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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시련 극복한 크비토바, 복귀 후 첫 우승 트로피 그리고 윔블던[블로그와] 임재훈의 스포토픽
스포토픽 | 승인 2017.06.26 10:16

페트라 크비토바(체코)가 영국 버밍햄에서 열린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 투어 아혼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불의의 사고로 코트를 떠난 지 6개월여 만이자 코트 복귀 이후 한 달 만에 처음으로 따낸 WTA 투어 대회 타이틀이다. 생애 20번째 WTA 투어 대회 타이틀이기도 하다.

크비토바는 25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WTA투어 아혼클래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77위 애슐레이 바티(호주)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2-1(4-6 6-3 6-2) 역전승을 거두고 대회 우승자가 됐다. 

크비토바는 이번 우승으로 470점의 랭킹 포인트와 함께 15만3천515달러(우리 돈 약 1억7천500만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우승을 밥 먹듯 했던 크비토바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우승일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우승은 분명 특별한 의미를 갖는 우승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작년 12월 세계 테니스 팬들은 좀처럼 접하기 힘든 소식을 접했다. 

2011년과 2014년 윔블던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우승자로서 한때 세계랭킹 2위에까지 올랐던 세계 여자 테니스 톱랭커 가운데 한 명인 크비토바가 자택에 침입한 괴한의 습격에 큰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이었다.

사고 며칠 뒤 왼쪽 손에 깁스를 한 크비토바. [EPA=연합뉴스]

당시 외신에 따르면 크비토바는 체코 동부 프로스테요프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한 남성의 습격을 받아 왼손가락 5개와 신경 2개를 다쳐 3시간 45분에 걸친 수술을 받았다.

크비토바가 왼손잡이 선수였다는 점에서 당시 부상은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크비토바의 대변인인 카렐 데이칼은 “심각한 일이지만 다시 테니스를 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적어도 3개월은 쉬어야 한다. 다음 시즌의 상당 부분을 놓칠 것”이라고 말했다.

코비토바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나를 지키려다 왼손을 크게 다쳤다. 상당히 충격을 받았지만, 살아남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부상은 심각하고, 여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나는 강하다. 싸워나갈 것”이라고 최악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코트 복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종목을 불문하고 모든 스포츠 선수들은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지만 경기장이 아닌 자택에서, 그것도 흉기를 든 괴한에게 습격을 당해 부상을 입는다는 점에서 크비토바의 부상은 신체적인 치유 외에 정신적인 치유가 코트 복귀에 있어 더 중요할 수 있었다. 

크비토바의 피습 소식은 세계 테니스 팬들에게 매우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소식으로 받아들여졌지만 동시에 빠르게 잊혀져 갔다. 

그로부터 정확히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크비토바의 소식을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지난 4월 19일 크비토바는 “내일 내 이름이 롤랑가로 프랑스오픈 엔트리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회복하는 과정에서 큰 진전이 있었다”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회 중 하나인 롤랑가로 프랑스오픈 엔트리 등록 마감이 임박해지면서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프랑스오픈 출전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크비토바는 그러나 “내가 파리에서 경기할 준비가 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나에게 기회를 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페트라 크비토바 [AP=연합뉴스]

몸상태나 정신적인 면 모두 온전히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지만 스스로에게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는 데 있어 코트에서 뛰는 것이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고려가 다소 이른 시점의 복귀를 결정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크비토바가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 오픈에 출전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했다. 어쨌든 주최 측의 배려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한 달 하고도 일주일 정도가 더 흐른 지난달 크비토바는 지난 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몇 가지 소식이 있다. 오늘 저녁 롤랑 가로로 날아갈 예정”이라며 공항에서 파리로 가는 비행기 탑승 수속을 밟고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그라고 이튿날인 5월 26일 WTA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크비토바가 프랑스 오픈에 출전하게 됐음을 공식 발표했다.

WTA 스티브 사이먼 CEO는 “투어에 복귀해 경쟁하는 크비토바를 환영하게 돼 기쁘다”며 “페트라는 코트 안팎에서 진정한 챔피언으로 그의 회복력과 투지는 경이로움을 넘어선다”고 극찬했다.

프랑스 오픈 무대에 선 크비토바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늘씬한 몸매와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에서 흐르는 환한 미소는 미녀 테니스 스타로서 크비토바의 복귀가 현실임을 알려줬다. 

프랑스 오픈 1회전에서 세계랭킹 86위에 올라 있는 줄리아 보세럽(미국)을 상대한 크비토바는 세트스코어 2-0으로 승리, 복귀전에서 자신의 건재를 알렸다. 

환호하는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크비토바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평소 코트 안에서 감정 조절을 잘하는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진 크비토바였지만 이날의 승리만큼은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었을 터. 

하지만 크비토바는 프랑스오픈 2회전에서 베서니 매틱샌즈(미국)에 세트스코어 0-2(6-7, 6-7)로 패하며 프랑스 오픈 일정을 마감했다. 5개월의 공백을 완전히 떨치고 정상의 길목까지 도달하기에는 크비토바 자신의 심신 상태가 아직 부족한 상황임을 인정해야 했다.

페트라 크비토바 [AP=연합뉴스]

사실 크비토바가 복귀를 서두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자신이 강점을 가진 잔디 코트 대회에서 자신의 진면목을 다시 보여주기 위해 워밍업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그리고 결국 복귀 한 달 만에 잔디코트에서 열린 아혼 클래식 우승컵을 들어올림으로써 잔디코트의 여신이 귀환했음을 알렸다. 

크비토바는 강력한 서브가 주무기인 선수로 잔디 코트에 강하다. 그랜드슬램 대회 가운데 유독 윔블던에서만 두 차례 우승 경력을 갖게 된 것도 크비토바가 강력한 서브와 파워를 앞세운 스트로크를 앞세운 선수라는 점 때문이다. 

이번 아혼 클래식 우승으로 크비토바는 오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윔블던에 대한 더욱 더 강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우승 트로피를 받아 든 크비토바는 관중석에서 자신을 응원해 준 코치를 비롯한 자신의 사람들을 향해 인사를 전하면서 다시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 

사고 이후 6개월 간 자신의 곁을 지켜준 고마움의 표시이면서 윔블던에서 자신의 건재를 증명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사고 이후 6개월 만에 서는 윔블던 무대에서 최소 8강, 더 나아가 4강 이상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시모나 할렙(루마니아), 카롤리나 플리스코바(체코), 크리스티나 믈라데노비치(프랑스), 엘리나 스비톨리나(우크라이나) 등 최근 WTA 투어 무대를 주름잡는 선수들을 한 차례 이상 상대해서 승리를 거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은 일주일 동안 아직은 다소 부정확한 스트로크의 정확성을 높이고, 첫 서브 성공률을 높이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크비토바가 쟁쟁한 선수들 사이에서 어느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가 올해 윔블던에서 중요한 관점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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