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은 언제나 위기였다. 시청률이 조금이라도 떨어진다 싶으면 언론들은 가차 없이 '무한도전 위기설'을 외쳤다. 그렇게 버텨온 지 12년, <무한도전>은 다시 위기설에 빠진다. 노홍철, 정형돈 등 오랫동안 <무한도전>과 함께해왔던 출연진도 없고, 새로운 멤버로 합류했던 광희마저 군입대를 이유로 <무한도전>을 떠났다. 게스트라는 이름 아래 <무한도전>에 거듭 얼굴을 비추는 배정남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은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이래저래 <무한도전>을 둘러싼 여러 말들이 오가는 중에, <무한도전>은 가상 군 체험으로 '위기설'을 타개하고자 한다. 시작은 박명수 <일밤-진짜 사나이>(이하 <진짜 사나이>)출연 타진이었다.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진짜 사나이> 방영 당시, <무한도전-무한드림> 경매에 모습을 드러낸 <진짜 사나이> 제작진은 박명수의 <진짜 사나이>에 출연을 간절히 원했고, 박명수는 그에 대해 강하게 거부한다. 결국 당시 박명수의 <진짜 사나이> 출연은 불발되었지만,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한 <무한도전> 측은 <진짜 사나이> 측과 함께 일종의 콜라보레이션을 추진한다. 하지만 <진짜 사나이>는 폐지되었고, <무한도전> 홀로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것이다.

<진짜 사나이>도 폐지된 마당에 군대에 갈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박명수와 <무한도전> 멤버들은 영문도 모른 채 군대에 끌려간 현실이 당황스럽다. 그래도 몰래카메라와 같이 벌어지는 상황을 한두 번 겪는 것도 아니고, 눈앞에 펼쳐진 현실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그런데 <진짜 사나이>가 폐지된 마당에 다시 '가상 군 체험'을 예능으로 끌어들인 <무한도전>의 의도가 살짝 궁금해진다. <진짜 사나이>가 이대로 끝나기 아쉬운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일까, 그냥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가 군대에서 고생하는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일까. <진짜 사나이>가 장안의 화제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초반과 달리 후반으로 갈수록 반복되는 에피소드 때문에 재미를 잃긴 했지만, 그래도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가 가상 군 체험을 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볼거리가 될 수 있다.

지난 1일 방송을 통해 이제 겨우 워밍업만 보여줬을 뿐인데, <무한도전-진짜 사나이>가 2017년 최고의 레전드 특집이 될 것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분명 <무한도전-진짜 사나이>는 재미있을 것이고, 많은 화제를 낳을 것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만약 <무한도전-진짜 사나이>에서 배정남이 맹활약을 보여준다면, 배정남의 연이은 <무한도전> 출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불식될 것이고, 그를 부르는 <무한도전> 제작진의 마음도 한결 가벼울 것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진짜 사나이>는 재미있는데 배정남은 재미가 없다면? 아마 <무한도전-진짜 사나이>를 분기점으로 사실상 반고정을 넘어 고정을 꿈꾸는 배정남의 운명이 어느 정도 판가름 나지 않을까.

사실 <진짜 사나이> 방영 당시 군대를 미화시킨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김영철, 샘 해밍턴, 박형식, 헨리, 이시영, 혜리, 엠버 등 수많은 예능 스타를 만들었고, 예능 유망주를 발굴하는 데 있어 최적의 조건을 갖추기도 했다. <무한도전>이 <진짜 사나이>에 주목한 것은 바로 이 지점에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이 특집을 계기로 <무한도전>을 에워싼 위기설을 잠재워주길, 그리고 배정남을 둘러싼 논란도 말끔히 사라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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