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러 정치 이슈들이 혼란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각종 여론조사기관에서 조사한 문재인 정부의 국정지지도가 70% 후반대부터 90% 가까이까지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보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남북 스포츠 교류에 대한 인식과 그에 따른 행보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도종환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20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위원회를 방문해 평창 올림픽 개최를 두고 논의하던 중 “이번 올림픽이 남북 관계가 풀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도 장관은 남북 관계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드러내며 평창 올림픽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출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한편, 북한이 자랑하는 마식령 스키장을 두고 직접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며 마식령 스키장뿐만 아니라 북한 내 강원도 역시 활용 가능하다면 IOC와 상의할 것이라고도 했다.

평창 조직위 주사무소를 방문해 현안 보고를 받는 도종환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 종목 가운데 일부를 북한 지역에서 개최하고, 대회 성화도 북한 지역에서 봉송하고 싶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BBC에 따르면 IOC 대변인은 도 장관의 제안에 대해 “우리는 그의 아이디어를 논의하게 돼 기쁘다.”라며 “올림픽 운동은 늘 장벽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다리를 놓는 일이다. 우리는 한국의 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언급들을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 보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은 수시로 미사일 발사 실험을 이어가고 있고, 언제 핵실험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임을 공공연히 나타내고 있다. 최근 민간 차원의 인도적 물자지원에 대해 통일부 승인이 이뤄지면서 이를 북한 측에 전달하려 했으나 북한 측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남북 스포츠 교류에 관심을 두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로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 여자축구 대표팀이 평양에서 경기를 펼치기도 했고, 그 전에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북한 대표팀과 경기를 갖는 과정에서 우호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정치적인 상황과는 무관한 스포츠 무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장면들을 보고 정부에서 남북스포츠 교류를 통해 교착상태의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자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맹목적인 색깔론이나 종북몰이가 이제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맹목적인 남북 스포츠 교류에 대한 만능주의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문재인 정부는 알 필요가 있다.

당장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추진 방안에 대한 언론의 반응도 대체로 비판적이지만 SNS나 뉴스 댓글에서 드러나는 국민들의 싸늘한 반응에 그와 같은 민심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월 강원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IIHF 아이스하키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 한국과 네덜란드의 경기. 네덜란드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어깨동무하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만약 ‘남북 단일팀’이 실현될 경우 올림픽 하나를 바라보고 달려온 수많은 선수들 가운데 상당수가 기회를 잃게 된다.

‘국가대표2’라는 영화를 통해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걸어온 길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고, 최근 우리 대표 선수들이 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꺾고 아이스링크 위에서 눈물의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을 보며 함께 눈물 흘렸던 우리 국민들이 너무나 많았다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구성에 대해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다.

만약 여자 아이스하키가 쇼트트랙과 같은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 유력 종목이었다면 장관 입에서 그렇게 쉽게 단일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을까?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아이디어는 결국 여자아이스하키가 어차피 평창에서 메달을 따기 어려운 종목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스포츠 외적인 성과를 얻어 보려는 꼼수라는 지적을 피해가기 어렵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최근 문재인 정부의 인식이나 태도를 보면 지나치게 명분 지향적이고, 정략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스포츠 교류 드라이브가 국민적인 지지를 얻기 어려운 이유는 과거의 사례와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남북 스포츠 교류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실익으로 이어진 경우가 사실상 거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정치적 상황,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과거에는 김일성이나 김정일, 현재는 김정은이라는 절대 독재자의 뜻에 따라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바뀔 수 있는 것이 북한의 태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스포츠 교류라는 것은 그저 희망고문에 불과하다는 점을 국민들은 이제는 잘 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을 이끌고 방한 중인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방안 등에 대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25일 2017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관계자에 따르면 장웅 위원은 전날 대회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2월 열릴 평창올림픽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을 사실상 제안한 데 대해 개막식 이후 열린 만찬에서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단일팀을 구성했을 때 남북회담을 22차례나 했다. 다섯 달이나 걸렸다"면서 "이게 우리 현실"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은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을 활용한 일부 종목 분산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도 "올림픽 전문가로서 좀 늦었다"고 밝혔다.

장 위원은 일본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스포츠 위에 정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적어도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된 남북 스포츠 교류 문제에 관한 한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로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종합하자면 이제 적어도 스포츠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국가보다는 개인이 우선시되는 시대라는 점, 그래서 정부가 추구하는 명분에 선수 개인이 부당하게 희생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맹목적인 남북 스포츠 교류 만능주의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많지 않다는 점을 문재인 정부는 냉정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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