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 충격 이후 오랜만에 단비 2호 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프리카보다 오히려 더 심각해 보이는 톤레샵 호수 주변의 식수사정은 충격적이었다. 바닷물도 아니고 동양최대의 호수를 바로 곁에 두고 있지만 결코 사람이 먹어서는 안 될 물을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먹고 자라는 아이들이 있었다. 더 나은 물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세상사람 모두가 그런 물을 마시며 살 거라 당연히 여기는 아이들의 천진한 눈망울은 괜한 죄책감까지 주었다.

그렇지만 지난주부터 이미 조짐이 보였지만 단비가 캄보디아 톤레샵 호수 주변의 가난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카메라의 중심이 고통보다는 단비팀으로 옮겨지고 있다. 그것이 궁극의 방법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동안 고통과 슬픔에 집착한 단비의 시선에 불편을 느꼈던 시청자들을 다소 편하게는 해줄 것이다.

특히 지난주 정형돈을 통해 변화의 조짐을 느꼈듯이 이번 주에도 그의 케이블 티비 인기 프로 남녀탐구생활 패러디를 미리 준비해가 정형돈 활용도를 최대로 높였다. 정형돈의 활약에 자극받았거나 혹은 긍정적인 영향으로 '방송용 용만'이라는 새로운 케릭터를 만든 김용만도 전보다 나아졌고, 김현철이 혼자 분투했던 코미디 터치가 살아날 수 있었다. 게다가 김용만, 정형돈, 윤두준 셋이 허섭 3형제로 케릭터화 할 가능성도 보였다.

시청률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보다는 이쯤 되면 호흡 자체를 바꿀 시기도 됐으며, 고통을 대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고통스러운 표정일 필요는 없기 때문에 고무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심각한 척추측만증에 걸린 뽀얀 어린이를 보면서 눈물을 애써 감추려 했던 이지아의 태도는 그래서 옳다.

한지민, 남상미 등 지금까지 단비 천사들의 고운 얼굴에 흐르는 눈물이 백 마디 말보다 큰 효과가 있겠지만 정작 그 눈물 앞의 현지인들을 좀 더 아프게 할 수도 있었다. 스리랑카에서 단비학교를 만들 때처럼 단비팀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열심히 하는 것도 좋았지만, 우물을 파는 전문적인 작업에 괜히 방송분량을 의식한 보여 지는 작업을 포기하고 대신에 불고기 파티를 준비한 것도 전보다 훨씬 정직해진 태도였다.

해서 잠비아의 1호 우물보다 전반적으로 캄보디아 편은 훨씬 가볍고 웃을 수 있는 타이밍도 많았다. 음식 만들면서 웃기고 웃는데 하등 잘못될 리가 없다. 그러나 호수 주변의 지형은 작업을 잠비아보다 훨씬 더 힘들고 더디게 만들었다. 밤이 깊어서야 끝낸 시추작업이 끝나고 오래 기다리던 많은 사람들은 마침내 맑은 물이 용솟음치는 것을 보며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그 순간 티비 모니터를 통해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가슴이 뭉클한데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더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웃었다. 얼굴 가득히 미소를 담았다. 또한 눈가에는 눈물도 흘렸다. 단비는 그동안 붙은 이력으로 눈물과 미소를 다루는 최선의 방법을 터득한 듯 보인다. 웃으면서 흘리는 그들의 눈물은 일밤이 단비를 제작하는 이유이고 시청하는 즐거움이다.

단비 2호 우물이 터진 순간 앵글에 잡힌 그들은 사람이 흘릴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최고의 눈물과 최선의 미소를 시청자에게 선물했다. 단비를 보는 맛은 그런 것이었다. 현지에 가서 굳이 땀을 흘리지 않고도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곳에 함께 땀과 눈물을 보태는 것이다. 단비 본래의 목적은 여전하면서도 한결 여유를 회복한 변화가 좋다. 그런 단비이기에 50%의 확률에도 불구하고 두 번 연속 우물파기에 성공한 것이 아닐까. 진인사 대천명의 격언처럼 최선을 다한 그들에게 하늘 역시 무심할 수 없을 테니.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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