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여야 추천 이사들이 ‘2016년 MBC 경영평가 보고서’를 두고 2시간30분간의 격론 끝에 보고서 채택을 미뤘다. 보도·시사 부문을 맡은 경영평가 위원이 비판적인 내용을 담자 야권 추천 위원들이 문제제기를 하면서다.

방문진은 26일 오후 2시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2016년도 MBC경영평가 결과 승인 및 공표 결의건’을 논의했지만 야권 추천 이사들이 통과를 반대해 채택을 미뤘다. 여야 추천 위원들은 경영평가 보고서에 나타난 의문점을 모아 평가위원들에게 전달, 수정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다음 이사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사진=미디어스)

이번 경영평가는 편성·제작, 보도·시사 등 총 5개의 분야로 이뤄졌으며 5명의 교수가 각각의 부문을 하나씩 맡아 이뤄졌다. 이날 야권 추천 위원들이 문제로 삼은 보도·시사 부문은 최강욱 이사(여권)의 추천을 받은 강원대 김세은 교수가 썼다.

야권 추천 김광동 이사는 김 교수가 쓴 보고서 내용에 대해 “MBC의 시사·보도 부문을 JTBC랑 비교해서 평가하는 게 적절한가. ‘JTBC는 잘 나가는데 MBC는 망하지 않았냐’는 평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광동 이사는 또한 ‘국정농단 사태 국면에서 MBC가 공영방송의 역할인 권력 감시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많다’고 쓴 김 교수의 보고서에 대해 “누가 MBC에 대해 많은 비판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고, ‘친 정부·여당 보도를 하며 중립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야권 추천 유의선 이사는 “(김 교수가 쓴 보고서에) 많은 자료들이 나열돼 있는데, 참고 인용 출처를 쓰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보완이 필요한 보고서”라고 주장했다. 야권 추천 이인철 이사는 ‘MBC 노사 관계의 불협화음이 보도·시사 공정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를 담은 쓴 김 교수의 보고서 내용에 대해 “보도·시사 부문이 아니라 경영 부문에서 다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추천 유기철 이사는 김광동 이사의 지적에 “JTBC는 중립적인 가치를 지키는 영향력 있는 매체인데, MBC와 비교해 평가한 게 무엇이 문제가 되냐”면서 “극우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김광동 이사의 착각”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본인이 동의하기 어렵다고 학문적 업적이 있는 교수가 해 온 평가보고서를 부인하는 것은 부절적하다”고 지적했다.

방문진이 지난해 ‘2015년 경영평가 보고서 채택’을 할 당시에는 지금과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현 여권 추천 이사 3명이 경영평가 보고서에서 MBC에 불리한 조사 결과가 대거 빠져있다는 등의 문제를 제기했지만 다수의 현 야권 추천 이사들이 보고서 채택을 밀어붙였다. 당시 경영평가단은 현 야권 추천들이 임명한 인원들로 대거 구성돼 ‘편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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