭발하며 매 경기 10점 이상씩 뽑아내는 성적은 괴기스러울 정도다.

양현종은 5와 1/3이닝 동안 101개의 투구수로 8피안타, 4탈삼진, 3사사구, 4실점을 했지만 팀 타선의 힘으로 11승 투수가 되었다. 이번 경기는 기아가 얼마나 강력한지 잘 보여준 승부였다. 양현종은 분명 최고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저 실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어낼 줄 아는 에이스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기아는 지난 3년 동안 신인 선수들에 많은 공을 들이며 성장시켰다. 그리고 적극적인 트레이드를 통해 팀 전력을 최적화 시키는 데 성공했다. 프런트와 현장이 하나가 되어 팀 전력을 최적화 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인 결과가 올 시즌 이렇게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기아의 우승은 가시권으로 이렇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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