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인 우진과 범균은 다시 형제가 되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동생은 사망한 지 오래 되었지만 20년 전 모습 그대로인 우진을 거부하던 범균은 그를 받아들였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희생했던 동생. 그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는 우진은 그저 우진일 뿐이었으니 말이다.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
인간의 기억을 지배하려던 박동건의 최후, 써클이 던진 화두는 무엇인가?

20년 전 사고로 숨진 우진이 눈앞에 등장했다. 20년 전 모습 그대로인 우진은 오히려 변한 범균을 보고 놀랄 정도였다. 41살이 된 범균은 안경도 벗고 어른이 되어 있었지만 우진은 그들과 마지막으로 헤어지던 모습 그대로였다. 기억마저 당시 그 시절에서 멈췄던 우진은 클론이었다.

우진의 기억 모두를 품고 있는 그에게 다시 범균은 다가설 수밖에 없었다. 자신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었던 동생. 그 동생이 다시 살아왔다. 그게 어떤 형태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우진은 그저 우진일 뿐이다.

tvN 월화드라마 <써클 : 이어진 두 세계>

짧지만 굵고 힘든 결정을 한 후 이들은 당장 자신들에게 닥친 위기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스마트 지구에서 모든 권력을 가진 자는 박동건이다. 우진을 통해 인간의 기억을 통제해왔던 그는 그렇게 모든 권력을 가진 지배자가 되었다. 그런 자가 다시 그 권력을 잡기 위해 우진을 원한다.

우진보다는 우진이 가지고 있는 '기억상자'의 핵심 칩이다. 그것만 있다면 다시 독재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박동건은 이들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일반 지구가 아닌 스마트 지구에서는 모든 것이 통제되어 있다. 안전을 이유로 모든 것을 통제하는 새로운 독재자인 박동건의 행태는 총칼이 아닌 기술이 새로운 독재의 조건이 될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준다.

박동건을 잡기 위해서는 그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뒤집어야 한다. 인간의 기억을 간단하게 되돌려볼 수 있는 기술. 이는 모든 것을 통제하는 이들에게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밖에 없다. 자신에게 반하는 모든 이들을 제거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우진과 범균은 이를 이용했다. 기억의 우선순위는 시각이다. 타인의 시각을 통해 보이는 것들을 기억으로 남기고 이를 추출하는 기술에서 아날로그는 반격의 신호가 되었다. 어린 시절 모스 부호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쌍둥이는 이번에도 통했다.

tvN 월화드라마 <써클 : 이어진 두 세계>

기억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모스 부호로 어떤 전략을 짤지 주고받은 이들은 스스로 박동건에게 붙잡혀 '휴먼비' 내부로 들어갔다. 모든 것을 제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그렇게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것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적의 전략을 한 수 더 뛰어넘어 반전을 꾀한 이들의 전략은 성공했다.

'휴먼비'를 이끄는 박동건을 무너트릴 수 있는 유일한 증거가 될 시장을 빼내는 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시장의 기억 속에 저장된 박동건의 악행은 모든 이들에게 드러났다. 그렇게 궁지에 몰린 박동건은 우진을 볼모 삼아 범균과 정연과 대치를 한다. 그리고 뒤이어 들어선 '휴먼비' 직원들과 대치 과정에서 우진은 선택을 한다.

모든 것의 시작인 '기억상자'를 완전하게 없애버리는 것 외에는 해결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휴먼비' 건물 옥상에서 내던져진 '기억상자'와 이를 잡기 위해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뛰어내린 박동건의 최후. 권력에 눈 먼 박동건의 최후는 그렇게 처참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은 끝났다. 세상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인간의 기억을 통제하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무모한 짓인지 알게 된 그 지구는 유토피아가 될 수 있을까? '멋진 신세계'를 표방했지만 그 자체가 디스토피아였던 지구는 인위적으로 인간을 통제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tvN 월화드라마 <써클 : 이어진 두 세계>

일상으로 돌아온 이들의 평범해 보이는 모습은 그런 결과로 마무리 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어린 쌍둥이가 맞이했던 그 기묘했던 날과 같은 일이 2037년에도 재현되었다. 정연이 느꼈다는 감정.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좋아한 것 아니냐는 정연의 자연스럽게 했던 발언에서 우진은 의아해 했다.

이는 정연을 데리러 온 외계인이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눈동자가 변하는 정연의 모습으로 종료된 <써클>은 나름 의미 있는 행보를 보여주었다. 국내에서 익숙하지 않은 소재를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박수를 보낼 만하다. 세밀함에서 아쉬움을 줬지만 그 가치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한정된 소재를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써클>은 그렇게 새로운 장르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장르 드라마가 활성화가 된다는 것은 한국 드라마가 국내에 머물지 않고 보다 큰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부쩍 성장한 여진구, 한국판 V를 생각하게 했던 공승연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드라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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