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사람 사는 세상은 다 거기서 거기인가 보다.

가끔은 센 척도 하고, 가끔은 큰 소리도 치고, 가끔은 으름장 내지 어깃장을 놔야 원하는 것을 얻을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산하 트리플A팀인 새크라멘토 리버캣츠에서 활약 중이던 황재균이 빅리그로 콜업되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니 이런 생각이 든다. 물론 황재균의 경우 충분한 근거를 가진 행동이었다.

황재균이 이른바 ‘옵트아웃’을 실행하려 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은 지난 27일이다.

황재균은 미국 현지에서 코리언 메이저리거들의 소식을 전하는 ‘조미예의 MLB현장’과의 인터뷰에서 "7월 1일(한국시간 7월 2일)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나를 콜업하지 않으면 난 옵트 아웃을 행사할 예정이지만, 그전에 메이저리그 구단과 접촉하는 건 금지라고 하더라. 내가 옵트아웃을 행사하면 구단은 72시간 이내에 나를 콜업할지 놔줄지를 결정할 것이고, 내가 FA가 되면 다른 메이저리그 팀과 접촉할 수 있다고 들었다. 지금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옵트아웃을 행사할 예정이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빅리그로 콜업하지 않으면 내가 뛸 수 있는 곳을 찾아가겠다는 생각이라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황재균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옵트아웃은 계약기간 중 연봉을 포기하는 대신 FA(자유계약선수)를 선언할 수 있는 권리로 메이저리그에서 다년계약을 체결하는 선수들 상당수가 옵트아웃 조항을 계약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계약기간이 5년일 경우 마지막 1년을 옵트아웃으로 설정하면 계약기간 4년이 지난 후 마지막 해에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하면 해당 선수는 나머지 계약기간 1년에 대한 연봉을 포기하는 대신 FA로 풀려 다른 팀들과 자유롭게 입단 협상을 할 수 있다.

황재균은 지난 1월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 계약을 체결했다. 메이저리그에 진입할 경우 총액 310만 달러(연봉 150만 달러, 옵션 160만 달러)를 받는 조건이었다. 아울러, 당시 옵트아웃 조항을 포함시켰다.

황재균은 시범경기에서 타율 3할3푼3리(48타수 16안타) 5홈런 15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냈으나 마이너리그 트리플A 새크라멘토 리버캣츠에서 시즌을 출발했고, 마이너리그에서도 꾸준하게 출전하면서 27일 오후 현재 성적은 68경기 타율 2할8푼7리(254타수 73안타) 7홈런 44타점이라는 건실한 활약을 펼치고 있었음에도 번번이 콜업 기회를 놓쳤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시즌은 반환점에 다다랐다.

그런 와중에 빅리그 콜업을 두고 경쟁 중이었던 3루수 라이벌 라이더 존스가 며칠 전 빅리그로 콜업 되는 것을 본 황재균은 샌스란시스코가 자신을 빅리그에 불러올릴 생각이 없다고 판단, 옵트아웃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황재균이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 불과 하루 만에 그는 메이저리거가 됐다. 최근 1군에 콜업된 백업 내야수 코너 길라스피의 부상 재발이 황재균에게 기회가 됐다.

황재균은 콜업 통보를 받은 당일 샌프란시스코의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고, 곧 25인 로스터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브루스 보치 감독은 황재균의 빅리그 합류 소식에 기쁘다는 반응을 나타내면서 29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 황재균을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제 황재균은 다소 늦었지만 자신이 원하고 바라던 메이저리거로서의 삶을 시작하려 한다. 연봉도 그렇고 전반적인 생활면에서 마이너리그에서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생활이 될 것이다.

밝은 표정의 황재균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지금이 황재균에게 큰 기회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황재균을 메이저리그에 부르면서 백업 내야수 길라스피의 부상 재발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딱히 그렇게만 볼 상황은 아니다.

앞서도 언급했듯 샌프란시스코는 황재균을 불러들이기 며칠 전 황재균의 경쟁자였던 존스를 먼저 빅리그로 불러 올렸다. 문제는 존스가 빅리그 진입 이후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백업 3루수로 뛰고 있는 존스는 콜업 후 가진 4경기에서 13번의 타석에 들어섰지만 무안타 무출루 2삼진이라는 민망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보치 감독이 황재균을 불러들인 이유는 우선 황재균이 존스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황재균의 공격력이 존스의 대안으로서 유효한지 여부를 보기 위해 황재균을 불러 올렸다는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따라서 빅리그 콜업 초기 황재균은 수비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출루와 안타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황재균의 가능성을 마지막으로 시험하려 하고 있다. 콜업 초기 기대에 부응한다면 기회가 확대될 것이겠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샌프란시스코는 황재균과의 결별을 준비할 수도 있다.

황재균의 빅리그 승격 소식이 반갑고 기대가 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노파심이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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