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허욱 전 CBSi 대표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추천자로 내정한 가운데 방통위원 공모 과정에 심사위원인 의원들이 후보자를 추천하는 '셀프공모'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지난 7일 방통위원 공모 공고를 게시해 12일 서류접수를 마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20일까지 서류접수 기간을 연장했다. 방통위원 후보군 숫자가 적고 다양한 지원을 더 받기 위해서라는 이유다. 1차 서류 접수에 응모한 후보자는 6명이었고, 추가 접수에 응모한 후보자는 3~4명으로 알려졌는데, 21~22일에 걸쳐 진행된 방통위원 공모 면접 절차에 참여한 면접자는 11명이었다. 이와 관련 총 지원한 응모자가 22명이었다는 것이 민주당 측의 설명이다.

미디어스 취재 결과 심사위원으로 나선 의원들이 또 다른 후보자를 물색해 추천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모에 지원한 방통위원 후보자를 심사하는 심사위원이 직접 후보자를 추천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8명, 원내부대표단 2명, 중앙당 당직자 3명 등 총 13명으로 방통위원 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추천위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첫 서류접수 당시 방통위원 응모에 지원한 분이 몇 분 없어서 다시 재공모를 하기로 했던 것"이라면서 "그래서 의원들이라도 발굴해서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밝혔다.

추가 공모 과정에서 일부 후보자가 미방위 소속 의원을 찾아가 자신을 추천해달라고 하거나, 미방위 소속 의원이 특정 인물을 찾아가 방통위원 응모에 응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방통위원 공모에 지원했던 응모자 A씨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부 인사가 의원실에 찾아가 추천해달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어떤 분은 미방위 소속 의원이 찾아와 방통위원으로 추천하겠다고 했는데 고사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A씨는 "어느 분이 방통위원이 되더라도 절차적으로 정당해야 언론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데,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은 유감스럼다"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반칙 없고 원칙있고 공정하게 하는 것을 천명하고 대통령이 되셨는데, 민주당이 이를 지켜줘야 정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건 민주당을 위해서도 좋지 않은 일이다.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고 처음으로 고위공직을 추천하는 건데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방통위원 공모에 응모했던 또 다른 응모자 B씨는 "지원도 하지 않은 사람을 면접에 부르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공당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누군가를 정해놓고 일방적으로 그 사람을 임명하기 위한 요식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건 지원자 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를 모독하고 속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미디어스)

과거 민주당 방통위원 공모절차에 관여했던 전·현직 의원들과 민주당 관계자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반응이다. 민주당은 지난 2008년 첫 방통위원 추천 당시 지도부의 추천자 내정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후 민주당은 재발방지를 위해 심사에 참여하는 추천위를 구성하고, 추천위에 참여하는 의원은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 원칙을 정했다. 이 원칙은 관례화 돼 지금까지 이어져 왔는데, 4기 방통위원 추천 과정에서 파괴된 것이다.

언론계 관계자는 "민주당은 지금까지 매우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밟아왔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라면서 "지금까지 공모절차를 거친 이유가 바로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원칙이 깨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허욱 전 대표에 대한 방통위원 추천안은 26일 오전 최고위원회 추인만을 남겨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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