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이런 인터뷰를 기다렸어요! <뉴스룸> (6월 29일 방송)

JTBC <뉴스룸> 문화초대석- 이효리 편

“다른 곳에서는 그냥 사적인 에피소드, 남편과 어떠냐 이런 거, 웃기는 거 많이 했다. 사실 하고 싶은 얘기는 앨범 얘기였는데, 그런 자리가 없었다.”

이효리는 JTBC <뉴스룸> 인터뷰 도중 이런 말을 하면서 이번 인터뷰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표현했다.

손석희 앵커는 과거 MBC <100분토론> 진행자와 KBS <해피투게더> 진행자로서 동시간대 프로그램을 맡은 인연을 소개한 뒤 바로 이효리 신규 앨범 얘기로 들어갔다. 선공개된 ‘서울’을 만든 배경, 뮤직비디오 장면, 위안부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곡 ‘다이아몬드’의 가사까지 인터뷰어가 인터뷰이의 음악을 꼼꼼하게 듣고 그것을 토대로 질문을 던졌다.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요즘 보기 드문 성실한 인터뷰. 가사 한 줄 한 줄 화면에 띄워서 곱씹어보며 음악을 만든 사람의 정성에 화답했다. 이효리 입장에서는 고마울 수밖에 없는 인터뷰였다.

가수 이효리의 속내를 들어본 건 오랜만, 아니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다. 기존 예능에서는 이효리의 이미지를 소비했다면, <뉴스룸>은 이효리의 생각을 끄집어냈다. 여타 프로그램에서도 이효리의 제주도 라이프를 묻긴 했지만 그건 흥미 유발을 위한 질문에 불과했다. 그러나 손석희 앵커는 제주도에서의 3년이 이번 앨범을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물었다.

JTBC <뉴스룸> 문화초대석- 이효리 편

20분. 방송 인터뷰치고는 꽤나 긴 시간이다. 그럼에도 <뉴스룸>은 ‘이효리의 앨범’이라는 테두리를 절대 벗어나는 일 없이 그 안에서 질문들을 이어나갔다. 한 번도 옆길로 새지 않았다. 그래서 이효리의 신보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효리의 음악이 변화한 시기, 이효리의 가치관까지 모두 깊게 들어볼 수 있었다. 겉으로는 음악 얘기를 했지만 음악을 매개로 이효리의 속내를 들어본 인터뷰였다. 4년 만에 어떻게 앨범을 내게 됐는지, 선공개된 ‘서울’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지, 뮤직비디오 춤 스타일은 왜 달라졌는지 같은 질문을 통해 이효리가 살아온 흔적과 생각들을 되짚어본 셈이다.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인터뷰 시간은 길어야 5~10분 정도다. 그 시간의 대부분은 작품 홍보로 채워진다. 이효리는 최근 JTBC <효리네 민박>에 출연했다. 이효리가 <뉴스룸>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효리네 민박> 홍보용 출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긴 20분이라는 시간 동안, 프로그램 홍보는커녕 프로그램 이름조차 입에 올리지 않았다. 이효리도, 시청자도 이런 인터뷰를 기다려왔다.

이 주의 Worst: 다 큰 딸의 연애현장을 왜 감시할까? <내 딸의 남자들> (6월 24일 방송)

SBS <미운우리새끼>를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노모가 다 큰 아들, 심지어 쉰이 다 된 아들의 싱글 라이프를 관찰하고 이러쿵저러쿵 간섭하는 콘셉트가 꽤 불편했다. E채널 <내 딸의 남자들: 아빠가 보고 있다>(이하 <내딸남>)는 아빠가 다 큰 딸의 연애를 지켜본다. 누군가에겐 웃고 넘길 수 있는 예능일지 몰라도 당사자인 딸에게는 불편한 사생활 침해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E채널 예능프로그램 <내 딸의 남자들: 아빠가 보고 있다>

김태원의 딸 서현이 남자친구 조쉬와 같은 침대에 누워있는 장면, 최양락의 딸 미나가 남자친구와 100일 기념으로 전주여행을 떠나 뽀뽀 사진을 찍는 장면, 성우 안지환의 딸 예인이 소개팅남과 한강 데이트를 하는 장면 등이 나왔다. 아빠들은 딸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극도로 예민하고 흥분하는 모습이었다. 서현과 조쉬가 한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며 “누워있는 게 너무 자연스럽다”고 걱정 아닌 걱정의 시선을 보냈다. 심지어 성우 안지환은 “이 화면 보고 나만 화나는 거야? 왜 이렇게 적응이 안 돼”라며 역정을 냈다. 최양락은 딸이 남자친구와 뽀뽀하는 장면을 보더니 “에이 퉤”라고 화면에 침을 뱉었다.

시작은 그러했을 것이다. 아빠와 딸의 소통, 혹은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기획의도. 그러나 실상은 아빠의 분노를 자극하는 것 이상의 성과가 없는 프로그램이다. 아빠들은 딸을 이해하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변명하기에 바빴다. 최양락의 딸은 홀로 유학생활 10년을 견디며 ‘힘내’라는 말이 오히려 자신을 힘들게 했다고 털어놓았다. 최양락은 딸을 안쓰럽게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섭섭하게 느낀다고 받아쳤다. 다른 아빠들도 부모의 입장은 그런 것이라며 두둔했다. 결국 평행선.

아빠의 입장을 변명하는 대목은 차라리 봐줄 만했다. 딸의 연애사에 극도로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아빠들의 모습은 차마 봐줄 수가 없었다. 최양락의 딸이 1박2일 여행의 유혹을 참고 당일치기를 결심하고 막차를 타기 위해 전주역으로 달려가자, 아빠들은 기립박수를 쳤고 최양락은 입이 귀에 걸렸다. 그리고 다른 아빠들은 최양락에게 그날 딸이 집에 들어왔냐고 끈질기게 캐물었다.

E채널 예능프로그램 <내 딸의 남자들: 아빠가 보고 있다>

최양락의 딸은 미성년자가 아니다. 설사 남자친구와 1박2일 여행을 떠났더라도 아무도 제지할 수 없고, 비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아빠들은 굉장히 보수적인 잣대로 딸들의 연애를 바라본다. 어쩌면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을 때부터 예견된 한계였을지도 모른다.

연예인 자녀가 나오는 가족예능은 많다. 그러나 이건 기존 가족예능과는 차원이 다른 프로그램이다. 육아 예능 혹은 부부 예능은 모두 연예인이 그 생활에 개입된 것이지만, <내딸남>은 연예인 자녀의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인 연애에 대한 것이다.

말이 좋아 ‘관찰’이지 이건 ‘감시’다. 미성년자도 아니고 어엿한 성인인데 그들의 연애 일거수일투족을 걱정하고 참견하는 건 ‘감시’의 또 다른 이름이다. <미운우리새끼>는 우리가 모두 아는 연예인의 싱글 라이프를 보는 재미라도 있었지, 아빠는 불안하고 딸은 불편하며, 시청자들은 궁금하지 않은 이 프로그램은 누굴 위해 제작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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