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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부인들은 ‘내조 경쟁’이나 하란 말일까[기자칼럼] 대선후보 부인 관련 보도의 문제점
민임동기 기자 | 승인 2007.11.30 11:35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대선 후보들 못지 않게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바로 후보 부인들의 동향입니다. 머지 않아 이들 가운데 ‘퍼스트 레이디’가 나오게 될 테니, 관심을 갖는 건 당연지사지요. 그런데 언론이 대선 후보 부인들과 관련한 뉴스를 내보낼 때 꼭 등장하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내조’라는 단어인데요, 오늘은 언론들이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내조’에 대해서 한마디 할까 합니다.

KBS의 리포트를 예로 들어보지요. KBS는 지난 29일 <뉴스9> ‘내조 경쟁 후끈’에서 대선 후보 부인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전했는데요,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습니다.

   
  ▲ 11월29일 KBS <뉴스9>.  
 
“정동영 후보의 부인인 민혜경 씨는 선거운동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온화하고 친화력이 좋아 호감형이라는 선대위의 판단 때문, '가족행복'을 내세우는 정 후보의 든든한 우군입니다.

<녹취> 민혜경(정동영 후보 부인) : “저희 후보가 최선을 다하고 다니겠지만 다 돌아다닐 수는 없지 않습니까? 못 미치는 데를 나름대로 열심히 다니고 있고요, 돌봄과 섬김의 자세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에게 유일하게 쓴소리를 할 수 있다는 김윤옥 씨는 ‘그림자 내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 후보가 방문하지 못하는 곳을 집중적으로 찾는 보완자 역할은 물론, 이 후보의 건강을 챙기는 일도 빠트리지 않습니다.

<녹취> 김윤옥(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부인) : “목이 잘 잠기셔서 생강하고 대추하고 달여 가지고 매일 보온병에 넣어서 차에 실어줍니다. 피곤할 때마다 마시라고,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대권도전이 익숙하지만 그래서 더 조심스런 이회창 후보 부인 한인옥 씨, 알아보는 사람들도 제법 있습니다. TV토론 등 이른바 공중전 때문에 지방행이 쉽지 않은 이 후보를 대신해 전국의 사찰, 재래시장 등을 누비고 있습니다.

<녹취>한인옥(무소속 이회창 후보 부인) : “특별히 도움이 되는 것보다도 그냥 후보님 뜻을 이해하는 거, 그게 제일 중요한 것 아닐까요? 뜻을 이해하고 같이 힘을 보태드리는 것...”

청와대 안방을 향한 대선 후보 부인들의 내조경쟁이 초반 선거전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 국민일보 11월30일자 6면.  
 
세상이 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편=외부활동’ ‘부인=내조’라는 ‘고정화된 이미지’가 전파를 타고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굵은 글씨로 처리한 부분을 한번 유심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돌봄과 섬김의 자세’ ‘그림자 내조’ ‘건강을 챙기는 일’ ‘내조 경쟁’. 철저히 ‘전통적인 부인의 역할’에 입각해 대선 후보 부인들의 활동상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선 후보 부인의 역할을 사적인 측면에 비중을 두고 조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후보 부인의 입을 통해 나온 발언을 단순히 소개한 것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조 경쟁’이라는 제목을 뽑은 것을 보면 그런 항변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대선 후보 부인들의 활동을 ‘내조’로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이 저변에 깔려 있다고 보는 것이 훨씬 정확한 것 아닐까요.

사실 대선 후보 부인들이 대선 정국에서 움직일 수 있는 폭이 그다지 넓지는 않습니다. 대선 후보 부인의 역할이라는 것은 더욱 한계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부인들이 ‘너무 많이 설치면’ 표 깎이기 십상이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내조’가 부실하다는 소리 듣기 쉽습니다. 그런 분위기 때문에 대선 후보 부인의 활동은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언론이 대선 후보 부인들의 활동을 리포트로 전할 때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후보 부인으로서 가지는 활동 자체가 제약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 후보 부인들도 함께 유세전에 뛰어 들어 지지를 호소했다”고 전하는 것과 “돌봄과 섬김의 자세로 내조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게다가 KBS는 이른바 ‘빅3 후보’의 부인만을 대상으로 이들의 활동을 조명했습니다. 후보 부인의 활동마저 ‘빅3’ 위주로만 하는 셈입니다.

여성대통령 시대가 운위되고 있는 시점인데 다른 곳도 아니고 공영방송에서 ‘내조 경쟁 후끈’이라는 리포트는 보는 심정이 좀 복잡합니다. 시대가 변했으면 변한 만큼 여성에 대한 역할과 활동에 대해서도 시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민임동기 기자  mediago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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