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 기아는 이번 주 다섯 경기 모두 두 자리 점수 이상을 뽑아내는 폭발적인 공격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지난 주말 NC에 당했던 스윕패를 보전 받기라도 하듯 타선이 폭발하며 삼성과 엘지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허프마저 무너트린 기아 타선, 현재로서는 막을 팀이 존재하지 않는다

기아가 가장 빨리 시즌 50승 고지에 올랐다. 이 말은 우승 가능성이 60% 이상으로 올라갔다는 의미다. 최근 기아로 옮긴 선수들은 마치 준비라도 된 듯 이적 후 폭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경기 흐름을 이끈 것은 이명기다. 왜 그는 SK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했는지 그게 의아할 정도다.

기아 리드오프를 맡으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이명기는 지난 시즌 서동욱을 보는 듯하다. 전형적인 저니맨으로 좀처럼 자리잡지 못하고 떠돌던 서동욱은 기아로 무상 트레이드 되어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서동욱은 이제 기아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로 자리하고 있다. 야수 전 포지션이 가능한 서동욱은 팀으로서는 무척이나 유용한 선수다. 그런 그가 넥센에서 설 자리가 없었다는 사실이 의아할 정도다. 그런 점에서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트레이드가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져야만 한다. 팀에 맞는 선수가 분명 존재하니 말이다.

LG선발투수 허프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경기는 엘지가 무조건 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경기다. 선발 순서까지 바꿔가며 엘지는 기아 주말전을 준비했다. 소사와 허프는 현재 엘지가 내세울 수 있는 최고 카드다. 엘지가 이런 카드를 선택한 이유는 기아 삼성 3연전에서 최선인 3명의 선발을 모두 사용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선발 우위로 승리를 가져가겠다는 포석이었다.

엘지의 이런 전략적 선택마저 무색하게 할 정도로 기아 타선은 강했다. 이번 경기는 시작과 함께 비가 오지 않았다면 의외로 빨리 승패가 갈릴 수도 있었다. 허프를 상대로 기아는 이명기가 안타를 치고, 김주찬이 볼넷을 얻어나간 후 버나디나의 유격수 땅볼을 실책하며 무사 만루 상황이 만들어졌다.

오지환이 수비 과정에서 손가락을 다쳐 교체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마침 비는 내리고 경기는 우천으로 쉴 수밖에는 없었다. 경기가 속개되기는 했지만 뜨거웠던 방망이는 식을 수밖에 없었다. 최형우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은 얻었지만 안치홍이 허무하게 병살로 물러나며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만루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하자 엘지는 2회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선두 타자로 나선 양석환이 볼넷으로 얻어나가고 2사를 잡기는 했지만 강승호에게 동점 2루타를 내준 것은 아쉬웠다. 유강남의 적시타까지 이어지며 역전에 성공한 엘지는 허프가 마운드에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승리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KIA 타이거즈 이명기[연합뉴스 자료사진]

4회 최형우가 안타를 치고 나간 후 안치홍은 자신이 친 파울 타구에 무릎을 다쳤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동점 2루타를 치고 교체되어 나오는 과정은 짠하게 다가올 정도였다. 지독할 정도의 고통 속에서도 안타를 쳐내는 안치홍의 모습이 바로 기아의 최근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 대체 선발로 나선 임기영은 비록 5이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2실점으로 잘 막았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위기 탈출을 한 김윤동의 투구는 압도적이었다. 2-2 팽팽한 승부에서 5회 엘지는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그것도 바뀐 투수가 흔들리며 만들어준 기회라는 점에서 승리에 가장 가깝게 간 순간이었다.

이 상황에서 김윤동은 양석환과 정성훈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실점 없이 위기를 벗어났다. 5회는 이번 경기의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엘지는 김윤동을 넘어서지 못하며 허프가 나온 경기에서 더는 추가 점수를 내지 못했다. 7회 기아는 1사 후 안타와 야수 선택으로 기회를 만들었다. 비까지 내린 상황에서 엘지 포수의 실책 하나는 허프를 허무하게 만들었다.

이 상황에서 이명기가 적시 2루타를 치며 균형을 무너트렸다. 여기에 사구와 관련해 비디오판독까지 한 버나디나는 투수키를 넘기는 타구로 안타를 쳐 4-2 상황을 만들어냈다. 사실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3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기아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9회말 기아 마무리 김윤동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프는 7이닝 동안 122개의 투구수로 8피안타, 7탈삼진, 1사사구, 4실점을 하며 패전 투수가 되었다. 결정적인 순간 실책이 나오고 달아날 수 있는 상황에서 달아나지 못한 상황에서 허프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전부였다.

8회 2사 후 이범호는 다시 달아나는 홈런을 친 후 기아 타선은 9회 빅이닝을 만들며 두 자리 점수를 만들어냈다. 참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KBO 리그 역사상 한 팀이 다섯 경기 연속으로 두 자리 점수를 뽑은 것은 기아가 처음이다. 만약 일요일 경기마저 그 엄청난 기록을 이어간다면 이는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깨기 어려운 기록이 될 것이다.

전력 차가 점점 좁아지는 상황에서 특정 팀이 이런 식의 대량 득점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는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기아는 이번 승리로 가장 먼저 50승 고지에 올랐다. 기아와 맞대결에서 스윕을 하며 동률 1위에 올랐던 NC는 롯데를 만나 연패를 당하며 2.5 경기 차로 주저앉았다.

이번 경기에서 이명기는 4안타를 쳤고 최형우와 이범호는 2안타, 3타점을 올리며 타선을 이끌었다. 마운드는 허프를 상대로 임기준에 이은 김윤동이 중요한 초반 흐름을 잘 막아냈다. 고정된 선발이 아닌 대체 선발로 LG의 필승 카드를 꺾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 과연 기아가 일요일 경기마저 두 자리 점수를 올리며 6연승을 이어갈 수 있을까? 최대 변수는 장맛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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